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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의 하루는 맑음 Nov 02. 2023

대한민국은 패키지 여행사다.

저녁 시간 책을 읽다가 문뜩 생각이 났다.


나는 여행을 자주 다닌다. 국내 해외 할 것 없이 다양하게 가려고 한다.

여행만이 내 삶의 그나마 있는 낙이기 때문이다.


나는 항상 자유여행을 간다.

패키지는 생각해보지도 않는다. 

난 정말 틀에 박혀 있는 걸 싫어하기 때문이다. 자유여행을 가도 관광객이 많은 장소, 가게보다는

끌리는 장소를 가고 분위기가 특이한 가게를 주로 간다.


그런 나를 보고는 누가 홍대병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부산 사람이라 이해를 못 해 서울 사람이 설명해 주었다.

홍대병이란 남들과 다르게, 조금은 독특한 사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


맞다. 홍대병의 의미와 내 이미지와는 딱 맞는다. 그러기 때문에 나는 그냥 홍대병이라고 생각하면서 살기로 했다.


자유여행을 항상 좋아하고 선호해 왔지만, 패키지여행에 대해 궁금증도 있었다.

그리고 패키지만의 장점도 느껴보고 싶었다.

짧은 시간 안에 다양한 곳을 보는 것과 가격이 저렴하다. 새로운 사람을 볼 수 있다 같은 것을 말이다.


그래서 인생을 살면서 딱 한번 타이베이를 패키지로 다녀왔었다.


타이베이는 도심 말고는 관광지가 너무 멀어 개인적으로 가면 시간과 돈이 많이 든다. 그래서 이용했다.

하지만 역시나 장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최악이었다.


버스에서는 잠만 자고 몸이 무거운 채로 내리라 하면 내리고, 출발시간까지 무조건 와야 했다.

그래서 관광지도 온전히 느끼지 못하고 말 그대로 사진만 찍고 나왔다.

그러곤 기념품샵도 필수적으로 들려야 했고 말이다.


지금 그때 사진을 봐도 기억이 안 난다. 그저 버스를 타고 사진을 찍었다란 느낌뿐이었다.


근데 이런 패키지여행이 우리나라 현실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해진 목적지가 있고, 산책하거나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싶어도 시간 안에 도착해야 했기에 그 시간들이 사치인 여행처럼 말이다.

목적지와 사진만 남는 것처럼 학벌과 직업만 남은 현실이랑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홍대병인 내가 이런 패키지여행 속에서 살아가야 해서 스트레스를 받고, 힘든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조금씩 조금씩 무의식에 있는 버스에서 내려서 내 발로 걸어가려고 노력할 것이다.

주변에서 버스에 타라고 해도 나는 내 두 발로 움직일 것이다.


버스에 있는 사람들과 버스의 안락함이 나에게 안전과 정확한 길을 보장하지만 재미와 흥미를 주진 않는다.

혼자 걷는 길이 비가 오고, 바람이 불고, 길을 읽어도 난 행복할 거 같다. 홍대병인 나에겐 그게 어울린다.

불안하지만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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