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질을 부숴야해

벗어나기 day 2

by 나의 하루는 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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껍질을 부숴야해

먼가 불안해서 한동안 잠을 잘 자지 못했었다.

그런데 요즘 들어 갑자기 잠이 늘었다. 원래 5시간 정도 자서 항상 새벽 5시쯤에 눈이 떠졌는데,

어제는이상하게도 저녁 10시쯤 잠들어 아침 7시에 일어났다.


잠을 많이 자니 몸이 개운하고 몸을 움직이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조금은 줄어든 것 같았다.

그래서 어디선가 본 햇빛을 많이 보면 사람이 기운이 생기고, 활기차진다는 내용에 따라

옷을 대강 입고, 크록스를 신고는 씻지도 않은 채로 집 앞으로 나갔다.

8시라 그런지 사람들은 분주히 출근 준비를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 사람들 속에서 나는 그들과 다른 길인 산책로로 향했다.


산책로에 있는 나무는 전부 벚꽃나무로 봄이 되면 그 어느 곳 보다 내가 좋아하는 장소가 된다.

지금은 가을이 와 낙엽이 떨어지는 것을 보며 걸음을 떼며 걸었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햇빛이 없어

나는 멀리 보이는 도로 옆에 작은 공간에 햇빛이 비추어 진걸 보고 그곳으로 갔다.


그러고는 한동안은 움직이지 않고는 햇빛을 몸으로 받았다. 씻지도 않은 얼굴과 선크림을 안 발라 얼굴은 최대한 가리고는 햇빛을 받았다.

사람들이 조금은 이상하게 보는 것 같았지만 무시하고는 잠시 햇빛을 받고는 다시 집으로 향했다.


그렇게 짧은 30분 정도의 산책을 끝내고는 집에 와 씻고 밥을 먹었다.

항상 똑같은 날이었지만 아침에 해를 봐서 그런가 오늘은 뭔가 가을이 온걸 더 느껴지는 느낌이었다.


마음도 조근은 선선한 바람이 부는 듯했다.

여전히 불안하고 현실은 변하지는 않지만 괜찮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다가도 괜찮다고만 생각하는 것이 긍정적인 것이 아닌 허황된 긍정인 거 같아 다시 기분이 다운되기도 했다.


그래도 오늘이 아직 끝나지는 않았지만 오늘은 나름 괜찮은 하루가 될 거 같다는 느낌이 든다.


어떤 곳에서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갑각류들이 탈피를 할 때 엄청난 고통과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하지만 그 시간을 견뎌야 새로운 몸에 맞는 껍질을 가질 수 있다고, 그 고통이 싫다고 행동하지 않으면 결국 갇혀 죽게 된다고


이것처럼 나는 지금 성인이 된 이후 10년 동안 몇 번의 탈피가 있었고, 나이가 들수록 몸집이 커져 더 힘든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그 대신 더 크고 단단한 몸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고 싶다.


그렇게 생각하려고 한다. 그래야 버티니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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