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의 하루는 맑음 Nov 06. 2023

알에서 꼭 나와야겠지?

나를 감싸고 있는 막으로 된 알이 있다.


알 속에 있는 나는 편안하고 안락하다.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그저 알 속의 따뜻한 물속을 유영하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알은 조금씩 금이 간다. 금에 의해 바깥소리가 들린다.

밖의 소리는 시끄럽다. 

싸우는 소리, 웃는 소리, 우는 소리, 타자기 소리 같은 시끄러운 것들이 있다.


밖의 일들이 궁금하지만 굳이 나가고 싶지 않다. 알에서 그냥 유영하다가 죽어도 상관이 없다.

가끔 혼자인 게 외로워 나가보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한번 깨진 알은 다시 붙일 수 없는 두려움에 나서지 못한다.


알을 깨려고 노력하는 것조차 힘이 들기도 하고 말이다. 

그저 가만히 따뜻한 이 물속에서 유영하고 싶다.


하지만 가족들, 친구들이 밖에서 나오라고 한다. 나와야 한다고도 한다. 나오면 더 행복할 수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나가기가 싫다. 

그런 나를 보고 사람들은 그렇게 계속 있다가는 알이 썩을 거라고 말한다. 

그럼 밖에서 알을 깨서 도와달라고 했다.

하지만 안된다고 말한다. 밖에서 알을 깨면 안에 있는 내가 다치기 때문에 내가 스스로 나와야 한다고 한다.



알에서 나와야 할까?





매거진의 이전글 감사 일기 11.23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