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혼자 떠나본 여행기록
혼자 전주를 갔다. 정확히 말하면, 친구들과 KTX를 타고 순천을 여행한 후 아쉬운 마음에 연차를 내고 홀로 전주로 향했다. 배웅하고 전주행 기차를 타니 실감이 났다. 찜해뒀던 게스트하우스를 예약하고 가볼 만한 곳들을 지도앱에 표시했다. 시간으로 생각하면 하루도 안 되는 나 홀로 여행이지만 괜히 설렜다. 숙소에 짐을 내리고 작은 리코카메라를 가방에서 꺼내어 발 닫는 곳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3년만에 다시 와 본 전주의 한옥마을 중심가는 예전처럼 고즈넉한 분위기를 지닌 곳은 아니게 되었다. 아쉽지만, 처마위로 지는 노을은 여전했다.
친구에게 사줄 선물을 고르고, 골목골목 노을지는 사진을 찍다보니 어두워졌다. 마을 외곽은 발견하는 즐거움이 있는 공간들이 여럿 있었다. 서점카프카(@bookstore_kafka)는 월요일 휴무지만, 한글날인 오늘 다행히 열려있었다. 2층으로 올라가면 오래된 다락방처럼 바닥이 삐걱대는 카페 겸 책방이 마련되어있다.
발걸음을 신중히 옮기며 돌아가는 기차안에서 읽기위해 사장님의 추천사가 적혀있는 책을 하나 집었다. '새로움을 찾는 행위는 새로운 의미를 가지는 것도 있지만 새로운 형식을 찾는 행위이기도 합니다. 새로운 형식을 찾는 분에게 이 책을 추천합니다.' 기하학적 그림으로 그려져 간단해보이는 책 표지가 마음에 들었다.
돌아가는 기차안에서는 10쪽 정도만 읽고 잠이 들었지만, 지금도 내 가방에는 숙제처럼 책이 들어있다. 다른 기념품도 아닌 물건이라 의미있고 기억에 계속 남는 듯 하다. 이 책을 볼때마다 전주가 생각나고 혼자 여행이라는 새로운 형식을 시도해보았던 나 자신이 되새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