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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영 Oct 13. 2022

지칠 때 쓴 글을 다시 들쳐본 적 있나요?

세 번째 질문의 돌


잃어버리기 싫었던 다정을 잃게 되는 순간이 있다. 순간은 하루가 되고 일주일이 되고 한 달이 되어버린다. 돌아서야 할 시기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야만 한다. 그래야지 한다.라고 생각하다 보면 내가 왜 그래야 하지 - 라며 스스로 되뇐다. 생각과 다르게 흘러가는 건 익숙하고 흥미롭다. 그렇지만 지금은 아니다. 입에서 나오는 언어와 몸이 하는 모습은 어찌 같을 수밖에 없을까. 꼬리가 긴 생쥐처럼 들켜버리고 만다. 오뚝하게 선 예민이 눈에 보일 때면 한숨을 쉬고, 쉬어가야겠다고 느낀다. 푸르뎅뎅한 게 보고 싶어 진다. 노르스레한 따뜻함을 안고 싶어 진다. 나와 같은 사람들이 더 잘 보인다. 느린 박자의 노래가 듣고 싶어 진다. 그러다 보면 이 모든 걸 할 수 있는 집을 사랑하게 된다. 집이 최선이 아님을 알지만 품어주는 곳은 집이므로.



불 꺼진 방에 탁 켜놓은 단스탠드에 익숙해질 때쯤 장스탠드 하나를 더 들였다. 귀여운 단스탠드의 빛이 눈에 익을 때쯤 사고싶었던 조금 더 눈부신 빛의 장스탠드. 그것과는 거리 두기를 했다. 서재에 두어 보일 듯 말 듯한 긴 그림자를 좋아하기 시작했다.


이 글은 작년 여름 너무나 바쁘고 바빴던 시기에 썼던 이야기다. 다시 다정을 찾고 예민함이 몽당연필만 한 크기가 된 지금, 들쳐보았다. 즐겁고 신나는 것들을 쫓다 지쳐버렸구나 - 싶다. 그리고 다시 지금을 쓰고 싶다고 생각했다. 나중에 내가 또 봐주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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