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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쏭쏭 Feb 07. 2019

우리의 여행에는 별빛이 내려

아기와 마우나케아

빅아일랜드의 마우나케아 산


하와이 빅아일랜드 섬에 있는 마우나케아를 검색해보면, 높이는 정상  4,205m (백두산 2,744m)

비지터 센터 2,800m (백두산보다 높음)이고 정상에는 세계 최고의 천문대가 자리 잡고 있다 한다. 정상이나 비지터 센터에서 보는 일몰과 밤의 별풍경은 미국인이 평생 한 번은 꼭 봐야할 절경 중 하나로 손꼽힌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빅아일랜드에 대해 이것저것 알아보다 보니  오로지 마우나케아때문에 빅아일랜드를 선택한 사람들이 많았다.  그럼에도 어느 정도 제한(나이 11세 이상, 4륜 구동 차량) 이 있는 정상뿐 아니라 별다른 제한 없이 갈 수 있다는 비지터센터의 높이도 백두산보다 높다고 하니 바로 노트북을 덮고 마우나케아는 접어버렸다. 백두산보다 더 높은 곳에 28개월 아기와 함께 한다니, 너무 높지 않은가. 까짓 거 안 가지 뭐- 10년 뒤에 또 오면 되지 하고.


그렇게 빅아일랜드에 도착해서 신나게 수영하며 놀다 보니 어느덧 3일 차가 되었다. 빅아일랜드에서의 일정은 정말  천국 같았는데 문득 여행을 더욱 완벽히 만들고 싶었다. 맥주를 마시면서 창밖을 바라보며, 내일이 어찌 보면 마지막 날인데 (우리의 빅아일랜드 일정은 4박 5일) 정말 여기 언제 또 올지도 모를 일인데 그 유명하다는 산 한 번은 보고 가야 하지 않겠나, 그 간 아기 컨디션에 맞춰 즐겁게 놀았으니 한 군데쯤은 우리가 원하는 곳에 가봐도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마침 저녁에 코스트코에 갔다가 여기 20년째 거주하고 계시는 한인 분을 만났는데 그분도 비지터센터까지는 애기도 상관없다고 꼭 가보라고 추천하며 우리 마음에 불을 지피고 가셨다 ("그 이상 올라가면 애기 뇌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서 가면 안되고요"라는 말을 붙이셔서 찜찜하기는 했지만)  높이만 보곤 그냥 접은 곳이었는데,  마음이 요동쳐버린 우리는 28개월과 이 높은 산을 함께할 수 있을지  몇 시간 동안 검색한 끝에, 마침내 그래 가보자 큰 결단을 내리게 된다.

 


출처- 구글 검색 이미지

 
다음날 오전 힐튼 와이콜로아 빌리지 라군에서 신나게 놀고 좋은 컨디션을 위해 낮잠도 재웠다. 1시간만 자고 출발할 예정이었다. 그러다 나도 살짝 잠이 들었는데 깨보니 남편이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앉아있다. 비지터센터가 오늘 문을 닫았다고 한다. 홈페이지를 보니 무슨 전기문제로 폐쇄한다는 공지가 있다. 기껏 가려고 마음먹었구먼. 함께 멍 때리고 몇 분을 앉아 있었다.


나는 3년 전 마우이 할레아칼라 일출 보러 가기 전날 밤 11시에 우연히 홈페이지에서 할레아칼라 정상이 폐쇄되었다는 글을 발견해서 못 갔던 기억이 났다. 사실 길 자체를 막은 건 아니라 별은 비지터센터 밖에서 봐도 되었지만 애기랑 있으니 밖에서 보면 춥지 않을지, 응급상황엔 누가 봐주는지, 안전요원은 있는 건지 하는 걱정이 줄줄이 소시지처럼 딸려올 수밖에 없었다. 아 이번에도 이러네. 나는 하와이에선 뜨는 해나 지는 해나 볼 인연이 아닌가 보다. 그렇게 꽤 오래 둘이 앉아 멍 때리고 있었는데 (난 사실 다른데 어디갈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남편이 그래도 그냥 센터 밖에서라도 보자고  파이팅을 외치며 옷을 주섬주섬 입는 것이 아닌가. 머리에선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싫어 안 갈 거야! 했지만 덩달아 얼떨결에 준비하여 자는 애기를 안고 급히 호텔을 나섰다.



출발 


예상보다 약 30분 정도가 지연되어 5시쯤 호텔을 나섰다. 힐튼 와이콜로아 빌리지에서 마우나케아 비지터센터까지는 40~50분 정도 걸린다. 가는 길은 마치 평지처럼 보이지만 쉬지 않고 올라가는 도로. 출발한 지 10분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귀가 먹먹해졌다. 4륜 구동차가 힘겨워하는 게 느껴졌다.


도로 주위는 정말 말 그대로 대 자연이었다. 산을 올라가 보지 않더라도 이걸로도 충분하겠다 싶은 마음이 들만큼 멋있는 광경이 많았다. 너무 황당하게도 둘 다 황급히 나오느라  백두산보다 더 높다는 산에 가면서 각 휴대폰 배터리 25%, 5%를 들고 나오는 무모함 (무식함)을 뽐내게 된 상황이라 배터리를 최대한 아껴야 했지만, 이런 열악한 상황에서도 도저히 놓칠 수 없어 사진 몇 장을 찍었다.


마우나케아 비지터센터 올라가는 길- 구름을 향해 가고 있다
구름 속을 헤쳐가는 중 - 앞이 잘 안 보여 중간에 차를 몇 번 세워야 했다
구름 위에 있는 우리 - 5시 반경
완전히 구름 위로 올라왔다


비지터 센터 도착: 일몰


주변 경관에 감탄하며 올라가다 보니 비지터센터엔 금방 도착했다. 5시 40분쯤 되었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밖으로 나오니 엄청난 장관이 펼쳐져 있었다.  구름이 마치 솜사탕 펼쳐놓은 양 하늘 가득 뿌려져있다. 공기가 쾌청하여 머리까지 뻥 뚫리는 것 같았다.


끝없이 펼쳐진 구름
구름 저 높이 차가운 반달이 살포시 놓여 있다



비지터센터는 공지대로 닫혀있었지만 안전요원들이 주차장으로 차를 안내하며 정상으로 가려는 사람들에게 주의사항 등을 알려주었다. 일몰을 보려면 어디로 가야 하냐고 물으니 옆 쪽 작은 언덕으로 가면 좋다고 하여 서둘러 걸어갔다. 해가 구름 아래로 내려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구름이 뭉게뭉게 하다. 워낙 주변 경관이 장대하여 모든 것이 작게 느껴진다
오토바이는 올라갈 수 없다는 표지판 (여기에 목숨 걸고 오토바이를 끌고 올 사람은 없을 듯합니다만)
나는 호텔에서 싸온 담요와 먹거리를 들고, 오빠는 애기를 안고 고행의 길- 언덕 돌 무더미에 앉아 담요를 두르고 싸온 음식을 먹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담요는 왜 이리 무거운지



보기엔 낮은 언덕이었으나 워낙 주변 경관이 장대하여 작게 보였던 것일 뿐 20분 이상 걸어야 했고 가팔랐다. 워낙 고도가 높은 탓에 계속 헉헉 거리며 올라갔다. (이걸 아는지 모르는지 우리 애기는 계속 키키키킥)



그렇게 고행의 길을 올라가니 주차장에서의 감동이 무색해질 또 다른 엄청난 장관이.





돌 위에 앉아 해가 지는 모습을 보았다.




아마도 평생 남을 사진들





멋있다. 절경이다. 장관이다.라는 말로는 표현할 수가 없다. 비현실 속 어딘가에 서있는 느낌이었다. 여기가 지구인가 우주인가. 이런 걸 내 눈으로 볼 수 있다니. 우리 애기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할까.

한참을 보고 있으니 해가 구름 아래로 떨어지고 날이 점점 추워졌다. 서둘러 아래로 내려왔다. 



(화성에 가본 적은 없으나) 왠지 화성 느낌
이런 곳에서도 식물이 자란다. 낮은 지대의 식물과는 확연히 다른 식물들
주차장으로 돌아가는 길. 직원이 알려준 지름길
고산병이 뭔가요, 신명 나신 28 개월


 별구경


차에서 간단히 간식을 먹이며 깜깜해지기를 기다렸다. 아이는 반짝반짝 작은 별과 달 달 무슨 달 동요를 무한 반복으로 불렀다. 7시 반쯤 되어 잠깐 밖으로 나와 보 반달이 밝은데도 많은 별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




7시 반에도 잘 보였지만, 역시 핸드폰은 한계가 있어 아쉽다.



8시쯤 다시 나왔다. 달이 없는 날 와야 잘 볼 수 있다고 해서 큰 기대를 안 했는데 나와보니 하늘에 수없이 빛나는 별이 반짝이고 있었다. 어떤 사람은 미리 다운받아온 별자리 어플을 하늘에 맞춰보고 있었는데 뒤에서 보니 웬만한 별자리는 다 보이는 듯했다. 우리는 유일하게 알고 있는 북두칠성밖에 못 알아챘지만 그래도 좋았다. 태어나서 가장 많은 별을 보았다. 비록 사진으로 담지 못했지만 마음속에 별이  박혔다.




그나마 잘 나온 사진. 가장 빛나는 밤하늘을 본 날


누군가를 몽환적으로 만들 수도 설레게 만들 수도 있는 별들이 하늘을 가득 수놓은 밤이었다. 너무나 사랑하는 아이와 남편과 함께 하늘을 보는 나는 마음이 벅차올랐다.



내려가는 길


조금 더 있고 싶었지만 이제 밤이 늦고 사람들도 많이들 내려가고 추워 내려가기로 했다.  차가 많이 없고
특히 중간엔 구름을 지나느라 아무것도 보이지 않기 때문에 차를 세우기도 했다.




빅아일랜드는 리조트도 좋았고 수영도 원 없이 했고 풍경도 좋았고 모든 것이 천국 같았지만 마우나케아 산에서 본 일몰과 구름과 별은 잊을 수가 없다. 마침 이 날이 결혼기념일이기도 했어서, 함께 보니 더 좋았다. 하와이 오기 전부터 계속 이 산에 가자는 걸 나는 혼자 가라고 애기를 도대체 어떻게 데려가냐고 말도 안 된다고 했는데 내려오는 길에 남편에게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10년 뒤에 우리 아기랑 정상에 꼭 함께 올라가야지. 기억은 못하겠지만 이 날 산에서 본 광경이, 이 여행이 우리 애기 마음에도 깊이 남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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