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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쏭쏭 Feb 21. 2019

아이와 하와이, 지극히 일상 같은 여행

10일의 하와이 프롤로그, 완벽한 여행이었다

여행이 계속되며 우리는 조금 더 편안해졌다. 이곳에 와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디를 가야 하는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오롯이 낯선 땅에 떨어진 우리의 모습을 아이의 눈으로 바라보는 여행. 우리 하마가 단순히 우리의 자식이 아니라 우리 셋은 가족, 한 팀이자 공동체라는 것이 느껴졌다. 여행의 무게가 가벼워졌고 동시에 한없이 꽉 찼다.


빅아일랜드에서 비행기를 타고 날아와 도착한 오아후 호놀룰루 공항엔 4년 전 광경이 똑같이 펼쳐져 있었다. 하와이 특유의 신나는 공기와 함께 익숙한 내음이 스윽 몰려왔다. 리조트로 가는 길, 늘 지평선 가까이 있던 구름마저 그대로인 같은 풍경 속에 둘이었던 우리가 아이를 안고 있으니 기분 참 묘했다. 여행지가 익숙하게 느껴지는 기분도 마찬가지. 아마 나중에 또 오게 된다면 지금의 우리를 다시 추억하겠지.  하와이는 여전하다며, 우리가 이렇게 자라서 또다시  왔다며.  뜬금없이 코끝이 시큰해졌다.





오아후에서 5 매일 같았다. 하루도 빼놓지 않고 아침을 해 먹고, 든든해진 배를 안고 풀장으로 내려갔다. 풀장에는 온 세계 어린이들의 웃음소리가 사방에서 통통 튀어 다녔다.  빅아일랜드에 비하면 도떼기 시장 같았지만 이게 오아후의 매력이었다. 북적북적하고 활기찬 기운으로 가득 찬 이 곳. 하와이의 모든 기운은 여기서 나오는 듯한 가볍고 매력적인 공기. 우리는 다른 이들처럼 신나게 작열하는 태양 아래 신나게 수영하고 신나게 몸을 굽고 신나게 웃었다.


3시간 넘게 놀다가 배고파질 즈음 오빠는 우리 하마를 데리고 방으로 올라가고 나는 빌리지 내 음식점에 가서 아이와 함께 먹을만한 음식을 포장해왔다.  방에 도착하면  아이는 이미 오빠와 샤워를 마친 뒤 내복을 입고 방 안을 뛰어다니고 있었다. 내가 샤워를 하는 동안 오빠가 상을 차리고, 샤워를 마치면 셋이 키친의 하이체어에 앉아 점심을 먹었다. 지난 여행에선 먹지 못했던 하와이의 전통 음식 로꼬모꼬를 , 정말 맛있었던 갈릭 쉬림프, BBQ를 과 함께 먹평소와 다름없는 보통의 대화를 나누며 웃었다.


 네가 사 온 음식들 말이야 모두 한쪽으로 쏠려 있어. "

" 왠지 신나서 손을 마구 휘저어가며 걸었네. 히히"

" 고새 손에 든 거 까먹고 또 룰루랄라 하셨구먼."

 

우리 꼬맹이는 자신이 얼마나 슬라이드를 용감하게 탔는지 무용담을 늘어놓으며, 입을 쩍쩍 벌리고 밥을 먹었다.  


밥을 먹고 나면 아이는 낮잠에 빠지고 우리는 거실에서 책을 읽거나 한국에서 담아온 예능을 보았다. 4시쯤 되면 아이를 깨워 리조트 밖으로 나가 핑크 트롤리를 타고 어느 날은 와이키키 해변에 어느 날은 쇼핑몰에 어느 날은 마트에 갔다.  모든 사람들이 깔깔 웃으며 질세라 신명을 풀어내는 레스토랑에서 께 큰 소리로 떠들며 저녁을 먹기도 했다. 어느 날 밤엔 리조트 산책을 했다. 밤 수영을 즐기는 사람들과 음악 소리 덕분에 여전히 활기찬 풀장에는 4년 전 보았던 공연에 대한 기억, 싱어가 노래를 정말 잘했고, 사람들이 흥이 나서 일어나 춤을 추었고, 나는 차마 일어나진 못하고 자리에 앉아 소리 지르며 노래를 따라 부르고 들썩였던 추억이 선명했다.

와이키키 해변에 갔던 날, 길거리 공연을 오래도록 보느라 트롤리가 끊기는지도 몰라 호텔까지 30분을 걸어와야 했다. 다음 날은 쇼핑몰에서 구입한 28인치 캐리어를 트롤리에 들고 탈 수 없다 하여  또 다른 어두운 길을 40분 동안 걸었다. 짜증은 커녕 발바닥이 조금 아프다는 것 외에는 그저 즐거웠다. 아무도 없는 길, 시원한 밤공기 안에서 타달타달  캐리어 소리가 울리고 아이가 유모차에서, 아빠 어깨 위에서 무등을 타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면 우리도 그에 맞춰 노래를 불렀다. 셋이 함께 있으니 인적이 드문 밤거리도 두렵지 않았다. 우리의 노래로 가득 찬 밤이었다.



지극히 평범한, 일상 같은 여행이었다.  여행 전 우리하루처럼 바쁜 하루 속에 뛰어다니며 조바심 내지 않아도 되었다는 것. 그 하나만이 우리의 일상과 달랐다. 굳이 맛집을 찾아가지도 않았고 명소 방문을 위해 일정을 골똘히 고민하지도 않았으나, 충분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여행이었지만 하와이에서 우리는 우리가 해야 할 모든 것을 했다. 온전히 누리는 것. 완벽한 여행이었다. 




혼자 하는 수영에 처음 도전했고, 성공했다.
이건 무슨 맛이야?
호텔까지 걸어 돌아가는 밤
오아후, 밤





오늘이란 평범한 날이지만,
미래로 통하는 가장 소중한 시간이야.
 - 영화 UP -




우리의 여행에는 별빛이 내려 /  지난 2년간 아이와 함께한 여행 성장 기록. 하루하루 열심히 살다가 문득 지치는 어느 날 여행을 계획하고 그 날을 기대하며 다시 일상을 소중히 살아내고 그러다 떠나는, 평범한 여행자의 빅아일랜드, 오아후, 발리, 오키나와, 싱가포르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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