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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이프릴 Mar 14. 2019

아기 거북이를 바다로 돌려보내기

색다른 하루- 발리 꾸따

누사두아에서 몸이 닳도록 수영을 하며 지내던 어느 날, 우리는 누사두아를 넘어 꾸따에 가보기로 했다. 바로  Bali Sea Turtle Society 프로그램에 참여해보기 위해서다.


https://m.facebook.com/baliseaturtlesociety/?locale2=ko_KR

https://www.baliseaturtle.org/?m=1



Bali Sea Turtle Society (BSTS)는 발리 해안에 산란된 수많은 바다 거북이 알이  무사히 부화할 수 있도록 돕는 NGO 단.  꾸따 변에 관광객이 많아지면서 모래 속 바다거북이 알들이 훼손되는 경우가 증가했다고 하는데,  BTST는 이런 북이 알을 가져와 인공적으로 부화할 수 있는 환경에서 리하고 있었다.  부화된 아가 거북이들이 바다로 돌아갈 능력을 갖추게 되었을 때쯤 바다에 방하고, 비정기적으로 관광객과 함께 방생하는 이벤트를 운영하기도 한다.  페이스북 페이지를 보니 우리가 발리에 머무는 일정 중 아기 거북이 300마리(!!!)를 바다에 돌려보내는 날이 있었다. 근래에 가장 큰 규모의 방생이었다. 기꺼이 우버를 불러 타고 꾸따로 향했다.



해변가에서 내려 구글 지도에 의지해 걷다 보니 커다란 거북이가 나왔다. 이 곳이 BSTS  본부라고. 알들을 품고 있는 듯한 커다란 거북이 형상 안에 작은 거북이 알들이 부화를 준비하고 있었다.


BSTS의 거북이 방생 프로그램은 4시에 토큰 (거북이를 배정받을 수 있는 티켓)을 나누어주고, 4시 반쯤 토큰을 배부받은 사람들에게 거북이를 나누어준 뒤 다 함께 바다로 가서 거북이를 바다로 보내주는 순으로 진행된다. 인기가 많아 토큰을 받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고 하여  거의 1시간 전에 도착해 안정적으로 토큰을 받았다. 토큰을 받고 나니 왠지 휴가지에서 흔히 하지 않는 일을 한다는 생각에 괜스레 흥분되었다. 하! 이제 조금만 있으면 거북이를 받아 바다로 갈 수 있다니! 좋은 단체에서 하는 뜻깊은 행사에 참여하는 것이니 뿌듯한 기분이 들어야 마땅했으나 사실은 색다른 경험을 한다는 사실만으로 한껏 고무되었다. 여유로운 누사두아와 달리 젊은이들의 활기가 가득한 꾸따의 기운은 우리의 들뜬 마음을 달궈주었다.


 


Bali Sea Turtle Society
부화를 기다리는 바다거북이알들, 날짜로 관리한다



방생시간을 기다리며, 꾸따해변


4시 반이 되자 사이렌이 울렸다. BSTS 본부에는 대표님으로 추정되는 분이 확성기를 들고 주의사항을 얘기하고 있었다. 거북이를 손으로 만지지 말 것, 안내 없이 거북이를 먼저 바다로 보내지 말 것, 바다로 가는 동안 대열을 이탈하지 말 것 등.  모든 문장마다  "Ladies and gentleman, boys and girls"를 붙이곤 그 말에 웃는 사람들을 보며 즐거워하는 유쾌한 대표님이었다. 그 옆에선  작은 플라스틱 바구니 하나에 거북이 한 마리 씩을 나누어 주었다. 우리도  300여 명의 사람들에 섞여 줄을 섰다. 


여기서,  한마리만 받았으면 참 여유롭고 좋았을 것을, 한 사람에 한 마리 씩, 총 3마리를 받아들면서 바다까지 고행길이 시작되었다.  아무리 아가 거북이라 해도 우리가 알고 있던 남생이와는 차원이 다른 이 녀석들인 것이다. 과연 바다 거북이답게 어찌나 힘이 센지 받아든 순간부터 작은 플라스틱 바구니 안에서 활개를 치며 다녔고 우리 3살 배기 꼬맹이는 활력 넘치는 거북이가 무섭다며 거북이가 든 바구니 자체를 거부했다. 결국 내가 양손에 두 마리를 들고, 남편은 한 손으론 아이 손을 잡고 한 손으론 거북이 한 마리를 들고 대열을 따라 바다로 걸어갔다.  내가 들고 있는 거북이는 어찌나 쎈지 주위 사람들이 "Your baby is so powerful!" 하고 웃으며 지나갈 정도였다.  나의 베이비는 앞발을 플라스틱 케이스 끝에 걸친 뒤, 몸을 돌려 뒷발까지 케이스로 뻗치는 작업을 쉬지 않고 반복했다. 알아듣지도 못할 테지만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 "거북아 제발 들어가"라고 거북이에게  사정을 하며 겨우 다리를 밀듯 걸어갔다. 게다가 무리 중 몇 명은 내 옆의 가족을 보지 못하고 저 여자는 왜 두 마리나 받았지라는 표정으로 쳐다보는 통에 민망함까지 견뎌야 했다. (아니에요. 우리도 인원수대로 받은 거랍니다. 저에게도 가족이 있어요.)  

나의 바다거북이, 두려움 반 호기심 반으로 쳐다보는 3살 꼬맹이
거북이 방생에 참여한 관광객들 (출처:BSTS 공식 홈페이지)


거북이 방생이 시작되었다. 300명의 사람들이 일렬로 바다 앞에 선 뒤, BSTS의 안내에 따라 순서대로 아가 거북이를 모래사장에 내려놓아 주었다. 작은 거북이들은 그 본능에 따라 열심히 바다로 기어갔다. 모두 한마음으로 자신이 데리고 온 거북이가 바다까지 잘 도착할 수 있도록 응원하는 순간. 순수히 바다 거북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모였든 여행의 추억을 위해 모였든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일렬로 서서 진심을 다해 행사에 참여하고 있는 모습 자체로 장관이었다. 1시간째 이어지는 대표님의 "Ladies and gentleman, boys and girls"이 너무 익숙해졌을 때쯤, 모든 거북이들이 바다에 도착해 파도를 타고 멀리 떠났다.  우리도 비록 바다까지 오는 과정은 험난했지만 상상했던 대로 각자의 거북이 바다까지 따라 들어가서 힘차게 응원해주었다.


나의 슈퍼맨 거북이
출처: BSTS 공식 홈페이지



이렇게 바다로 떠난 아가들은 25년 뒤 다시 이 곳으로 돌아온다고 했다. 우리 꼬맹이는 28살이 된다. "아가, 나중에 우리 아가가 어른이 되면, 지금 우리가 보내준 아가 거북이들이 우리를 만나러 다시 이 바다로 온대.  그때  이 바다에 다시 와서 꼭 인사해주자"  이루어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가득 담아 아이와 함께 한참을 바다를 바라보았다.


먼 훗날 이곳을 다시 찾을 생각에 기분이 묘해졌다. 어쩌면 서로 알아보지 못할지라도 진짜 만날런지도 모르겠다는 다소 신화스러운 생각도 했다.  여행 초 긴장했던 마음이 무색하게 참으로 평화롭고 즐거운 감정만 가득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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