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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림팔라 Mar 19. 2019

브-런치 실험용 글

[서사의 분말상자]

대체 왜 글 쓰고 올리는 사이트 이름이 ‘아점’일까?

‘씀’이나 ‘Pencake’, ’어라운드’, ‘데이그램’같은 다른 앱이랑은 누가 봐도 약간 이름의 결이 다른 것 같다.(다시보니 Pencake도 애매하네)

당연히 ‘망고플레이트’ ‘다이닝코드’ 이런 친구들이랑 스토어 순위권에서 엎치락뒤치락하고 있어야할 것 같은데.


혹시 글 쓰는 사람들이 통계적으로 아침 겸 점심을 조금 더 자주 먹나?

이건 약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물론 매일 8시에 일어나서 9시에 아침을 먹고 12시 반까지 글을 쓰고 점심을 먹는 직업적 글쓰기에 종사하는 사람도 많겠지만, 되는 대로 새벽 3시에 아무래도 잠이 안 와서 쓰고, 오후 2시까지 퍼질러자다가 공부하기 싫어서 쓰고, 아침부터 쓰다가 삘 꽂혀서 밥 안먹고 쓰고 하다보면 상대적으로 제 때 밥 안먹는 사람이 많을 것도 같다.


그게 아니라면 글 쓰는 사람 특유의 분별없는 감정이입일 수도 있다.

아침도 점심도 아닌 애매한 식량을 보면서, 생명이 움트는 창조성을 지닌 아침의 모습도, 가장 활발하고 뜨겁게 활동하는 박력있는 점심의 모습도 미처 되지 못한 것 같은 서글픈 자신의 신세를 떠올린 것일 지도 모르겠다. 이젠 젊지도 완전히 늙지도 않다고 느껴질 때 사람들은 가장 뭐라도 쓰고 싶어지는 건 아닐까? 자신의 존재를 규정하거나 규정되고 싶어서라도.


나의 경우엔, 맛집 어플은 다이닝코드를 쓰고 맨날 늦잠 자서 아침은 안 먹고 늦은 점심을 먹으니 아무래도 감정 이입 쪽으로 마음이 쏠린다. 나름 그럭저럭 맛있는 사람이었던 것 같은데. 어느새 사람들은 취향껏 아침을 먹어버렸고, 점심식사 때를 기다리기엔, 기다릴 시간이 너무 멀 뿐더러, 점심에 새로 만들어져 나올 요리들과 싸워 이길 수 있을지 자신도 없고, 뭐 그렇다. 새로 케찹이라도 좀 뿌리고, 에어프라이어로 몸을 데우기라도 하려는 요량으로 뜬금없이 페이지도 옮겨보고 그림도 그려보고 하는거지. 그래도 확실히 사과연필도 쓰고 커버 사진이나 나눔명조체도 끼얹다보니, 원래 페이스북으로 보던 시리우스/카시오페아 글씨체의 작은 게시글보단 때깔이 조금은 나는 것도 같다. 누군가 갑자기 나를 알아채서 맛있게 즐겨주기를 기대하긴 어렵고, 그냥 미리 데워놓은 온기가 너무 빨리 식지 않도록 잘 머금고 있기를 기대해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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