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지 않게 느껴지는 몸을 끌고 그는 병원 문을 열었다. '나는 임신 6주차입니다. 부탁합니다.' 조금은 어색한 발음으로 그가 말했다. '다른 사람들보다는 조금 늦게 오셨네요.' 라며 의사는 무신경하게, 어느 누구도 원하지 않은 수술을 시작했다. 마지막 순간이라는 게 그렇게 어처구니없이 찾아오는 것일 줄은. 그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바보같은 실수였습니다. 참담한 기분입니다.' 사죄 속에 담겨있는 것은 직업적 책무감, 그리고 자신과 병원의 안위에 대한 걱정뿐. 아무도 그 판단착오 속에 깊게 뿌리박힌 편견에 대해서는 입을 열지 않는다. 자국을 떠나 도착한 머나먼 타향에서, 처음 마주하게 된 새 생명에 대한 설렘은 차갑고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모습으로 그렇게 싸늘하게 식어갔다. 카테이텔에서는 끝내 미처 만나보지 못한 작은 아이의 피눈물이 흘렀고 타국인이라는 이유로 한 순간에 모든 것을 잃어버린 그는 그저 스스로를 책망할 뿐이었다. 파헤쳐진 몸 속 어느 한 구석에도, 그의 잘못이나 책임은 하나도 있을 리가 없는데. 하염없이 그는 자신의 국적을, 자신의 언어를, 자신의 정체성을, 자신의 빌어먹을 신세 따위를 책망하며 피투성이가 되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