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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아치우먼 Feb 16. 2021

발칙한 프레임, 심리학을 겨누다

내가 제일 소중하다는 거짓말



#심리학에 나를 부탁했다.

조커 영화를 봤다. 주인공(호아킨 피닉스)이 정부가 지원하는 저렴한 정신과 상담을 받는 장면, 이렇게 나는 감탄했다.

 "미국이라는 동네는 역시 대단한 곳이야."

1970년대 저소득층에게 정부가 정신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다니. 우리나라는 아직도 아닌데. 미국은 벌써 그랬다니... 부러움에 잠시 영화 흐름을 놓치기도 했지만 그 장면만큼은 조커가 부러웠다.



직업상담은 직업과 상담(심리학)의 분야를 절묘하게 혼용하고 있어 역사적, 과학적으로 유명한 심리학자들의 이름을 외워야만 했다.



한때는 임상심리까지 탐독하느라 밤을 새운 적도 있었다. 심리학은 퐁퐁 튀는 재미가 있는 학문이다.(물론 수박 겉핥기 식이긴 했지만) 심리실험 데이터가 축적된 것이 많고 발랄한 심리적 도구들이 많다. 성격유형을 분석해 미래를 알아맞히는 점쾌처럼 신통하기까지 했다.



최근 휴대폰으로 성격유형 검사 MBTI가 열풍처럼 유행했다.



심리학자들은 자신의 가설을 주장하며 반드시 이를 뒷받침하는 실험의 결과들을 공개했다. 그리고 나는 이런 동영상을 검색해 저소득층의 자립심을 키우기 위한 교육의 소재로 사용하기도 했다.



내가 접한 동영상, 실험기간만 75년, 실험 관찰자만 4번이 바뀐 실험을 보고 아주 감동했다. 이 동영상의 텍스트를 간추려 옮겨 본다.



2000년 밀레니엄을 맞아 하버드대 교수들은 인간의 행복에 대해 말합니다.. 그리고 하나의 중요한 실험이 진행되었습니다.

하버드에서는 1938년부터 75년 동안 700여 명의 대상자를 중심으로 이들의 인생을 모니터링하게 됩니다. 이들의 성장과정과 직장생활, 건강상태, 가족과 친구들, 육체적 상태 등 모든 과정을 모니터링하고 인터뷰합니다.

연구담당자는 4번째 바뀌었고, 마침내 로버트 윌딩거는 다음과 같은 사실을 발견합니다.
1. 사회적 연결은 매우 유익하며 고독은 좋지 않다.
2. 좋은 관계에서 친구의 수보다 관계의 질이 더 중요하다. 3. 좋은 관계는 몸에도 좋지만 뇌에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 행복한 삶이란 부와 명예가 아니라 좋은 관계입니다.




이 영상을 보여주며 나는 그분들에게 말했다.

사회적 연결이 매우 중요하다.

사회적 연결을 위해 사회적 관계를 맺어야 한다.

사회적 관계는 일을 통해 동료라는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고로 당신이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일을 해야 한다. 이보시오, 일 좀 합시다!

자, 일을 위한 프로그램에 참여하세여!!!



여기까지의 말을 핵심적으로 정리하면 나도 심리학에 기댄 뻥쨍이, 심리학의 허위에 빌붙어 약장사를 했던 것에 대한 고백이다.





# 흔들리고 아픈 나를 위로하는 책의 홍수

최근 감명 깊게 읽었고, 그래서 감동을 나누고자 내 브런치에 실험의 일부를 인용했던 책.<나는 내가 제일 어럽다> 우르슐라 누버지음/손희주 옮김

필사를 하고 싶은 대목이 얼마나 많았으면 책장마다 연분홍 띠지가 만국기처럼 펄럭인다.




이 책의 홍보 카피는,

남에겐 친절하고 나에게 불친절한 여자들을 위한 심리학. 이 문장을 읽는 순간, 그동안 나에게 왜 그렇게 불친절했는지. 자꾸 반성하며 내 머리를 내가 쥐어박았다. 바보, 멍충이... 책을 읽는 순간 푹, 아니 푹이라는 말로도 모자라 쏘오옥 빠졌다.



- 여자는 한 번은 우울증에 걸린다.

- 평범한 여자들은 우울감을 우울증이라 하지만 유명한 사람들은 번아웃이라고 표현한다. 유명한 사람이나 부자들은 우울증도 번아웃으로 위장한다.



이 책을 읽을 무렵 나는, 번아웃이 왔다고 여러 사람에게 투정을 부리는 시기여서 살짝 부끄러워지기도 했다. 맞아. 내가 제일 어려운 것 같아.



독일의 동화, 룸펠슈틸츠헨의 통해 여성이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 어떤 태도를 지녀야 하는지. 명쾌한 해석을 따라가다 하루 저녁에 이책을 다 읽었다. 우울감을 극복하기 위한 마스트키까지 제시한다. (책 홍보는 아닌데....)



그리고 연달아 검색한 심리학 책들, 책에 대한 비판으로 연결될 수 있을 것 같아 책 제목은 생략하고 책 앞에 붙은 카피들만 나열해 본다.

예스 24시와 알라딘에서 심리학이란 단어로 검색했다. 



이제는 흔들리지 않고 삶의 중심을 잡고 싶다

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책

착한 척, 괜찮은 척하느라 지쳐버린 이들을 위한 위로

복잡한 세상과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 보는 심리한 법칙 75

심리학에 기초한 100가지 스트레스 관리법

당신은 왜 부자가 되지 못했는가

테러리스트, 직장상사, 말 안 듣는 아이까지 누구에게나 어디에서나 통하는 심리학의 대화법

나도 아직 나를 모른다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불변의 6가지 법칙

사는 게 내 마음 같지 않을 때

자극이 필요해

30년 동안 미처 하지 못했던 그러나 꼭 해주고 싶은 이야기들

지쳐가는 일, 상처 주는 관계, 흔들리는 마음을 위한 책



위의 모든 책들을 다 읽었다면 좋았겠지만 읽지는 못했다. 이 책들을 비난할 생각은 전혀 없다. 베셀이 되기를 바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열한 문장들을 보면 심리학의 전제 조건이 드러난다. 상처, 흔들림, 지침, 위로, 그리고  모든 심리학의 공통분모 나. 나는 불완전하며 상처받고 정서적으로 빈곤하고, 자극이 필요한 대상으로 이미 간주(설정, 세팅) 되어있다.



내가 이렇게 많이 불안했나.

이토록 상처 받고 흔들렸나.

여기까지 어떻게 왔지.



딱, 그 말이 생각났다.

"말짱한 사람도 병원에 가면 환자 된다."

심리학 책을 읽으면 우리는 그동안 너무 외로웠고 트라우마란 괴물을 하나씩 품고 있다고 느낀다. 책에 등장하는 여러 심리학자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실험 결과가 <하버드 75년간의 실험>처럼 이론을 증명하는 근거를 제시하면 또 우리는 연필을 쭈욱 그으며, 갈채를 보낸다.



실험, 증명, 증거에 우리의 심리는 발가벗겨진다.

공히 <나를 사랑하라> <나에 대한 자신감> <결국 중요한 것은 나를 온전히 세우는 것> 나도 브런치에 그렇게 주장했다. 나에 대해서만 착각하지 않으면 모든 착각은 괜찮다, 라고 주장했다.



 <가끔 나의 안부가 궁금하다>라는 브런치 북을 발행하며 심리학의 피셜을 색깔만 바꿔치기 해 내것으로 가져왔다. 도둑질은 아니고 책을 이것저것 읽다 보니 여러 색깔들이 엉켜 심리학을 코스프레 했다고 변명한다.



그리고 지난해 8월  브런치 작가 선정 이후 70여 편의 글을 쓰고 난 뒤, 심리학은 허위의 옷을 입고 있다는 사실을, 디테일하게 말하면 심리학 책의 허위라고 하겠다. 그 빛깔을 나는 이렇게  느꼈다.





내 앞에 놓여 있는 필통을 보고,


A심리학자는 연필을 넣어 두는 도구라고 말했다.

B심리학자는 볼펜을 넣어두는 주머니라고 한다. 또 C학자는 주머니 역할을 하는 통, 또 다른 학자는 빨간 점박이가 있는 연필 가방, 다른 이는 연필만 넣을 수도 있지만 지우개도 담을 수 있는 그릇이라고 주장한다. 각자의 심리학 분야에 따라 다르게 정의할 것이다. 심리학은 발달심리학부터 군사심리학까지 52개가 넘는 영역을 가지고 있다.


D심리학자는 이 필통을 구입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심리실험, 이 필통을 누가, 왜 구입했는지 근거를  통해  필통 심리학의 가설을 세울수도 있겠다.

"필통은 여성의 전유물이며 여성들의 지적 호기심과 필통의 소비양은 비례한다"



본질은 똑같은 필통이다. 똑같은 것을 다른 언어로 말하고 해석하며 결국 나중에는 이것은 필통이라고 명명한다. 심리학은 <사람의 마음>에 관한 학문이지만 마음을 강조하느라 우리의 발아래,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를 보지 못하게 하는 약점을 가지고 있다.



심리학의 외피를 쓰고 수없이 쏟아지는 심리학 책의 홍수는 심리학 깊이는 정작 담아내지 못하면서 마음을 위로하는 <매뉴얼>을  제시한다. 수 백개의 실험과 주장이 등장한다. 그리고 모두 엇비슷한 처방전을 제시한다.



나는 상처받고 흔들리고 있다.

이렇게 하면 나를 지킬수 있다.

내가 제일 소중하다.


어디서나 등장하는 30만 베스셀러, 150만명을 울린 베스트셀러라는 이름으로 진열된 심리학 책, 홍수의 물결을 허위라고 나는 말한다.



예스 24시와 알라딘에서 검색한 심리학 책



위로, 치유, 성장을 거듭해도 여전히 흔들린다. 내가 제일 소중하다는 말은 거짓말이 아닐까? 어쩌면 눈부신 하얀거짓말이 아닐까?





* 발칙한 프레임, 심리학을 겨누다, 2편으로 나누어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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