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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아치우먼 Feb 18. 2021

2. 발칙한 프레임, 심리학을 겨누다

심리학에 의해 우리는 코드화 되었다.



# 심리학의 썸네일, 테라피

심리학의 뿌리는 철학이며 19세기 독일의 분트가 인간의 정신을 실험실로 가져오면서 <심리학>이 철학과 구분되기 시작했다. 철학의 아류가 심리학인 셈이다.



주류(철학)를 추월한 아류의 대흥행. 심리학은 가깝고 친근하다. 철학은 아령처럼 무겁다. 성공한 심리학 사촌과 쇠락한 철학 종갓집 같다.



심리학은 수많은 이론가들에 의해 진화했다.

사람을 향해...

1920년 인간의 뇌파가 기록되기 시작했고, 1960년 신경세포간의 상호 전달 물질(정신질환 약물치료),

1970년 유전자 구조로 뇌에 대한 이해가 가능해졌다. 1980년대 뇌과학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마음, 의식, 뇌과학까지. 인공지능에 사람의 마음을 입히는 것이 가능할까. 머지않아 인공지능 심리학이 나오지 않을까.



심리학은 산업+심리학, 상담+심리학, 교육+심리학. 본래의 학문 앞에 심리를 장착한다. 그렇게 발전한 심리학은, 동물 심리학, 생리·생물심리학,  인지심리학, 사회심리학,.... 응용 분야에는 임상심리학, 산업심리학, 조직심리학, 상담심리학, 군사 심리학, 범죄심리학 등등. 다양한 형태의 실험 도구까지를 포함하면 그 산맥은 짐작조차 힘들다.


심리학이 결합되지 않는 영역은 어딘가?




나는 2019년 사진 테라피 교육을 진행했다.

<나를 만나는 시간-정체성을 쬐끔 찾기>, 교재는 없다. 교육 시작 전, 휴대폰을 진동모드나 죽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당신의 휴대폰을 꺼내세요!  갤러리  폴더를 열라고 말한다.


이때 교육생들은 이미 현타가 온다.

휴대폰을 꺼내라니 웅성웅성한다. 내 강의가 형편없어도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이미 50% 먹고 들어간다. 교육이 아니라 단체 수다에 가깝다.



저장된 갤러리 사진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당신이 가장 아름다웠다고 생각되는 사진을 고르고 그 이유를 말하시오. 그렇게 몇 개의 챕터를 묻는다.

발표하고 참여자들끼리 피드백을 하고 나면 교육은 제법 후끈해진다.



나만의 비법은 여기다  시 한 편을 얹는다.. 담백한 위로의 시, 고명을 살짝 얹는다. 그 후 1분 동안 멍상으로 마무리한다.


경험상, 폰으로 사진을 찍고 저장할 줄 아는 사람이면 누구나 참여가 가능하고 수업에 참여한 사람들은 잠시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갖으며 자신을 보게 된다.



강의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적절했다.

쉼과 치유와 정체성이라는 얕은 기교를 섞은 사진 테라피는 50대에게 제일 반응이 좋았다. 그 뒤로 요리 테라피를 알아보다가 중도에 포기했다. 테라피는 진짜 치유는 되지 못하다는 걸 알았다. 마음의 먼지를 가라앉히는 정도였다.



그래도 치유, 치료의 태라피는 우리가 가장 흔히 접할 수 있는 심리학의 외투며, 여전히 유효한 트렌드다. 테라피는 심리학의 썸네일로 계속 가동 중이다.

(숲 태라피/ 명상 테라피/ 허브 테라피....등등)





# 질소(N)와 닮은 심리학

치료 내러티브의 심리학은 원소 기호 7번 (N), 질소와 닮은꼴이다. 부서지기 쉬운 과자 포테이토 칩을 보호하기 위해 질소는 빵빵하게 배를 불린다. 심리학은 사람을 치유하기 위해 몸짓을 불렸다. 질소는 공기 중 5/4를 차지한다. 무색, 무취다. 심리학도 무색무취, 어디서든 존재한다.


질소는 다른 원소와 반응해 질적 변화를 일으킨다. 심리학도 다른 학문과 접속해 새로운 학문 체계를 형성한다. 질소는 우주의 대기권에 가장 많이 존재하는 원소, 심리학은 지구에 가장 많이 존재하는 이론이 아닐까 한다.



질소를 닮은 심리학에 우리는 자유로울 수 있는가?

쉽게 질문을 바꾸어 우리는 광고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가? SNS, 포털, 홈쇼핑, 유튜브, 넷플과 심지어 이 브런치까지. 수많은 베셀의 가판대 앞까지. 심리를 다룬 심리의 심리학까지.



# 심리학은 우리를 코드화(codage) 했다

심리학의 역할은, 노동자의 직무를 향상하고 행복감을 고취시키는 새로운 방식들까지 포함된다.

이러한 것들은 심리학연구가 제공하는 과학에서의 혜택만큼이나 중요하다. (네이버)



2차 세계대전이 마무리되었을 때 미국인들은 전쟁의 후유증을 겪었다. 미국 정부는 1946년 국민정신건강보호법을 법으로 제정한다. (이제야 조커의 정신과 치료장면이 이해된다) 우리나라의 국민건강보험처럼.


미국의 전 국민들에게 심리상담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한국의 건강보험제도가 국민들의 조기 건강검진을 가능케 했다. 이는 의사들에게 엄청난 혜택을 누리게 했다. 반면 우리는 과잉진료와 과다 약물치료& 조기발견이라는 양가 운명을 어쩔 수 없이 지니게 되었다.


마찬가지로 미국의 국민정신건강보호법은 수많은 심리학자들을 배출했고 심리학의 전성기를 맞았다.

많은 미국인들이 마음의 불안을 호소하며 심리치료를 받았고 이것들은 또 데이터로 축적되었다.


데이터의 축적은 또 심리학의 번성을 일으킨다.. 50세 이상이 되면 대장암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우리의 건강보험처럼, 심리학 검사도구들을 쏟아낸다.


전쟁의 잿더미 위에 심리학은 씨앗을 내리고 가지를 뻗었다. 미국 자본주의는 수많은 남자와 일부의 여자들을 공장에 가두어야 했다.



남자들이 미국이라는 공장에서 일하기 위해 여성적인 자질들(요령, 팀워크, 지시에 따른 능력) 감정에 대한 배려, 분노의 조절, 경청과 교감 등을 자신의 인성 속에 넣을 수밖에 없었다. 심리학의 언어가 이것을 가능하게 했다.  

- 감정 자본주의 중



기업의 리더나 중간 관리자와 교감한 노동자들은 더 높은 생산성을 가져왔다. 자본주의는 심리학에 의해 코드화 되었다. 사람의 성격과 작업환경을 분석했고  테이터를 구성했다. 어떻게 사람을 분류할 수 있을지 검사도구를 개발했다. 각 항목에 대한 체크는 나를 코드화는 디폴트 값이었다.




예를 들면, 직업상담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홀랜드 직업 유형 검사는 직업 환경과 사람의 유형을 6가지(육각형)로 분류한다. 이 검사에서 나는 사회 예술형(SA)으로 분류된다. 나의 직업심리검사 코드다. 사회 예술형(SA)은 사람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며 예술적인 활동을 즐긴다. 어울리는 직업군으로 상담사, 사회복지사, 교육자, 시민단체 활동가등의 직업군이 있다.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는 직업심리검사 도구이다



검사에서 정반대의 유형, 관습형(c)과 예술형(A)유형이 나오면 검사자는 내담자의 정서적 불안정을 본다. 심리검사에서 내담자가 기초 값을 위장했다고 짐작한다.



직업상담 영역에서 심리적 도구들이 어떻게 내담자를 코드화 하는지 예를 들었다. 코드화는 수없이 다양한 사람들을 <검사도구> 혹은 <진단 방법>이라

는 과정을 거쳐 이루어진다.


코드화는 우리에게 새로운 메시지를 형성했다. IQ를 이긴 EQ는 교육의 방향을 틀었다. 기업은 각기 개발한 인적성 검사로 인재를 선발한다. 코드화에 유능하지 못한 사람은 탈락하고 불완전성을 검열당한다 우리는 검사도구에 의한 코드화를 너무 자연스럽게 접했고 익숙해졌다. 코드화를 의심하지 않는다.


감정 자본주의 여러 감정 문화들을 재배치하면서 한편으로는 경제적 자아를 감정적이 되게 만들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감정들을 좀 더 도구적 해위에 종속하게 만들었다.
- 감정 자본주의 중에서


틀에 맞추고 인정한다. 사회적 존재로의 자각은 작아지고, 개인을 향한 시각은 비대해졌다. "불완전한 나, 상처 받은 나."  나를 찾고 나를 세우고 나의 의미를 찾으려고만 한다. 테스트를 통해 , 나는 이런 유형이야라고 나를 틀에 가둔다.



우리의 코드화는 괜찮지 않다. 분석되지 않고 버려지는 나의 펄떡거리는 본성들.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 날것의 나. 내가 흔들렸던 진짜 원인은 모두 나에게 있지 않다. 사회구조와 제도와 사상과 코로나와. 생산과 소비로 채찍질하는 자본주의와.


무색무취로 결합해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내는 자본의 속성들은 나를 수없이 지치게 하는 진짜 주범이란 걸, 깨달아야 한다. 나는 아무런 죄가 없다는 사실을... 고로 모든 것을 내 탓이라고 말하는 겸손함은 쓰레기통으로 버려야 한다.



# 물고기는 바다의 조류를 무시할 수 없다

줄 그은 책들에  지하 암반수를 들이마시는 기분으로 심취했지만, 마음속 감정이란 녀석은 참으로 고약했다. 슬펐다가, 허전했다가 우울했다가 괴로웠다가, 아팠다가 비참했다가 꿀꿀했다가 애처롭다가...

사는 동안 도통 종잡을 수가 없었다. 감정을 돈으로 환산해주는 가게가 있다면 나는 부자가 되었을 텐데.


본질은 반드시 고개를 드는 법이다.


나는 누구이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 가에 대한 질문은 미처 뿌리에 당도하지 못했다. 화려한 꽃에 유혹당해 내가 꽃인양 우수수 떨어져 내렸다. 심리도구는 얕은 기법으로 우리를 흥분케 하는  성공했지만 본질에 입김을 불어넣어 유리창을 흐렸다.  



물고기는 바다의 조류를 무시할 수 없고 우리는

자본주의 물결을 무시할 수 없다. 현재 그것을 내가 바꿀 수는 없다.

이 그릇 안에서 누구에게나 고통의 서사는 존재할 수밖에 없다. 자신만의 서사에 지나치게 파묻히지 말아야 한다. 세계와 사회를 인식하는 가치관, 자신만의 줏대를 가져야 한다. 철학, 인문학의 토대를 잘 닦아야 한다.



마음을 어루만지는 만큼 나만의 줏대를 세우는 것, 그것이 바다를 자유롭게 유영하는 물고기가 되는 방법이 아닐까.





# 나:) 거짓말에 속지 않는 방법


- 깊은 책에 몸을 맡기는 버릇도 때로는 필요하겠지

술술 읽히는 책도 좋지만 가끔은 머리 쥐어뜯으며 읽어야 하는 책도 두려워 말자. 책과 산은 깊은 만큼 울림도 크다. 책의 편식을 줄여야 한다.



- 생계 노동에 올인하며 내 시간을 완전히 불태우지는 말자. 생계 노동의 종말은 정해져야 한다. 예를 들면 아이가 대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혹은 8시간 노동을 탄력근무로 바꾼다든지. 먹고 살기 위해 노동하다 먹고살다가 죽을 수도 있다.



- 물질의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

제로 웨이스트나 비건 같은 미니멀은 아무리 강조해도 실천이 어렵다. 끙, 텀블러는 자주 깜박하고 나가고 시장바구니는 한번 쓰고 나면 거실 바닥 어디에서 뒹군다. 아무리 생각해도 수도권이나 신축 아파트를 포기하는 것이 물욕을 줄이는 확실한 방법. 아, 포기하고 싶지 않아. 명품이나 튀어 오르는 허세를 꾹꾹 누르는 것.



- 그리고 심리학에 가끔 의지하는 것

베셀에 무조건 손뼉 치지 말 것. 띠지에 흥분하지 말 것. 내 생각으로 다시 구글링 해서 검토할 것. 읽은 것은 되새김질 해 내 것으로 만들 것. 가지치기를 할 것....



지금까지 샌드백처럼 심리학을 툭툭 친 것은 결국 멍청하게 허어 입 벌리고 따라간 나를 질책한 것이다. 심리학은 아무런 잘못이 없고 사람을 코드 화하는 자본주의는 이제 인공지능을 통해 또 부지런히 우리를 코드화 하려 들것이다.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 인공지능이 우리를 물고 가기 전에. 10권의 책 중 인문학 책은 2권 이상 포함할 것, 사람은 본질을 삽질할수록 총명해진다.

 





< 참고 도서>

- 감정 자본주의

에바 일루즈 지음/ 김정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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