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양아치우먼 Jun 13. 2021

나는 브런치 개미인가

좋아하는 연예인이지만



마음 밑바닥에 이는 보풀까지

보이도록 솔직하게 쓴다.


일을 하면서 브런치 글을 일주일에 한 번씩이라도 업로드하려면 최소 3~4시간은 썼다 지우기를 반복하며 궁둥이를 붙들어 맨다. 일상에 씌었던 에너지를  책상 앞으로 매달고 글 호흡을 갖추기에도 시간이 걸린다. 글 하나를, 어젯밤부터 매달려 오늘 아침 11시까지 실랑이를 벌였다.



글을 부드럽게 반죽해 줄 언어들을 얻는 방식은 다른 작가들의 방을 넘나들며 내게 맞는 감각의 루틴을 찾아내는 것이다. 나는 오늘 아침, 박민진 작가의 브런치 글 세 개를 읽었다. 브런치를 통해 인정받는 작가의 필력과 사유와 기록들이 결코 허술하지 않았음을, 글을 보며 감탄했다.



추락, 화장은 읽어본 단편이어서 나와는 또 다르게 해석하는 박민진 작가의 시선이 신선하기도 했고 또 읽어보지 못한 싱크맨이라는 소설을 픽하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한 방에 세 권의 단편을 다트에 박듯이 꽂아버리는 필력이 작가를 경외하게 만들었고, 그래서 나는 그의 구독자가 되는 것을 기꺼이 허락했다.



리스펙 하게 되는 작가였다.

https://brunch.co.kr/@mjmovie



토요일 브런치 톡 채널과 브런치 메인 화면에 대해

글을 올린 뒤 뭔가를 또 하나 해냈다는 자긍심에 브런치 홈을 뒤적거리다가 나는 Moo진기행 작가의 얼굴이 메인으로 뜬 글을 보았다. 전현무 씨였다.


곧이어 카톡으로 어제 < 나 혼자 산다 보셨나요?>라는 브런치 톡이 왔다. 고개가 갸웃해졌다. 지금까지 토요일에 브런치 톡 채널이 온 적이 있었나, 호기심이 일었고 글을 읽었다.


그 순간에 구독자는 점점 오르고 있었다. Moo진기행 작가님의 브런치는 구독 1개(브런치), 글 개수 5개, 브런치 북이나 매거진은 하나도 없다. 댓글은 꾸준히 늘어났다. 문장의 양은 보통 브런치 작가들보다 적은 편이었다.


심지어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까지도 메인화면에 Moo진기행님의 얼굴이 띄워져 있다. 딱 꼬집어 말할 수는 없는데 선뜻한 마음이 들지 않았다.


뭘까.

브런치에서는 왜 이 분을 띄워주는 거지?

연예인이라서. 이 분이 브런치를 하면 브런치로 유입되는 분들이 많나. 아님 필력이 뛰어난가. 아니면 그 바쁜 와중에 브런치를 한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인가. 아니면 침체된 브런치 시장의 구원투수로 이분을 섭외했나.


그럼 나는 뭐지.

지금까지 브런치 개미였나.


브런치에 입성한 보통의 사람들은 구독자 수나 글 조회수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다른 작가들의 브런치를 넘나들며 라이킷을 누르고 또 구독을 주고받으며 나름대로의 스펙을 쌓기 위해 애를 쓴다. 나 또한 초반에는 구독자 수를 늘리기 위해 아는 사람들에게 브런치 글을 퍼 나르며 구독을 강요하기도 했다. 좋은 건 나누는 거라고, 이왕 볼 거면 브런치를 보라고.



아글타글 글 하나를 올리기 위해 애쓴 내가 한심해 보였다. 브런치도 어떤 프리미엄이 작용하는 건 아닐까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딸에게 물으니, 괜찮은데 유명인이니까. 그 사람도 그렇게 유명해질 때까지는 엄청 고생했을 거잖아. 엄마가 좀 예민한 거 같은데.


그런가. 나는 지금 그 사람을 까는 게 아니야.

브런치를 까는 거지. Moo진기행 작가님이 올린 글이 많고 또 사람들이 반응해서 구독자가 올라간 거면 나도 인정하겠는데 이건 에디터들의 흑심이 들어 있는 거 같은데... 이건 불공평 해.



그때 느닷없이 남편이 끼어들었다.

아휴, 니가 순진하다. 니는 세상이 공평하다고 착각하는 모양인데 어째 세상이 공평하냐 불공평하지.

세상이 공평하다는 착각을 버리라, 제발.


그렇게 찌그락 빠그락 우리는 오늘의 브런치를 두고 확장된 대화를 나누었다. 불공평하다는 나만의 감정일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이 감정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기로 했다. 완전히 이해 되지 못한 것들은 불신을 낳기 마련이니.



참고로 < 나 혼자 산다>는 프로그램도 연예인 전현무 씨도 좋아한다. 어떤 개인적인 감정도 그를 흠집 내기 위한 글도 아님을 재차 밝힌다. 브런치 입성을 축하한다. 과도하게 그를 내세우는 브런치팀에 얍, 하고 잽을 날리기 위함이다.


길들여지고 일종의 세태와 타협하는 것에 대해 김승옥 <무진기행>은 이렇게 외쳤다.


김승옥 <무진기행>의 문장중에서



대신, 목구멍으로  문장을 삼켰다.

"삶이란 얼마간 굴욕을 지불해야 지나 갈 수 있다"

(천양희)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 클래식에 풍덩 빠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