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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아치우먼 Aug 27. 2021

브런치 1주년, 쓰담쓰담

브런치, 글 쓰기의 무게


브런치 작가 등단, 첫 돌이 되었습니다.

구독자 457명, 관심독자 102명, 글 103개, 작품집 5개... 조회수 611,758입니다. 이런 숫자들이 어떤 의미인지는 모르겠으나 새삼 스스로가 기특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브런치 작가 승인 이후 무언인가 꾸준히 써야 한다는 압박감,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들, 이 따위 글은 누가 읽어주기나 할까, 깊은 무기력의 순간들, 감정은 달랐지만 모두 같은 이름 (포기의 유혹)을 견디고 아직은 브런치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대견하고 기특합니다. 이 순간만큼은 저를 쓰담 쓰담하고 싶네요.



브런치 1년을

긍정과 부정의 섹터로 간추려봅니다.



긍정의 섹터 [인덱스가 쌓이는 책 읽기]

아시다시피 쓰기 위해서는 읽어야 했습니다. 일상을 다룬 에세이를 적으면서도 과거 읽었던 책의 대목이 떠오르면 다시 찾아봐야 했고 적절한 인용문을 가져오기 위해서라도 연결되는 책을 찾아야 했습니다. 브런치 이전의 책 읽기는 닥치는 대로 읽고 밑줄 긋기가 전부였다면 브런치 이후의 책 읽기는 나름의 인덱스를  차곡차곡 형성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도움이 되겠다 싶은 부분은 필사하고 그것을 다시 재정리하는 작업을 거치게 되었습니다.

읽기의 인텍스를 어떻게 잘 만들어 갈것인지는 훌륭한 글쓰기 선생님들의 노하우가 소개되어 있으니 생략하겠습니다만,


구독자가 많고 출간을 여러 번 하신 작가님들의 임팩트가 그냥 쌓인 건 아니었습니다. 체계적이고 꾸준한 노력과 자신만의 책 읽기 노하우가 만들어 낸 인고의 결과였다는 사실. 인덱스를 쌓는 책 읽기가 쓰기에 중요한 기본기 된다는 것,  브런치를 통해 만나게 된 작가님들의 책읽기 방법을 그대로 흉내 내 본 것이 가장 큰 긍정이었습니다.



https://brunch.co.kr/@maniac292929/359

요즘 제가 자주 들여다보며 배우고 있는 작가님 브런치입니다(김상태 작가님 브런치)



긍정의 섹터 [쓰기 위한 몸부림]

솔직히 저는 블로그도 가지고 있습니다만 블로그는  글을 자주 올리지 않아도 부담되지 않는데 브런치는 왠지 일주일에 한 편 이상 글을 올리지 않으면 마음이 불안해집니다.

작가 승인 후 얼마간은 이틀에 한 번 꼴로 업로드했고 지금은 일주일에 한번 정도로 글쓰기를 조정하고 있지만 글을 쓰지 않으면 마음이 초조해집니다.

구독자 때문일까?

브런치 통계 때문일까?


글쓰기를 안 한다고 해서 불이익이 오는 것도 아닌데 묘하게 부담이 되었습니다. 불안을 밑거름 삼아 그냥 썼습니다.

하고 있는 상담과 관련된 글  [나다니엘 브레이크를 기억하는 일] 가족 이야기와 일상 [그래도 찬란한 하루] 딸들과 주고받았던 글 [803호 여자들의 글 맞춤] 현재는 단편소설을 기록하는 [경이로운 소설]을 적고 있습니다.


브런치가 주는 알 수 없는 묘한 불안감의 근원을 기어이 알아냈습니다. 쓰지 않으니-2주간 쓰지 못했습니다-필력이 순식간에 무너진다는 것을. 2주 동안 주식도 기웃거렸고 사무실 일도 많았고 코로나 백신도 맞는 사이 글은 제 몸을 떠난 것처럼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2주 만에 들어와 제가 쓴 글들을 다시 읽어보니 제 글조차도 낯설게 느껴집니다.


책을 읽고 저만의 해석으로 만들어 내는 능력이 퇴화된 것 같아 당황스럽네요. 쓰기의 라임을 놓치면 회복하는 과정이 그만큼 어렵다는 걸 저는 이미 알고 있었다는 거죠. 그러니 쓰기의 루틴을 유지하려고 브런치라는 핑계를 대고 몸부림을 쳤습니다. 누가 봐주든 그렇지 않든 103개의 작품, 단 하나밖에 없는 저의 작품을 간직하게 되었습니다. 브런치를 하지 않았더라면 이런 글들이 나왔을까, 감사한 일입니다.



그 외, 다양한 작가님들의 글을 수시로 읽을 수 있었다는 것, 넓고 깊은 정보들을 브런치에서 체득할 수 있다는 것이 긍정의 좌표였습니다.



부정의 섹터 [한계점의 응시]

제 한계점을 응시했습니다. 방향을 잡지 못한 채 6개월을 이런저런 무엇도 아닌 글을 썼습니다만, 여전히 무엇을 쓸 것인가에 대해 아직 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사유의 깊이, 문제를 던지고 생각을 확장해 나가는 연습이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철학적 사고가 부족한 것이지요. 생각 없이 닥치는 대로 살고 있는 게 눈에 보입니다.


그래서 요즘 출간 작가님의 책이나 브런치 수상작, 음(카카오 음성 채널 mm) 기웃거려 봅니다. 일상의 일거리들을 줄여야 될 텐데 바람과 달리 쉬이 일이 덜어지지는 않네요.



부정의 섹터 [글쓰기의 압박감]

이 압박감은 동전의 양면입니다. 부정과 긍정의 얼굴을 다 갖고 있습니다만 브런치 업로드를 오랫동안 하지 않고 정체되어 있는 작가님들을 보면 버려진 집을 방문한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저런 인상은 주지 않아야지. 업로드를   거면 차라리 없애야겠어, 라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블로그가  평상복 나들이라면 브런치는 정장 입고 하는 sns 나들이라 아무 글이나 마구 저질러 버리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격조 있는 글을 쓰고 싶다는 욕구가 브런치 입성 후에  있어 왔습니다

(나만 그런가?)

정기적이고 꾸준히 글을 업로드한다는 게 얼마나 많은 노력이 뒤따라야 하는지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1년 그런 압박감을 성실함으로 뒤바꾸어 온 제 자신을 쓰담 쓰담해 봅니다.





브런치 1, 긍정과 부정의 무게를 매달고  가봅니다.

처음엔 구독자, 조회수, 통계 신경 썼는데 그게 중요한  아니더라고요. 숫자에 민감했는데 브런치까지 그럴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중요한건 자신의 성장 브런치 전후 나의 성장이 있었다면 그것이 제일  가치라고 봅니다.


, 그리고  가지는 가족들이 모두 브런치 구독자이거든요. 이게 , 저의 솔직함을 쉘드 치게 되더라고요. 이번  남편이 보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드니까 마구  지르게 되더이다.

브런치 후배님들, 구독자에 연연해하지 마시고

가족 구독은 가급적 패스 하시는 게 좋을 듯합니다.



좋은 글을 만나면 좋은 사람을 만난 것처럼 마음에 기쁨이 한가득 차오르는, 아직은 책과 가까운 삶을 살고 있습니다. 넷플릭스와 유튜브와 주식과 코인과  운동과 출근과 이 모든 것들 속에서 유일하게 저를 생각의 줄 앞에 매다는 것은 브런치였다고, 살짝 고백합니다.

저도 <출간 인사드립니다>라는 제목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꾸역꾸역 써보겠습니다. 같이 존버 하자고요.


실천이 완벽보다 낫다
Done is better than perf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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