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1주년, 쓰담쓰담

브런치, 글 쓰기의 무게

by 양아치우먼


브런치 작가 등단, 첫 돌이 되었습니다.

구독자 457명, 관심독자 102명, 글 103개, 작품집 5개... 조회수 611,758입니다. 이런 숫자들이 어떤 의미인지는 모르겠으나 새삼 스스로가 기특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브런치 작가 승인 이후 무언인가 꾸준히 써야 한다는 압박감,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들, 이 따위 글은 누가 읽어주기나 할까, 깊은 무기력의 순간들, 감정은 달랐지만 모두 같은 이름 (포기의 유혹)을 견디고 아직은 브런치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대견하고 기특합니다. 이 순간만큼은 저를 쓰담 쓰담하고 싶네요.



브런치 1년을

긍정과 부정의 섹터로 간추려봅니다.



긍정의 섹터 [인덱스가 쌓이는 책 읽기]

아시다시피 쓰기 위해서는 읽어야 했습니다. 일상을 다룬 에세이를 적으면서도 과거 읽었던 책의 대목이 떠오르면 다시 찾아봐야 했고 적절한 인용문을 가져오기 위해서라도 연결되는 책을 찾아야 했습니다. 브런치 이전의 책 읽기는 닥치는 대로 읽고 밑줄 긋기가 전부였다면 브런치 이후의 책 읽기는 나름의 인덱스를 차곡차곡 형성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도움이 되겠다 싶은 부분은 필사하고 그것을 다시 재정리하는 작업을 거치게 되었습니다.

읽기의 인텍스를 어떻게 잘 만들어 갈것인지는 훌륭한 글쓰기 선생님들의 노하우가 소개되어 있으니 생략하겠습니다만,


구독자가 많고 출간을 여러 번 하신 작가님들의 임팩트가 그냥 쌓인 건 아니었습니다. 체계적이고 꾸준한 노력과 자신만의 책 읽기 노하우가 만들어 낸 인고의 결과였다는 사실. 인덱스를 쌓는 책 읽기가 쓰기에 중요한 기본기 된다는 것, 브런치를 통해 만나게 된 작가님들의 책읽기 방법을 그대로 흉내 내 본 것이 가장 큰 긍정이었습니다.



https://brunch.co.kr/@maniac292929/359

요즘 제가 자주 들여다보며 배우고 있는 작가님 브런치입니다(김상태 작가님 브런치)



긍정의 섹터 [쓰기 위한 몸부림]

솔직히 저는 블로그도 가지고 있습니다만 블로그는 글을 자주 올리지 않아도 부담되지 않는데 브런치는 왠지 일주일에 한 편 이상 글을 올리지 않으면 마음이 불안해집니다.

작가 승인 후 얼마간은 이틀에 한 번 꼴로 업로드했고 지금은 일주일에 한번 정도로 글쓰기를 조정하고 있지만 글을 쓰지 않으면 마음이 초조해집니다.

구독자 때문일까?

브런치 통계 때문일까?


글쓰기를 안 한다고 해서 불이익이 오는 것도 아닌데 묘하게 부담이 되었습니다. 불안을 밑거름 삼아 그냥 썼습니다.

하고 있는 상담과 관련된 글 [나다니엘 브레이크를 기억하는 일] 가족 이야기와 일상 [그래도 찬란한 하루] 딸들과 주고받았던 글 [803호 여자들의 글 맞춤] 현재는 단편소설을 기록하는 [경이로운 소설]을 적고 있습니다.


브런치가 주는 알 수 없는 묘한 불안감의 근원을 기어이 알아냈습니다. 쓰지 않으니-2주간 쓰지 못했습니다-필력이 순식간에 무너진다는 것을. 2주 동안 주식도 기웃거렸고 사무실 일도 많았고 코로나 백신도 맞는 사이 글은 제 몸을 떠난 것처럼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2주 만에 들어와 제가 쓴 글들을 다시 읽어보니 제 글조차도 낯설게 느껴집니다.


책을 읽고 저만의 해석으로 만들어 내는 능력이 퇴화된 것 같아 당황스럽네요. 쓰기의 라임을 놓치면 회복하는 과정이 그만큼 어렵다는 걸 저는 이미 알고 있었다는 거죠. 그러니 쓰기의 루틴을 유지하려고 브런치라는 핑계를 대고 몸부림을 쳤습니다. 누가 봐주든 그렇지 않든 103개의 작품, 단 하나밖에 없는 저의 작품을 간직하게 되었습니다. 브런치를 하지 않았더라면 이런 글들이 나왔을까, 감사한 일입니다.



그 외, 다양한 작가님들의 글을 수시로 읽을 수 있었다는 것, 넓고 깊은 정보들을 브런치에서 체득할 수 있다는 것이 긍정의 좌표였습니다.



부정의 섹터 [한계점의 응시]

제 한계점을 응시했습니다. 방향을 잡지 못한 채 6개월을 이런저런 무엇도 아닌 글을 썼습니다만, 여전히 무엇을 쓸 것인가에 대해 아직 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사유의 깊이, 문제를 던지고 생각을 확장해 나가는 연습이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철학적 사고가 부족한 것이지요. 생각 없이 닥치는 대로 살고 있는 게 눈에 보입니다.


그래서 요즘 출간 작가님의 책이나 브런치 수상작, 음(카카오 음성 채널 mm) 기웃거려 봅니다. 일상의 일거리들을 줄여야 될 텐데 바람과 달리 쉬이 일이 덜어지지는 않네요.



부정의 섹터 [글쓰기의 압박감]

이 압박감은 동전의 양면입니다. 부정과 긍정의 얼굴을 다 갖고 있습니다만 브런치 업로드를 오랫동안 하지 않고 정체되어 있는 작가님들을 보면 버려진 집을 방문한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저런 인상은 주지 않아야지. 업로드를 안 할 거면 차라리 없애야겠어, 라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블로그가 평상복 나들이라면 브런치는 정장 입고 하는 sns의 나들이라 아무 글이나 마구 저질러 버리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격조 있는 글을 쓰고 싶다는 욕구가 브런치 입성 후에 늘 있어 왔습니다

(나만 그런가?)

정기적이고 꾸준히 글을 업로드한다는 게 얼마나 많은 노력이 뒤따라야 하는지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1년 그런 압박감을 성실함으로 뒤바꾸어 온 제 자신을 쓰담 쓰담해 봅니다.





브런치 1년, 긍정과 부정의 무게를 매달고 또 가봅니다.

처음엔 구독자, 조회수, 통계 신경 썼는데 그게 중요한 건 아니더라고요. 숫자에 민감했는데 브런치까지 그럴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중요한건 자신의 성장 브런치 전후 나의 성장이 있었다면 그것이 제일 큰 가치라고 봅니다.


아, 그리고 한 가지는 가족들이 모두 브런치 구독자이거든요. 이게 참, 저의 솔직함을 쉘드 치게 되더라고요. 이번 글 남편이 보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드니까 마구 못 지르게 되더이다.

브런치 후배님들, 구독자에 연연해하지 마시고

가족 구독은 가급적 패스 하시는 게 좋을 듯합니다.



좋은 글을 만나면 좋은 사람을 만난 것처럼 마음에 기쁨이 한가득 차오르는, 아직은 책과 가까운 삶을 살고 있습니다. 넷플릭스와 유튜브와 주식과 코인과 운동과 출근과 이 모든 것들 속에서 유일하게 저를 생각의 줄 앞에 매다는 것은 브런치였다고, 살짝 고백합니다.

저도 <출간 인사드립니다>라는 제목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꾸역꾸역 써보겠습니다. 같이 존버 하자고요.


실천이 완벽보다 낫다
Done is better than perf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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