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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아치우먼 Oct 14. 2021

머니는 뭐니?

주변에 모두 10억이라는 데


오른 집 값,  오른 땅 값.

고향집 남해를 가니 땅 값이 난리가 났다.

여수와 남해를 잇는 해저터널 공사가 예비타당성 검사를 통과했다는 현수막이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다. 친구 누나가 6억에 내놓았던 땅이 여태 팔리지 않다가 얼마 전 10억에 즉시 팔렸다고 한다.



남해 한 달 살기가 유행이라니.

바다 뷰가 좋은 곳에는 풀빌라 호텔이 들어섰다

하룻밤에 최저가 55만 원, 내 친구가 살았던 동네였다. 중학교 등교를 위해 30분을 걸어 다녀야 했던 가난한 동네가 돈을 펌핑하는 곳으로 변모되어 있었다.

"우리도 바다가 근처였다면 떼부자가 되었을 건데."

집으로 돌아오면 차 안에서 몇 번을 되뇌었다.

안타깝게 우리 집은 바닷가 근처가 아니었다. 빈집이 수두룩한 적막한 동네였다.



10억을 만원처럼 입에 올리는,

부산 해운대 친척을 둔 친구들이 모두 현타를 맞았다. 10억 이상이 올랐다고 한다. 그런 말을 전하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니다. 중국 갑부들이 해운대 아파트 값을 부채질했다는 소문도 도는데 사실인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해운대 사는 사람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한결같은 소문을 풍기니 해운대 아파트 가격이 엄청 오른 건 사실인 것 같다. 해운대 사는 언니의 시누도 무리해서 아파트를 샀는데 최소 7억이 올랐다는 소식을 들려주었다. 10억이란 단위를 만원인 것 처럼 아무렇지 않게 말한다.



"30년을 일해도 현금 1억이 없는데, 10억이라니. 정말 살 맛 안 나네."

친구 말에 나도 그렇다고 했다. 살 맛은 안 나는데 먹고는 살아야 하니 일을 그만둘 수는 없고, 주변의 10억 타령에 기운이 쫙 빠진다.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는데 내 자리가 가난할 빈의 자리로 옮겨진 기분이 든다.

"우리가 가난하잖아. 그러면 우리 애들도 가난할 수밖에 없어. 출발이 다른데... 애들이 어떻게 10억 모아 집을 사니?"



친구의 말이 트리거가 되었다.

집에 돌아와 한 동안 제쳐 두었던 부동산 카페를 들어갔다. 딱 마음에 드는 게시글, 집 값은 빠집니다, 라는 글이 있길래 반가운 마음으로 126개의 댓글을 읽었다.

- 너 현금 육천도 없지.

- 구축 살지.

- 또 헛소리 한다....

 온갖 조롱의 댓글이 줄을 이었다. 집값 떨어진다는 말 자체가 비정상적인 언어, 공격의 대상이었다.

나를 향해 손가락질하는 것 같아 그냥 카페 창을 닫아 버렸다.



내가 비정상적인가. 집 값은 떨어지면 안 되는 건가. 한편으로는 재개발 소문이 도는 허름한 집 하나라도 사지 못한 게 후회되기도 했다.

승자는 결국 신축 아파트를 빚내 산 그들, 10억을 거머 쥔 그들이었다. 내가 한 푼도 쓰지않고 22년 을 모아야지만 가능한 금액, 배가 너무 아프다.



10억의 희망을 버리지 못해 뒤늦게 주린이가 되어봐도 현재 파란색 14%, 머니는 정말 뭐니다. 10억 있음 파이어족처럼 살고 싶다는 남편의 꿈은 그냥 꿈으로 묻어야 할까. 쉰 살에 뱃살처럼 붙어버린 돈에 대한 욕망이 나를 불면으로 몬다.



후배가 툭 건넨 말이 또 사람을 후려친다.

"언니, 요즘 10억은 부자에도 안 들어가요."

절망이 우수수 낙엽처럼 쌓인다.

에라 ! 책이나 읽자. 물욕에 치는 짐승이 되지 말고 가난한 소크라테스가 되자.



아니 에르노의 <세월> 읽다가 이분은 얼마나 돈을 벌었을까 궁금해진다. 10억은 넘게 벌었겠지? 노벨문학상 후보라든데 상금이 얼마나 될까? 나도 그럼 작가가 되어 노벨문학상을 타면  방이네... 그럼 작가먼저 되어야지... 브런치를 열심히 해야지....

그렇게 한참 소설을 쓰다가, 푸욱.... 웃고 말았다.



돈은 신의 머리 꼭대기에 있는 것 같다.





빵 굽는 타자기 중에서, 폴 오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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