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3호& 모기
여름, 찐 가족이란
[803호 가족의 찐 일상을
시나리오로 재구성 합니다]
#1. 여름, 803호 거실, 저녁
엄마는 거실에 발라당 누워 휴대폰으로 드라마
시청 중, 그 옆 책상에서 엘리스는 노트북으로 토익공부 중. 그때 웽웽 날아다니는 모기.
엄마, 갑자기 한 손으로 다리를 탁! 친다.
무사히 도망가는 모기.
엄마 : 아씨, 놓칬네.
얼마 후 엘리스 공부하다가 눈앞에서 손뼉을 친다. 딱!
엘리스: 요즘 모기는 헬스 하나 봐. 잽싼데.
#2. 시간 경과, 803호 거실
독서실에서 돌아온 한데렐라 물을 먹는데
눈앞에 웽 날아다니는 모기 발견,
모기를 잡으러 손뼉 치며 따라가는데 계속 한 박자씩 늦는다. 흡사 뻣뻣하게 발레 하는 것 같은 장면.
한데렐라: 이 새끼, 내가 꼭 잡고 만다!
그 모습을 본 엘리스,
엘리스: 그러다 네가 잡히겠다.
엘리스 째려보는 한데렐라,
한데렐라: 안 잡고 뭐했냐? 모기한테 뇌물먹었냐?
엘리스 아무 말없이 한데렐라 얼굴 앞에 손바닥
보여주는데 손바닥이 벌겋다.
한데렐라: 어.... 어?
엘리스: 5마리 잡았고 3마리 놓쳤어.
한데렐라: 어.....?
뭔가 계산하는 얼굴...
#3 또 시간 경과, 각자의 방
엄마 자기 방에 들어가 모기장을 사면으로 치고
살짝 불 끈다.
엘리스 노트북 끄고 자기 방으로 들어가서 모기장을 친다. 조용히.
화장실에서 씻고 나온 한데렐라, 침대 위에 모기장을 치고 불을 끈다.
#4. 깊은 밤, 803호
날아다는 모기 3마리, 웽웽거린다.
모두 잠들어서 조용한데 모기 웽웽거리는 소리가 유난히 크다. 모기 엄마 아빠 방 오다가 모기장을 보고는 돌아선다. 엘리스, 한데렐라 방을 갔는데 모두 막혀있다.
웽웽~~~
탁!
탁!
탁!
또 탁!!...... 탁!!!
할머니 방에서 들려오는 뺨 때리는 소리,
할머니: (잠꼬대하며) 어데... 지랄이고?
#5. 803호 아침 전경
#6. 아침, 803호 식탁
할머니 밥 먹다가 고개를 드는데 ..(천천히)
퉁퉁 부은 얼굴, 그 때 마침 잠이 덜 깬 얼굴로 나온 엘리스와 한테렐라.
엘리스: 할머니 얼굴이 왜 그래?
할머니: 어제 모기가 자꾸 얼굴에 달라붙어서.
한데렐라와 엘리스 슬그머니 재빨리 방문 닫는다.
엄마 아빠 방문은 이미 닫혀있다.
식탁에 앉으며 눈빛이 마주친 엘리스와 한데렐라는 동시에,
한델렐라+엘리스: 이 눔의 모기 세끼들, 감히 우리 할머니 얼굴을!!! 모기가 싸가지고 없네. 아래위도 없고... 중구난방 헛소리 작렬,
할머니 묵묵히 식사하다가 이윽고 큰소리로 한마디,
할머니: 모기가 을매나 배고팠음 내 피를 다 묵을까.
당뇨약 묵는 피를... 괘얀타, 모기 안물 릴라고 다 저그 방에는 뭐를 쳤더니만은, 내는 자면서도 모기를 탁탁 잘 잡는데 모기장이 뭐 필요하노?
#7. 동, 엄마방 앞
슬며시 방문 열리며 엄마 두 팔을 머리 위로 들고 몸은 거실 바닥을 구르며 나온다.
엄마: 용서해주세요, 당뇨약 먹는 피는 모기가 안 먹을 줄 알았어요. 모기도 밥은 가려 먹을 줄 알았네용.....
할머니, 엘리스, 한데렐라 모두 띠웅~~~~
엄마는 두 팔을 머리 위로 올리고 거실 바닥을
열두 바퀴 돌았다는, 그래서 거실 바닥 청소가 잘 되었다는 후문이 나돈다.
찐 가족이란,
모기가 웽웽거릴 때 무조건 모기를 박멸하거나
내 방에 모기장을 칠 때 다른 방에도 모기장을 쳐주는 섬세한 행동을 하는 것이다.
내 피가 소중한 만큼 다른 가족의 피도 소중하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 그것이 찐 가족이다.
모기로부터 지켜주는 것이,
여름날 가족 수칙 제1호이다.
내려앉기만 해라 어디든
따라가서 피를 보겠다는 듯이
기어이 낚아채고야 말겠다는 듯이
손바닥 하나 엉거주춤 치켜들고
턱없는 헛손질도 해가면서.
나도 저렇게 허둥지둥 살아왔던가
칼춤 추듯 어지러운 목숨 하나
보이다 말다 사라질 점 하나를
내 목숨이라도 흘낏 들여다본 듯
세상일 잊고 따라다닌다.
-정양 <파리 목숨> 중에서 일부
#시나리오#찐 가족 803호#모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