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린이들의 아우성
#1. 거실, 벽시계
(소리) 띠! 띠! 띠-----! 정각 9시를 알려드립니다!!
(이전에 9시 뉴스 할 때 나왔던 버전)
#2. 엘리스, 방
깊은 잠 속에 있다가 그 소리에 갑자기 눈을 확 뜬다
(동공 클로즈), 다급하게 휴대폰 찾는 손, 부들부들 떨며 주식 앱을 여는 손,
(화면 클로즈) 모두 파란색...... 파란 물결이 쫘르륵!!
엘리스: (베개 머리를 콩콩 박는다)
퍼렇다, 퍼레, 아주 그냥 숨 고르다 숨 멎겠다...
#3. 거실, 아빠
책상에 다리 올린 채 휴대폰 보며 이를 꽉 깨문다
(마음속) 아, 어제 샀음 20%로 묵는 긴데... 보는 건 다 오르냐? 사는 건 다 내리고...
- 어지러운 주식 그래프가 거실 벽면에서 이리저리 치솟는다.
#4. (클로즈업) 거실 벽시계
6시 50분을 넘어간다.
식탁 위를 분주하게 오가는 숟가락과 젓가락질과 반찬을 낚아채는 요란한 손짓들...
#5. (동) 식탁, 저녁
아빠: 그래서 니는 뭐 뭐 샀는데?
엘리스: 삼전은 국민주니까 기본이고...
카카오랑 현차는 신국민주니까 또 담고,
하이닉스는 국민주랑 같이 키워야 하는 애기니까 담고, 네이버는 카카오랑 경쟁주니 또 담고...
풍력에 윈드 담고, 환경 관련 수소차 두산 퓨어셀 담고 소프트웨어 보고 있는데.....
아빠, 엘리스를 빤히 쳐다본다
엘리스: (아빠 보며) 왜?
아빠: 그러다 너 한국 주식 다 담겠다.
엘리스: 응. (태연하게) 그래 보려고.
아빠:...... 몇 개씩 사는데?
엘리스: (쩝쩝) 당연히 1주씩이지.
아빠 띠웅~, 가만 듣고 있던 엄마까지 띠웅!!!
#6.(동) 시간 경과, 거실.
선풍기 돌아가고 엄마 책상 위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뭔가 보고 있다.
(점점 커지는 소리) 기린의 주식 노트, 구독 좋아요 부탁해요, 렛츠 고~ 유튜브 시청 중,
(유튜브 소리 빠른 재생--띠리리~~ 씨리리리~~~)
누워서 눈감고 듣고 있다가 갑자기 엄마 일어나 앉으며 외친다
엄마: 삼전 내일 오를 거래!!!
(순간)
각자의 방에서 휴대폰 들고 나오는 엘리스와 아빠.
엘리스: 주린 러블리에서는 삼전 내린데!
아빠: 금빠행진에서는 삼전 박스권에 갇힌다는데...
엄마: 아니야, 기린 아저씨가 오른데!
엘리스: 그 사람 뻥쟁이야, 주린 러블리는 내린데!
아빠: 아니야, 박스권은 횡보라는 뜻이야. 변동 없을 거야. 내가 봐도 금빠행진이 맞는 거 같아.
엄마: 봐. 봐... 기린 아저씨가...
엘리스 끼어들며 아니 엄마 그 아저씨 꺼는 신뢰가 안가.... 아빠는 또 엘리스 말에 토를 달며 아니 2분기 실적이 선반영 되었다고 하잖아....!!!
(내레이션)
그날 우리는 각자가 시청하는 유튜브 채널의 홍보대사가 되어 밤늦도록 국민주인 삼전이 오를 것인지 내릴 것인지 변동 없을 것인지에 대해 전쟁터의 장수처럼 치열하게 싸웠다.
삼전은 올랐다가 내렸다가 박스권에 갇혔다. 주식은 그때는 맞았고 지금은 틀리다는 전설 속에서 주린이들의 아우성을 재물로 파랑과 빨강을 오가고 있다. 개미는 언제나 개미로 착실하게 살아갈 뿐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