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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아치우먼 Nov 18. 2021

수능, 아들의 부탁

마지막 고3 수능이다!


수능 아침, 아들은 콩나물국에 밥을 말아먹었다.

엉가는 봤어? 어머니 밥 먹고 봐요.

수험표는? 챙겼어요.



어머니!

아들이 나를 힘주어 부른다.


왜?

오늘 4 40분까지 오셔야 해요!

440  출발아니고 도착이에요!

알았어, 몇 번을 말하니?



저도 시험 끝나고 어머니랑  껴안고 싶다고요!!

알았어.

우주가 무너져도 엄마가  시간에 !!!  있을게!!



첫째가 수능보던 날, 종료시간을 잘못 아는 바람에두리번 거리며 엄마를 찾았는데  엄마가 늦게 오는 바람에 울음을 터뜨렸다는 이야기가 전해진 탓이다


아들은 몇 번이고 다짐을 받는다.

그래. 오늘은 다른거 말고 440분만 기억하자



가방을 매는 아들을 껴안았다.

엄마가 반드시, 꼭, 4시40분에 너를 기다릴테니 아무걱정말고 다녀와. 사랑해

우리는 애틋한 연인들처럼 쪽 뽀뽀를 했다.




코로나 수험생 여정이 수능 전날까지 스펙타클했다.

수능 전날 확진자와 동선이 겹친 둘째는 코로나 검사 문자를 받고 아예 스스로 격리를 취했다. 둘째가 확진이면 일곱식구 모두가 위험한 상황이다.

둘째는 동생에게 미안해 울면서 전화를 하고 수험생 유의사항을 꼼꼼하게 살펴도 확진이후 조치사항이 전부다.



증상은 없지?

집에 들어오지 못하고 마음끊이는 둘째에게 전화를 했다. 참았던 울음을 터뜨린다.

괜찮아, 네 탓이 아니야.

그리고 수험생은 신경도 안 써.



확진자 동선 겹침으로 가족들이 긴장한 케이스는 고3 수험생일때만 벌써 5번째다. 그나마 백신접종이후에 조금 안심했으나 코로나시기의 수험생 여정은 부담감에 불안함을 늘상 옆구리 끼고 있는듯했다.



아들을 픽업하는데 잔잔한 음악을 틀었더니 아들이 가호의 시작이란 음악을 튼다.

어머니, 수능은  다른  삶의 시작이니까 이렇게 힘차게 시작하고 싶네요.

우리는 노래에 맞춰 몸을 흔들며 수험장으로 행했다. 간주에 라임을 곁들이며 크게 음악을 들었다.



수능,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말하는 너는 지금까지 최선을 다했고 결과보다는 과정에 만족하는 삶을 살기를 바랄게.

너만 힘들었던건 아니야.

가족 모두가 너를 배려하느라 힘들었어

네, 감사해요.



무덤덤하게 말하는 아들이 훌쩍 커버린 느낌이 든다. 고3 이라는 허들을 뛰어 넘으며 공부만 한게 아니리 많은 생각과 고민들 속에 미세한 자람이 나폴거리는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차에서 내려 고사장으로 뛰어 가는 아들의 등이 안쓰럽고 애잔하다.



막내라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

뜻밖의 선물로 와 진달래같은 고운 웃음을 주었던 아이가 이제 내 품을 벗어나 청년이 되는 과정을 지나고 있다. 자기 세상을 향해 휠휠 날아가기를.




아침해가 사이드미러에서 붉게 빛난다.

잠시 차를 세우고 눈을 감고 기도한다.

지금,

여기까지 무탈하게 감사하게 왔다고.

나도 모르게 울컥 한 줄기 눈물이 났다.

그래, 나도 고생했구나.

나를 내가 위로했다.



빛나지 않아도  꿈을 응원해.

사랑한다 나의 막내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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