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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아치우먼 Oct 04. 2022

직업 에피소드




개미 종족의 3:3:3 법칙

인간보다 더 오래된 종족이 개미라고 한다. 인간의 역사가 3백만 년 전 출현했다면 개미는 1억 년 전부터 지구에 머물며 자신들만의 도시를 건설하기 시작했다고. 개미는 스스로 농사를 짓고 도구를 활용하며 그들이 머물 공간을 아주 계획적으로 건설한다. 역할에 따라 체계적으로 움직인다. 개미처럼 일한다는 비유가 여기서 비롯된 듯하다.


그러나 개미 구성원 모두가 열심히 노동에 종사하지는 않는다. 개미들의 3/1은 쓸데없는 일을 벌이거나 다른 개미에게 방해되는 일을 하고, 또 3/1은 잠을 자거나 빈둥거리며 대충 일한다. 나머지 3/1이 사고뭉치 개미들이 범한 실수를 복원하고 도시를 제대로 건설해 개미 공동체 전체가 살아갈 공간과 먹이를 확보한다

(상상력 사전, 베르나르 베르베르)


우습게도 개미의 3:3:3 법칙은 우리 조직문화와 너무도 닮은꼴이다. 어느 조직이든 자기 몫 이상을 하여 성과를 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적당히 묻어가는 사람이 있고 민폐를 끼치는 사람이 있다.

이는 개미든 사람이든 현실적인 조직문화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신입일 때는 업무를 잘 모르니 민폐를 끼치는 쪽에 가까울 수 있고-기대에 못 미친다고 사표를 던지는 것도 민폐의 일부라고 본다- 어느 정도 연배가 쌓이면 매너리즘에 압도 당해 노는 개미에 들어갈 수 있다. 대부분 성과를 내는 부류는 입사 3-5년 차가 가장 많다고 한다. 어느 쪽의 3에 들어갈 것인지는 자신이 판단할 문제다. 그래도 지구는 돈 다처 럼 그래도 조직은 굴러간다.


개미는 개인의 성취보다 집단의 성취를 더 소중하게 여겼으며 서로를 헐뜯지 않고 지구와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기 때문에 1억 년이라는 생존의 수명을 이어 왔다. 조직 구성원과 자연과 함께 어우려 지는 <완벽한 조화> 그것이 1억 년 동안 종족을 보존해 온 비결이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조직에서 롱런 하고 싶다면 <동료와 조직과의 조화> 그 비결을 터득할 필요가 있다.

그러고 심지어 개미도 그러하니 나만 열심히 일한다고 억울해 하지말자. 3/1은 어디서나 잉여인력으로  그저 돈 벌어 가는 존재이니.

괘씸할 때마다 속으로 이렇게 외치면 된다.

"이 개미 같은 놈들!"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직업

한 번은 이런 궁금증이 들어 네이버 검색을 해봤다.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직업은?

그랬더니 1967년에 개봉된 영화 <The oldest profession>,  우리나라에는 창녀 연대기라는 제목으로 들어온 영화였다. 매춘에 관한 6가지 스토리를 옴니버스로 제작한 영화였다. 이 영화에 따르면 가장 오래된 직업은 <매춘>이라는 말이다. 프랑코 인도비나 감독이 제작한 선사시대 매춘, 사냥을 해온 남자를 유혹해 그 대가로 전리품을 얻는 행위, 매춘의 시초를 일컫는 듯하다. 그래서 매춘이 가장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직업일까?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직업이 무엇이냐고 내게 묻는다면 나는 종족의 우두머리 격인 족장이라고 하겠다. 족장은 젊은 사람들이 사냥해 온 짐승을 재단하고 이를 부족에게 배분하는 역할을 맡았으며 이 대가로 자신도 포획물의 일부를 차지했다. 사냥의 경험, 짐승을 적절하게 발골하는 능력, 또 균등하게 배분하는 능력까지 족장이라는  리더십으로 그는 자신의 생계를 유지한 셈이다.


생각해 보건대 현재는 주로 돼지와 소에 그치는 육류였지만 선사시대는 얼마나 다양한 짐승을 포식했겠는가. 다양한 짐승을 발골하고 정형해 구성원에게 균등하게 배분한다는 것은 족장이 가지는 전문성이 아니었을까.


서양에서는 바비큐 파티를 할 때 가장 윗어른이 고기를 썰어 파티에 참석한 사람들에게 배분하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이 직업은 오늘날 정형사(도축업자)로 이어진 게 아닌지.

어쩌면 가장 오래된 직업은 정형사(도축업자) 인지도 모르겠다.

현대 자본주의 대량생산화(컨베이어 벨트 라인 구축) 시초를 이룬 포드 자동차 회사는 원래 도축장의 도축 벨트 라인을 보고 고안했다고 하니 도축업자는 여러모로 의미심장한 직업이라 여겨진다.



조선시대의 직업, 곡비

눈물 한 방울, 동전 한 닢

세상에서 가장 슬픈 직업이 있다.

눈물 한 방울에 동전 한 닢씩이다.


동리에서 초상이 나면 그녀는 싸리문을 바라본다.

마음 가득 담아둔 눈물을 씨앗처럼 마당에 뿌리면서...


곡비를 사러 온 상주가 마당에 싹을 틔운 슬픔을 보고

무릎을 친다.

당신의 슬픔을 사겠소. 눈물 한 방울에 동전 한 닢이 외다.

-조선 직업 실록 중 (곡비) 중에서


언젠가 TV 드라마 단만 극으로 방영되었던 곡비(우는 직업)는 누구나 알만한 조선시대 직업이다. 그런데  곡비란 직업이 남편을 잃고 혼자 사는 과부들에게 생계를 유지하는 솔솔 한 수단이 되었다고 한다. 한때 조선에서 곡비를 채용하지 말라는 금지령을 내리기도 했지만 최소 5일이 걸리는 장례기간 동안 집안의 아낙들은 음식과 형식에 얽매인 제사 준비로 곡을 할 형편이 되지 못했다.


대신 고급지게 울어줄 사람을 결국 찾을 수밖에 없었다. 장례기간 동안 곡비들을  상주가 극진히 대접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체통을 중요시 여기는 조선시대 장례문화에서 천박스러운 슬픔보다 적당하고 우아한 울음이 그 집안의 품격을 나타냈다고 하니 우는 직업도 나름 전문성이 있었을 것이다.

곡비라는 직업을 생각하면 요즘 장례식장에서 흔히 보게 되는 상조회 도우미의 얼굴이 떠오른다.



닌텐도 마리오 직업은 배관공

지금은 저물어가는 닌텐도 게임이지만 한때 아이들의 눈을 사로잡았던 닌텐도 게임, 마리오. 콧수염에 파란 멜빵바지를 입고 여기저기를 뛰어다니던 마리오의 직업이 배관공이었다는 사실. 닌텐도의 마리오는 일본에서 기획한 게임인데 왜 배관공이란 이미지를 주인공으로 선정했을까. 아마도 이 게임을 통해 3D 세계를 겨냥했던 일본은 유럽을 타킷팅으로 하지 않았나. 가보지 않아 잘은 모르겠지만 유럽에서 배관공은 여전히 꽤나 소득이 높은 직업군에 속한다.

 우리나라에서 배관공은 어떤 대접을 받을까.

대한건설협회에서는 매년 그해 적용되는 노임단가를 발표하는데 21년 하반기 배관공의 노임단가는 202, 212원에 속한다. 잠수부가 295,409원의 높은 노임단가로 책정되었으니 배관공의 노임단가도 높은 편에 속한다.


우리 아들이 공부를 하지 않고 마냥 놀기만 할 때 아들에게 제시할 직업이 배관공이었다. 아들이 뒤늦게 공부를 하는 바람에 조금 아쉬운 마음이 있다.

배관공은 한국 고용 직업분류(KECO)에서 건설, 채굴직으로 명시되어 있으며 배관공을 위한 국가 자격증으로는 배관기능사-> 배관산업기사-> 배관기능장이 있다.


배관기능사(응시자격 제한 없음) 취득하고 실무능력을 갖춘다면 배관공으로 창업하는데  무리는 없다. 참고로 국민 내일 배움 카드(HRD-net) 자격증 취득이 가능한데  강좌를 개설하는 곳이 대부분 수도권, 지방에서는 찾기가 어렵다.


민간자격증으로 통수 관리사라는 명칭을 쓰고 있는데 배관공의 창업 전망을 아주 좋게 포장하며 실전 경험을 가르쳐 주는 민간기업체가 있다. 그들이 홍보하는 1:1 매칭과 창업 노하우와 장비 등 모든 것을 지원해준다는 멘트가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 배관공은 직업상담사인 내가 봐도 전망이 그렇게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중장년층이 가장 많이 교육받는 지게차, 중장비(굴착기) 운전보다 배관기능사가 훨씬 전망이 좋다고 본다. 앞 베란다에서는 세탁기 거품이 넘쳐 아랫집 베란다에 물이 찬다는 방송이 우리 아파트에서 오늘 나왔다. 누구나 아파트라는 주거공간에 살면서 한 번쯤 개수대나 화장실이 막히는 경험은 있었을 것이다.


배관은 우리 몸의 장기로 본다면 창자와 같다. 어떤 건물이든 배관이 막히지 않고  흘러야 시간이 갈수록 배관은 낡거나 막힐 가능성이 높아진다.

민간업체에서 홍보하는 것처럼  월 천만 원씩의 고소득은 아닐지 몰라도 중장년의 직업으로는 탁월하다고 본다. 그만큼의 실전이나 노하우가 있다면 말이다.

그리고 어떤 배관공이 되려 하는지 그의 철학과 신념이 성패를 결정할 것이다.



너무 시끄러운 고독

얼마 전 체코 작가 보후밀 흐라발의 장편 소설 <너무 시끄러운 고독>을 읽고는 약간 기분이 얼얼한 했다.

<삼십오 년째 나는 폐지 더미 속에서 일하고 있다>로 시작하는 주인공 한타는 사람들이 버리는 폐지를 주워 읽으며 삶의 철학과 지혜를 터득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폐지를 갉아먹는 쥐들과 썩은 냄새와 죽어가는 어머니와 삼촌뿐이다. 높은 경지의 지식을 체화했음에도 그는 현실에서 철저하게 아웃사이드로 지낸다.


프레그 레수스 아드 푸투룸( progressus ad futurum): 미래로의 전진


레그 레수스 아드 올리기넴(Regressus ad originem): 근원으로의 후퇴


이 두 단어를 작가가 거론하기 시작했을 때 뭔가 뒤통수를 맞는 멍한 기분이 들었다.

우리는 폐지를 압축하는 한타의 일보다 더 깨끗하고 세련되며 수준은 훨씬 전문적이나 근원으로의 후퇴,

본질에서 멀어진 존재라는 이미지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런 것들, 고도화된 어떤 기술들이 미래로의 전진이라 하더라도 본질(철학, 종교, 예술등)을 탐색하지 않는 사람은 근원으로부터 후퇴된 존재라고 규정한다.


 한타는 자신의 압축기보다 더 용량이 크고 자동화된 기계 때문에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놓인다.

삼십오 년째 폐지 더미에서 일한 한타는 자신의 본질, 새로운 문명을 거부하는 선택을 한다.


거꾸로 생각해보면 먼 미래 우리 노동은 한타의 일처럼 비루할 수 있다.

인공지능이 이런 일들을 대신하고 우리는 정결한 노동에 더 머물 수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그 자리에서 버림받을 것이다.


그것을 예견한 듯해서 보후밀 흐라발의 결말이 충격이었다. 인간은 스스로를 제어하고 통제 가능한 사람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자각을, 그래야 인간은 스스로를 구원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기계나 어떤 미래>에 대해 반항의 태도를 가져야 한다는 걸 느끼게 해 준 작가였다.



생애사적 계획이 우리 존재를 규정한다.

직업, 결혼, 여가 시간의 관심사, 자녀, 재산에 관한 계획이 우리를 앞질러 달린다.

그러나 때로 이 지도를 들여다보고 길을 건너고 표지를 따라가다 보면,

이상하게도 예측 가능한 여정과 너무 정확한 지도의 모습,

어제 지나온 길과 오늘 걸을 길이 상당히 닮아 있다는 느낌 같은 것이 걸음을 방해한다.

이게 정말 내 인생이 나아갈 길일까?

어째서 매일의 여정이 지루함, 타성, 판에 박힌 느낌을 안겨 주는 걸까?

-코헨, 테일러(도피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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