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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아치우먼 Oct 06. 2022

직업 안에 숨어 있는 직무라는 함정

직업과 직무 구분하기



직업이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하여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따라 일정한 기간 동안 계속하여 종사하는 일을 말한다. 건조하게 말하자면 먹고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하는 일이 직업이다. 직업에 대한 사전적 정의처럼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따라 취업하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


취준생일 때는 직장인을, 또 직장인은 퇴사를 꿈꾸며 산다. 매일 반복되는 8시간 이상의 구속력 때문에 퇴사희망이 유행이기도 하지만 가끔은 자신이 생각했던 일과 다른 버전의 업무 때문에 퇴사를 꿈꾸기도 한다. 퇴사를 고민하는 많은 사람들이 <내가 생각했던 일이 아니에요>라고 호소한다.

직업을 선택할  놓치게 되는 부분, 생각보다 신중히 고려해야  직무는 자신의 성향과 가치관과 동기화 되지 않으면 마치 맞지 않는 바지 허리둘레처럼 직장인의 심기를 괴롭힌다. 직무에 대한 이야기를 사례를 들어 풀어본다.



직업(caree)에 대한 고정관념 때문에

직무(job)를 제대로 보지 못한다

적성과 능력에 맞는다는 것이 어떤 의미일까?

요즘 유행하는 MBTI 유형에 따라 직업을 선택하면 적성과 능력에 맞는 걸까? 남들이 선호하는 직업을 선택하면 적성과 능력에 맞는 걸까?


오랫동안 직업을 기준으로만 적성과 능력을 견주는 오류를 범했다. 직업(career) 직무(job)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간과했다. 대부분 직업이 가지는 고정관념 때문에 직무를 제대로 보지 못하는 실수를 저지른 탓이다.


지방직 공무원이 된 A의 사례를 보자면 A에게 적합한 직업적 성향은 무엇일까?


이제 막 신규 공무원(지방직 공무원)이 된 A,

신규로 입사한 대부분의 9급 공무원은 민원서류를 발급해주는 자리로 낙점이 된다.

주민등록등본이나 가족관계 증명서 같은 것은 쉬운 일이지만 재외민 거주 확인서, 출입국 사실증명서, 혹은 납세사실증명원 등 1,000여 가지의 증빙 서류를 발급하려면 해당 시스템에 들어가 민원이 요청하는 서류들을 확인하고 발급해 줄 수 있어야 한다.


민원서류 발급 창구의 가장 큰 어려움은 점심시간 확보가 어렵다는 것이고 정부 24라는 인터넷 사이트가 있어도 인터넷이 불편한 사람들은 여전히 창구로 몰린다. 여기서 일하는 A 공무원의 직무는 민원인을 대한다는 점에서 S사회성(사람들과 조화롭게 어울리는 성향)이 있어야 하며 I탐구형(정보를 취합하고 해결하는 능력)을 두루 갖추어야 한다. 우리나라 직업적성검사의 90%를 차지하는 홀랜드 검사를 기준으로 보면 민원인 서류 발급 업무에 적합한 유형은 SI(사회형, 탐구형)의 점수가 높은 사람이겠다.


시간이 흘러 A 공무원은 민원인 서류 발급 업무를 잘 넘겼다.

싹싹하고 일을 잘한다는 평을 받아  이번에 A는 예산을 담당하는 부서 총무과로 발령을 받게 된다. 즉 해당 지자체의 예산 일부를 배분하고 관리하는 일을 맡았다. 이제 A의 직무 유형은 짜인 대로 예산을 잘 배분하는 데서 관습형 C와 수학적 능력이 필요한 탐구형 I가 필요하다.


만약 A의 직업적성 유형이  사회형(S)과 진취형(E)이었다면 총무과의 직무는 A에게 고역일 수밖에 없다. 특히 탐구형 I에서 보일 수학적 분석 능력이 미약하다며 그 자리는 가시방석일 게 틀림없다. 숫자를 넣고 클릭을 할 때마다 등줄기에 땀이 흐를 뻔하다.


다행히 공무원들의 업무는 최대 3년이 흐르면 다른 곳으로 발령이 난다. 그다음은 전혀 다른 곳, 그 지역의 축제를 담당하는 문화담당부서로 간다면 A에게는 예술형 A의 성향이 필요하다.


 어떤 성향을 가진 사람이 지방직 공무원이 되어야 한다고 단정 지을 수 있는가?

또 A가 지방공무원이 아니라 내가 일하는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관처럼 노사갈등을 조정하는 업무를 한다면... 요즘 유행하는 MBTI에서도 공무원에 잘 맞는 성향이라고 외치는 글들이 많은데 글쎄다.

어떨 때는 맞고 어떨 때는 틀리다.



다만 옆에서 지켜본 바, 진취형(E) 성향이 강한 경우는 대부분 공무원 직업을 힘들어했다. 공문 하나를 기안해도 어디에 점을 찍고 어느 줄에서 새로운 문단을 시작해야 하는지에 대한 국룰이 있는 조직에서 뭔가 새로운 것을 도전하고 실행하기를 즐겨하는 진취형의 경우(굳이 MBTI유형에서 찾자면, ENTP형과 가깝겠다)는 회의감을 많이 느끼며 오래 버티지 못하는 편이었다,


그런데... 그거 아시는가?

모든 직업적성검사나 성향 검사지에서는 이렇게 명시를 한다. 참고 자료로만 활용할 것.

그래서 직업 안에 있는 직무를 중심으로 직업을 선택해야한다. 지방 공무원 A처럼 진취형(E)만 아니라면 어디든 적응할 요소를 갖고 있다.

 


직업과 직무를 동시에

둘째 딸은 현재 간호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이다. 딸의 고민은 간호 파트에서도 어떤 직무로 자신의 포지션을 정해야 할지 고민이다. 간호사는 현실형 R(기계나 사물을 다루는 성격에 익숙함)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홀랜드 적성검사는 말한다.


그런데 입원한 환자를 다루는 병실 간호사의 경우는 현실형 R보다는 사회형 S의 유형이 강해야 한다.

환자와의 소통, 환자를 간병하는 보호자와의 소통, 의사와의 소통, 사회형의 성향이 있어야 한다. 또한 입원한 환자들의 혈압이나 체온을 지속적으로 체크하고 민감한 부분을 캐치하기 위해서는 관습형 C(계획적인고 꼼꼼한 유형)에 적합해야 한다. 즉 병실 간호사의 경우는 사회형(S) 관습형(C)이 적합하다고 할 것이다.


그럼 응급실의 경우는 어떨까.

응급실은 상황에 따른 긴급한 대처, 의료기계 등의 조작이 필수일 것이다. 당연히 응급 파트 간호는 현실형 R의 유형을 지니고 있어야 하며 액티브한 사건 사고들이 많이 발생하므로 사회형 S 또한 필수 성향으로 분석된다. 이 분야의 간호사는 현실형(R)과 사회형(S) 유형을 갖추면 만족도가 높아지겠다.


병원으로 실습을 가는 딸은 응급 파트를, 조용하면서도 학구적인 딸의 친구는 보건 간호 쪽을 선호한다고 한다. 또 정해진 룰과 안정적인 업무를 선호하는 다른 친구는 병실 간호사를 더 만족해한다고 한다.

간호사라는 직업에서 어떤 직무가 자신과 어울리는지 확인하는 것이 직업이라는 선택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 (안타깝게도 홀랜드 검사는 직무에 대한 분석보다는 일반적인 직업적 특성을 중심으로 추천 직업을 선정해 주고 있다)


그리고 설사 나와 맞지 않을 것 같은 직업에 있더라도 반대로 크게 실망할 필요가 없다. 직업을 찾아 들어가 보면 나와 맞는 직무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일자리를 구하는 이들에게 꼭 당부한다.

꼭 6개월 이상은 버텨 볼 것.

그 회사에 당신과 전혀 맞지 않는 일 밖에 없다면 그때는 박차고 나와도 된다.


우리는 직업을 통해 진로라는 큰 바다를 항해하고 하는 일(직무)- 노를 젓는지, 뱃길을 찾아 망원경을 볼지, 배 구멍을 때울지- 을 통해 하루의 8시간을 보낸다. 한 달이면 총 209시간, 1년 이면 6만이란 시간을 직무에 쏟아붓는다. 사람의 가장 큰 스트레스는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하기 싫은 일을 하는 것이라는데 직업과 함께 반드시 체크해야 할 사항은 직무다.



직무는 어떻게?

제일 좋은 것은 본인이 갖고 싶은 직업을 가진 사람을 찾아 어떤 일을 하는지 대화해 보는 것이다. 취업 롤모델이 제일 좋은 표본이다. 이 덕분에 장사하는 집에 장사하는 자식이 생기기 마련이고 의사 집안에 의사가 생기기 쉽다. 환경적으로 쉽게 노출이 되기 때문에 익숙해지고 익숙해지면 편안해지게 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요즘은 너튜브나 인터넷으로도 많이 공개되어 있으니 자신이 원하는 직업에 대해 세밀한 탐색(워크넷)을 진행하면 별 무리는 없다고 본다.


설마 설마 하지만 많은 청년들이 이 정도의 탐색 없이 오로지 <공무원>, 오로지 <대기업>을 외치는 경우도 많다. 고용노동부로 온 공무원들 중 많은 이들이 합격증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사표를 던지기도 한다. 공무원들 사이에 <노병우>라는 말이 있는데 노동부, 병무청, 우체국이라는 정부 부처를 일컫는다. 제일 업무강도가 높아서 기피하는 부처라는 뜻이다. 그만큼 이직률도 높다. 사전에 공무원이라는 직업 속에 있는 직무를 탐색했다면 기회비용을 조금 더 아끼지 않았을까.


직업을 잘 찾는 꿀팁의 하나는 직무까지를 고려하는 섬세함에 있다는 것.

활동적이고 성격이 좋은 둘째 딸은 아동 병실은 자신이 꼭 피해야 할 곳이란다. 실습이 주는 경험이 자신의 직업을 더 단단히 하는 듯해 안심이 되기도 한다.


자신의 직무적 성향을 잘 모르겠다면 인턴 자리나 원하는 직무의 다양한 경험을 추천한다


내 일은 기필코 오며 내일(work)도 어딘가에 분명히 있다.  불안은 서랍 속 깊숙한 곳에 잘 넣어 두기를.

우리는 일이라는 사회화를 통해 성장해 가는 [과정]에 있을 뿐임을... 종착지는 결국 어디를 향하느냐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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