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고추장은 당근 마켓의 일등 고객
그녀는 평범한 아줌마였다.
그녀의 남편은 국회의원으로 3번을 출마해 안타깝게 낙선했다. 애석한 일이었다.
선거 때마다 남편의 곁에서 국회의원 출마를 내조했으나 상대방 후보와 2-3%의 지지율 차이로 떨어졌다.
남편은 상심했고 그녀는 더 상심했다. 가진 재산이 거의 바닥 날 지경이었다.
순간, 그녀가 가입한 당근 마켓 알림이 왔다.
선거 때 입었던 정장을 팔려고 내놓았는데 사겠다는 알림이었다. 정장을 담은 종이봉투를 당근 마켓 구매자에게 건넸을 때,
"혹시, 이번에 선거 나오셨던 후보 와이프 아니세요?"
그녀의 얼굴을 알아보았다.
그때 그녀의 뇌를 관통하는 무엇인가가
가슴을 쏴~~~ 악 훑고 지나갔다.
선거가 끝난 지 1년이 지나도 상심에 빠져
남편이 매일 낚시만 다니고 있을 때
그녀는 열심히 집안을 정리했다.
그녀가 쓰지 않았던 모자, 유행은 지났지만 잘 들지 않았던 가방, 거실 서랍대 박혀있던 화장품들, 창고에 재여 있던 샴푸와 린스들....
아, 또 그녀가 잘하는 것은 바느질이었다.
그녀는 못 쓰는 청바지들로 가방을 리폼했고 거기에 자신의 닉네임 파란 고추장을 이쁘게 새겨 넣었다. 그리고 이것들을 아주 싸게 내놓았다.
그녀는 매일 두 가지 정도의 물건을 올리고
적당한 가격으로 흥정했다. 그리고 항상 물건을 팔 때는 아이스크림이나 초콜릿 같은 것을 넣어 구매자들에게 자신의 인상을 좋게 심었다.
물론 당근 마켓에 올린 물건들도 최대한 좋은 상태로 내놓았다.
어차피 그녀에게는 필요 없는 물건이었고,
재여 있는 물건이라 돈도 벌었고 미니멀 라이프를 실현하는데 아주 적격이었다.
파란 고추장이란 닉네임은 당근 마켓에서 아주 좋은 판매자와 구매자로 알려져 이제 그녀가 무엇이든 올려놓으면 믿고 사는 덕후들도 생겼다.
그리고 그녀는 당근 마켓에
제 남편의 시간을 팝니다라 글을 올렸다.
내용은 이러했다.
성품이 온화하고 지식이 많아요(명문대 출신)
유머러스합니다.
시간도 많아요.
낚시. 책, 영화, 음악, 시사, 정치 등등....
뭐든 원하는 대화는 가능합니다.
아, 철학은? 공부 좀 하라고 할게요.
평일 9시~저녁 9시까지
주말 오후 2시~저녁 9시까지
대화가 필요하신 분은 남편의 시간을 사 가세요!
최저시급보다 단가는 낮게 받습니다!
공짜는 반드시 자신들의 sns에 모임 후기를 올려주셔야 해요^^
p.s 이상한 만남? 이상한 거래? 사절.
순수하게 남편과 대화하실 분입니다.
그리고 남편이 앞치마를 하고 설거지하는 사진을 올렸다.
파란 고추장의 글 밑으로 댓글이 달렸다.
장소는 어디서 하나요?
차값은 누가 계산 하나요?
그럼 제 말을 들어줄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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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고추장의 남편은 이후 바다가 아니라
시간을 사는 사람들의 취향에 따라 옷을 바꿔 입으며 정해진 시간대 정해진 약속 장소로 갔다.
비용은 최소한으로 받았고, 남편과 시간을 보낸 사람들의 후기로 파란 고추장의 당근 마켓에는 항상 사람들이 몰렸다.
한번 남편의 시간을 구매한 사람들은 재구매를 눌렀지만 대기가 많아 한 달 이상은 기다려야 했다.
그리고 3년 후, 다시 국회의원 선거에서
남편은 높은 지지로 당선되었다.
남편의 국회의원 현수막에는 오로지 파란 고추장이란 닉네임만 쓰여있었다.
남편이 국회의원 활동을 하는 중 파란 고추장은 남편 대신, 이제 자신의 시간을 팝니다로 활발히 활동 중이었다.
역시 당근 마켓은 위대한 시민들이 만들어 낸
최고의 플랫폼이다.
# 언젠가 팔고 싶은 상품이 시간이었다.
노동이 아니라 시간, 내가 누군가와 대화하는 시간. 정년퇴임을 지나 돈은 충분하지 않더라도 혼자 사는 사람이 있다면 이용하지 않을까?
사람과의 대화는 우울증과 무기력에 도움이 되고 그렇게 성장도 하게 되니까.
당근 마켓에 한번 올려 볼까?
딸들이 기겁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