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는 신통하고 누구에게는 엉터리다
언니를 따라 점을 보러 갔다.
아주 신통하게 알아맞히는 점쟁이라고 했다.
예약하는데만 한 달이 걸렸다고.
언니가 먼저 점을 보고, 잘 맞추면 나도 무엇이든 물어보리라. 휴일, 내 차를 타고 점집으로 향했다.
점쟁이의 집은 아파트였다.
"요즘은 점쟁이도 진화하는 가베. 옛날은 주택이나 절이더니 이제는 아파트네."
언니는 점쟁이도 사람인데 아파트가 뭐 어떴냐고 했지만 나는 약간 우스웠다. 어울리지 않는 조합?
언니가 아파트 벨을 누르자 머리를 단정하게 넘긴 50대 남자가 나와 문을 열어주었다. 현관 바로 앞에 반짝반짝 빛나는 불상이 놓여 있고 언니는 자동적으로 두 손을 모아 기도를 올렸다. 이럴 때 보면 언니는 순한 양 같았다. 조금 기다리고 해서 거실 소파에 앉은 언니와 나는 미스트 트롯을 봐야 했다.
아파트는 평범했고 깔끔했다. 거실벽에는 두 아들을 나란히 거느린 가족사진이 걸려 있었다.
잠시 후 점쟁이가 거실로 나왔고 앞에 점을 본 손님이 후다닥 신발을 신고 도망가듯이 사라졌다.
손님이 많아 보이긴 했다.
방에는 불상과 할머니를 모신듯한 모형과 점쟁이가 입는 곱은 한복이 걸려 있었다. 눈썹이 찐하고 눈이 큰 점쟁이는 50대 중후반으로 미인이었다.
"자, 태어난 시랑..."
언니가 형부의 태어난 시와 자신의 시를 말했다.
"대주는 운이 다했어. 앞으로 사는 건 자기 운이야"
언니가 말했다. 그럼 건강은?
남편이 장이랑 간이 좀 안 좋긴 한데...
그럼 저는?
무릎이 안 좋아. 관절 쪽이...
그럼 우리 큰 애는 언제 취업을?
애는 지금 뭘 하는데?
현재 공무원 시험 준비 중인데요, 될까요?
운은 있어. 그런데 운도 지 노력에 따라 달라지거든.
이렇게 공부해 갖고는 되기가 힘들어. 열심히 해야지, 이 정도는 안되지.. 점쟁이가 약간 말을 흐물거렸다. 언니가 제일 궁금한 대목이었는데 결론은 아무리 타고난 사주가 있어도 자신의 노력이 없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잉? 이게 뭐지? 된다는 거야? 안된다는 거야?
점쟁이가 계속 말했다. 앞으로 당신 사주는 괜찮아.
남편하고 잘 안 맞는데 주말부부면 더 좋은데..
남편 기가 많이 꺾여서 괜찮아. 돈이 생기면 땅을 사놓도록 해. 아이고 그 말은 나도 하겠다. 돈이 있어야 사놓죠. 그니까 조금 있음 얘들 다 크고 나면 그때 사야지.
침묵...
한 번씩 갖고 있는 삼색 깃발을 마구 섞은 뒤 언니에게 깃발을 뽑으라고 했다. 그 뒤에 또 여러 말들을 언니랑 주고받았다. 사이사이 점쟁이가 언니에게 물었다. 당신은 뭐하는데? 집에 노는 것 같지는 않은데. 그럼 또 언니가 말했다. 장사를 하는데 지금은 잘되는데 앞으로 어떨까 모르겠다. 우라랄.... 흉어랄라.. 그새 자기 이야기 80%는 다했다. 점쟁이보다 언니가 말이 더 많았다.
그렇게 한 시간을 보낸 뒤 점집을 나왔다. 나는 점을 보지 않았다. 언니가 그 점쟁이 신통하지 않지 않냐고 물었다. 뭐가? 다 알아맞히잖아!
무슨? 개뼈다귀 같은?
나는 점쟁이의 말에 차근차근 반박했다.
형부가 육십이 다 돼 가는데, 운이 다했다고 하지!
그 나이에 정년 퇴임하고 기력도 떨어지는데. 60살에 기가 살았다면 그게 이상하잖아?
점 보러 가면 전부 여자운 때문에 사는 거라고 하더라. 그래서 사업하는 사람들은 맨날 아내 이름으로 사업하라고 하잖아. 그래야 사업이 흥한다고! 내 친구들도 모두 와이프 이름으로 사업하거든. 점쟁이들 하나같이 그렇게 말하더구먼. 그게 아내한테 잘해라는 말이야. 뻔한 스토리...
그리고 형부 술 많이 마신다는 거, 언니가 먼저 이야기했잖아. 그니까 점쟁이가 간이 안 좋다고 한 거고.
또 조카도, 그 이야기는 나도 하겠다.
언니가 먼저 공부를 열심히 안 하다고 하니까,
내가 점쟁이라도 그렇게 말하겠다.
운은 있는데 노력에 따라 달라진다.
뭐여? 된다는 거야? 안된다는 거야?
또 언니는, 외형상 언니가 뚱뚱하니까 관절 이야기한 거지. 언니는 사실 관절보다 두통이 있잖아.
그리고 돈 있으면 땅 사라고?
나도 땅 사라고 하겠다!! 돈 없는 게 문제지!!
옆에서 가만 보니까
언니가 알아서 미리 이야기 다 하더만...
그니까 점쟁이가 딱딱 짚어서 따라 이야기 하더만
결혼한 지 30년이 돼서 남편이랑 잘 맞는 사람이 몇이나 되냐고? 다들 저 인간이랑 좀 떨어지고 싶다 그러는데, 당연히 주말부부면 좋겠다고 말하지.
언니는 나의 반박에도 흡족해했다. 앞을 보고 나니 속이 후련하다며 집으로 돌아갔다.
# 믿음과 맹신의 차이는 어디쯤일까?
옳고 그름을 가리느냐의 차이이다
가린다는 것은 생각하고 사고한다는 의미이다.
무조건 나만 믿어! 100%로 사기꾼이다.
하지만 점쟁이는 이 골목을 묘하게 피해 간다.
옳을 수도 있고 그를 수도 있는 경계를, 그게 그의 스킬이다.
다만, 옳다고 믿는 사람이 행복하다면 그건 옳은 일이다. 미래에 대한 불안을 그렇게라도 해소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다. 점쟁이의 말을 믿고 앞으로 자신의 삶이 행복할 것이라고 믿는 것, 조카가 노력만 하면 시험이 될 것이라고 믿는 것, 믿음만큼 강력한 게 어디 있을까? 언니의 불안이 해소되었으므로 언니는 평온했고 다시 부지런한 일상을 꾸리고 있다.
결국 승자는 지금 행복한 사람이다.
무엇이건 쓸모없는 직업은 없다. 사람들의 불안을 다독거려주는 직업도 괜찮을 듯하다. 점쟁이를 관찰하며 나도 배울 점을 찾았다. 단정 짓지 않는 말투, 격려하고 응원하는 분위기, 사람을 편하게 하는 태도와 말투, 어떤 말이 든 끝까지 들어주며 호응하는 것. 그러고 보니 내가 하는 상담이랑 점쟁이가 닮은 점이 많다.
# 삶을 두려워 말라
삶은 살아볼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믿어라
그 믿음이 가치 있는 삶을 창조하도록 도와줄 것이다.
-로버트 H. 슐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