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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아치우먼 Sep 04. 2020

 혼자인 여자가 부러운 결혼한 여자

빨간 날과 자벌자쓴의 미치도록 부러운 자유




  새벽종이 울린다

늘어지게 자고 싶은 주말 아침, 늦잠에 익숙지 않은 착한 늑대는 뭉기적 거림 없이 일어나 몸을 풀고

새벽종을 울린다.

" 밥 묵자!"

 이 종소리의 의미는 모두 일어나라, 안 일어나면 태풍 같은 잔소리가 벌떼 윙윙대는 소리처럼 곧 너를 향해 일격을 가할 것이다, 라는 시그널.  

종소리가 울리자  방에서 꿀잠 자던 녀석들은 미처 몸을 일으키지 못해 데굴데굴 이불을 감고 굴러 나오거나 혹은 어기적 어기적 기어 나오거나 어쨌든 식탁 앞에 앉는다.

그 사이 밥을 차리는 사람은 당연히 나, 먼저 식사를 마친 시엄니가 준비 해 놓은 메뉴를 세팅하는 작업이지만,

그래도 국그릇이 다섯 개.


 이 장면부터 혼자인 여자가 부럽다.

미혼이든 이혼이든 혼(婚)과 맺어지지 않은 여자들은 이 시간을 자의로 쓰고 있을 테니까.

 

빨간색이  좋냐고 묻는다면, 그건 회사에 가지 않아도 되는 날이 달력에 빨간색이니까. 파란 색일 때회사가 쉰다면 영락없이 파란색을 좋아했겠지.


주일은 하필 7일 단위일까? 3일 단위로 주일이 온다면, 그런 공약을 내건 정치인이 있다면  어벤저스에 나오는 타노스라 할지라도 그를 열렬히 지지지 할 것이다. 그런 날이 휴일, 일요일의 아침이건만, 토요일 저녁 늦게 글을 쓰다가 늦은 잠을 보충하고 싶은 아침이지만 밥을 신으로 여기는 착한 늑대는  아침과 점심의 적당한 간격을 위해 9시경에는 밥을 먹어 줘야 한다고...

 

빨간 날의 아침을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늦은 잠, 게으른 잠, 단잠을 자도 밥 먹자고 종소리 울릴 사람이 없다는 것, 그것이 제일 부러운 이유이다. 그것이 애나로(사투리, 진짜) 부럽다.


자벌자쓴

엘리스의 이가 3개나 썩었고, 금이 정점을 찍는 시국에 74 원으로 땜질을 해야 한다니?

이를 사수하기 위해 전동칫솔까지 사용했지만  공돈이 들어오면 미켈란젤로 최후의 만찬처럼  완벽한 비율로 나갈 곳이 생기는지, 하느님은 다 알고 계신다. 나의 공돈이 어디로 물줄기를 틀지.

 

혼자 사는 은미는 자벌자쓴(자기가 벌어 자기가 쓴다) 철저하게 시행해서 네일에 페디큐어까지  3 피부마사지, 주말이면 나이스 필드행. 1년에 2번은 해외여행까지.   키우는 나는 도저히 따라갈  없는 클라쓰.


멍청하게 나는 왜 결혼했을까, 나이 가라 폭포처럼 밀려오는 자괴감을 등에 업고, 유행 지난 원피스를 더운 여름 꾹꾹 다리미로 다릴 때, 자벌자쓴을 사용하는 그녀가 또 부럽기만 하다.


달목욕?

은미와 함께 연수를  적이 있었다. 고생하는 직원들을 위해 다행히 좋은 호텔을 잡아  덕분에 함께 사우나를 갔다. 목욕탕을 가면 당연히 때를 밀어야 하는  아닌가?  몸에서 밀려 나오는 , 그렇다. 목욕을  간지가 오래된 탓에 모처럼  좋은 호텔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손목 스냅 운동을 하고 있을  은미의  마디.

"자기 달 목욕 안 하나 봐."

 "어... 달 목욕."

네가  세계를 어떻게 알겠니? 아이  키우며 직장 생활하는 엄마가 어떻게  목욕이 가능한지. 그건 걸어서 지구를 떠나는   보다  힘든 일이라고, 귀띔해주고 싶었지만 조용히 때수건을 내려놓고 냉탕에 들어가 개구리헤엄을 쳤다.

 

언니에게서 얻은 비싼 화장품 샘플 뜯어가며  얼굴에 처벅처벅   피부숍 가서 뽀얀 얼굴로 화장  먹어 들어올 ,   백만  넘어가는 에르메스 목걸이 손으로 만지며  이건 시즌이 지난 거라 아쉽다고 입셍 로랑 립스틱 바른 입술을 치켜올리며 아쉬워할 , 물건 고르듯  남자  남자 양손에 두고 저울질하며 결혼보다 아이 키우는  겁나서 아이는  낳겠다며 붙인 속눈썹을 꿈벅거릴 , 너는     옆자리니? 너는 나라를 구한 잔다르크 아니면, 일본 왜장을 끌어안고 남강으로 뛰어내린 논개였을까? 전생의 나는 무엇이었을까?



집으로 돌아오는  베이지  샌들에는 짭으로라도 붙은 큐빅 하나 없고, 자주색 발톱 매니큐어가 낡은 페인트  마냥 꺼뭇꺼뭇하고. 저녁에는 발톱이라도 다시 발라야지. 기필코 아이들 크고 나면  목욕은 끊으리라, 오기를 부리며  절여진 배추처럼 기죽은 퇴근길. 그러거나 말거나  놈이 엉겨 붙는 , 일단 낳은 녀석들이니 이쁘기는 하네. 쪽쪽, 뽀뽀를 한다.



 엘리스가 매니큐어를 들고  내 발꾸락을 꼼지락 거린다.

  "하하하, 간지러워!"

  "잠--만, 잠깐만 있어봐. 지워야 바를 거 아니야?"

  "큭.... 큭, 아가씨. 이 패디큐어는 얼만가요?"
  "고객님, 가격으로 매길 수 없어요,

저는 아무한테나 안 해 주거든요!"

야무지고 야시 같은 엘리스, 엄마 속을 들어갔다

나왔나? ".. , 고객님 발꾸락   빼시고요..."

 "네에, 이쁘게 세상에서 제일 이쁘게 발라주세용."


미련토록

발꾸락을 거실 탁자에 올리고 선풍기 바람에 살짝 눈을 감으니 드는 생각.

 "나는 내 삶을 살고 너는 네 삶을 살고."

어느 삶이 낫다고 누가 정의하랴. 그것은 오로지 선택한 본인 만이 판단할  있는 .

부러워도,  부럽고 자꾸 부럽고 그렇게 부러워도

내 삶은 미련토록 그냥 최선을 다하련다.

언젠가는 달 목욕 갈 날도 오겠지.


그래도 뒤돌아  지는  시간을 마음대로 주무르는 . , 부럽다 Time 진정한 주인 그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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