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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아치우먼 Oct 11. 2020

오리궁댕이

이 남자의 매력 포인트


1. 각자 다른 매력  포인트

제목을 적으면서도 헛갈린다. 오리궁댕인지 오리궁둥인지, 오리궁뎅인지. 맞춤법에 상관없이 오리궁댕이로 정한 이유는 몽실한 어감이 살아나는 쪽을 택했기 때문이다. 남자에게 반했던 매력포인트는 정작 당사자는 모르고 있을 터, 사소한 것이다.

언젠가 결혼 후에 여자들끼리 수다를 떨면서 남자들의 섹시 포인트에 대한 이야기가 잠깐 나왔다. 한 친구는 자전거를 타는 남자의 굳센 허벅지라고 했고 또 한 친구는 불끈불끈한 가슴이라고 했지만 나는 서슴없이 궁댕이라고 했다. 남자뿐 아니라 사람의 몸 중에서 내가 가장 최애 하는 포인트는 궁댕이다.  뽀뽀하며 제일 자연스럽게 탐닉할 수 있는 엉덩이 살을 손으로 쓸어 내는 느낌은 뭐랄까? 쫀득하고 쫄깃하며 몽실하면서 말랑하게 무른, 떨어지는 곡선의 살들이 아찔했다.


그날은 여름이었고 이제 곧 방학이 시작되기 전의 대학교 민주광장에는 인적이 드물었다. 남자는 민주광장 게시판에 농촌봉사활동 현수막을 달려 나왔을 것이다. 위에는 아이보리색 바탕에 갈색 줄이 그어진 면티를 입었고 아래는 진갈색 양복바지를 입었는데 민주광장을 가로 질러가는 남자의 발걸음이 섹시했다. 한 걸음 한 걸음 남자의 궁댕이가 멋지게 실룩거렸다. 잔디밭 위에 동그란 공이 굴러가는 느낌이어서 한달음에 달려가 남자의 엉덩이를 손으로 막 만지고 싶었다. 남자와 눈이 마주쳤을 때, 어색하지 않게 형이라고 불렀지만 음흉한 미소는 재빨리 숨겼다. 그리고 며칠 후 남자가 나에게 고백했을 때 나는 오리궁댕이 때문에 단번 콜을 외쳤다. 내가 아는 선후 배중 그 남자의 엉덩이처럼 섹시한 엉덩이를 가진 남자는 없었다. 탱탱하고 봉긋하며 남자의 몸 중 가장 부드러운 곡선을 가진 오리궁댕이의 절벽은 멋졌다.


2. 누구에게나 공평한 시간이란 마법

오리궁댕이는 착한 늑대가 되었다.

얼마 전 착한 늑대는 아주 많이 아팠다. 뇌수막염이 왔는데 원인을 찾지 못해 열흘을 고생하다 정신줄을 낳을 정도로 병세가 악화되고 나서야 뇌수막염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그때 착한 늑대는 이틀 정도 정신을 잃었다. 의식을 잃자 고함을 지르고 몸부림을 심하게 치며 어느 누구도 알아보지 못했고 기저귀를 차야만 했다. 소변줄을 꼽은 상태로 기저귀를 찬 착한 늑대의 엉덩이를 보면서 나는 그냥 눈물이 흘렀다. 내가 반했던 탱글탱글한 궁댕이는 없었다. 양옆으로 골이 움팍 들어가 이제는 윤기를 잃어버린 처진 궁댕이가 기저귀를 차고 신음하고 있었다. 탄력 잃은 살을 손으로 어루만지며 살아간다는 것이 이런 것, 바람빠진 축구공 처럼 활기 있게 공기를 가르지 못하는 것. 윤기 있던 살에 낙엽같은 건조함이 둘러 붙는 것. 오리궁댕이에 다시 바람을 넣어 빵빵하게 만들고 싶었다.


착한 늑대는 샤워를 하고 매끈한 팬티 바람으로 욕실에서 나온다. 거실에 있던 나는 착한 늑대의 엉덩이를 향해 달려든다. 와 이라노? 착한 늑대는 내 손을 피해 도망치며 손에 집은 바지를 입기 위해 한발 뛰기를 한다. 나도 달려가 오리궁댕이를 양손으로 떠 받치며 탐욕스럽게 더듬는다.

엘리스가 곁눈질로 본다...

애정행각은 어두운 데서 좀 하지.

그럴 때 착한 늑대의 오리궁댕이는 갓 쪄낸 찐빵처럼 푸근하고 깨끗한 호텔의 하얀 이불처럼 푹신하고 봄햇살처럼 나른하며 석양처럼 아늑하다. 그 순간이 좋아서 먹잇감을 기다리는 살쾡이처럼 거실에서 일부러 나와 책을 읽는다. 너는 내 남자, 나를 유혹했으니 이 정도는 네가 희생해 줘야지. 오리궁댕이를 따라 거실을 몇 바퀴 돈다. 내가 좋아해서 그럴까? 스퀘트를 자주 하며 다시 빵빵한 오리궁댕이를 가지기 시작했다. 느닷없는 내 손길이 싫지 않지?



빵실 빵실한 궁댕이가 좋아.

나의 탐욕스러운 손길을 책임져.



3. 스킨십을 예찬한다

# 사랑하는 사람간의 피부의 상호접촉에 의한 애정의 교류를 스킨십이라고 한다. 스킨십을 통해 사람의 뇌에서는 옥시토신 호르몬이 배출되는데 이는 사람의 긴장을 완화시키고 안정감을 갖게한다. 1인 가구로 사는 사람에게 우울증이 많이 발병하는 이유도 스킨십의 부족이 한 원인이 된다.  실제로 강아지나 고양이를 키우면 우울증이 확실히 줄어든다.

36.5의 몸으로 자주 부대끼다 보면 언어로만 눈치채지 못하는 것들을 자연스레 알게 된다. 말은 안 하지만 몸으로 표현하는 것들. 피곤함, 힘겨움, 삐짐, 웃음, 나른함, 상쾌, 홍조, 무중력, 몸의 탄력으로 느껴지는 나이듬.... 그런 건 몸으로 부대껴야지만 아는 것들이다.

특히 50대이상의 남자들은 아내의 스킨십 남발이 필수적이다. 그들은 현재 가장 외로운 존재들이기때문에. 손잡고 석양을 바라보는 흔한 노년이 되기 위해서는 아이들이 다 자란 다음의 스킨십이 아주 좋은 약이 된다. 그 남자의 매력 포인트를 다시 주목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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