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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나리의사 Jul 22. 2020

흉부외과(일반외과, 산부인과) 의사는 정말 부족한가?

모두가 외면하는 현실, 그리고 그들의 쇼

https://blog.naver.com/oojung97a/221983972225


 방송에 아시는 분이 나와서 반갑네요. 모든 상금을 레지던트에게 주신다니 그 마음 씀씀이가 참 보기 좋습니다. 병원에서도 전설적인 분이셨습니다.


  교수님에 대한 이런 소문이 있었습니다.


 교수님께서는 응급 상황에 조금 더 빨리 병원에 오기 위해 병원 앞으로 이사를 오셨다고 하셨습니다. 거기다 교수님께서는 집 컴퓨터에 병원 차트 프로그램을 깔아 두고, 응급실 환자 현황표를 확인한다고 하였습니다. 혹시나 환자 진단명에 대동맥 박리 같은 흉부외과가 담당해야 할 환자가 있으면 응급의학과 레지던트가 전화를 하기도 전에 먼저 알아서 병원에 오신다는... 후들후들...(어디까지가 진실이고 허풍인지 구체적으로 확인은 해 보지 못했습니다.)


https://www.donga.com/news/It/article/all/20110704/38517550/1

정말 최고의 교수님이십니다..


그런데 정말 흉부외과 의사는 부족한 걸까요? 정말로 부족하면 왜 그럴까요?


 흉부외과는 말 그대로 흉부를 수술합니다. 횡격막을 기준으로 그 위인 폐, 식도, 심장, 그리고 심장에서 나온 대동맥을 비롯한 각종 혈관들을 흉부외과에서 수술합니다.

 과 특성상 흉부외과는 대동맥 박리 같은 정말 초를 다투는 응급 질환이 많습니다. 또한 신경외과와 더불어 가장 바이탈(생명)의 최전선에 있는 과입니다. 반대로 말하면 환자가 죽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과이기도 합니다. 대동맥 박리의 경우 치료를 하지 않는 경우 1개월 생존율은 특히 상행대동맥을 침범한 경우 50% 미만입니다. 둘 중 한 명은 안타깝게도 목숨을 잃습니다. 대동맥 박리는 외상과 감염을 제외하고 가장 사망률이 높은 질환입니다.

 수술은 가슴 한가운데를 열고, 체외순환을 이용하여 혈액을 돌리는 가운데 파열된 대동맥을 인조혈관으로 교체를 합니다. 수술 사망률은 무려 10%가 넘습니다. 외상을 제외하고 가장 수술 사망률이 높은 수술에 속합니다.


'억 소리 나는 가격의 체외 순환기

 특히나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 막혀 스텐트 등의 내과적 시술이 불가능한 심근 경색 환자의 경우, 인공 혈관을 삽입하는 관상동맥 우회로 이식술(CABG:coronary artery bypass graft surgery) 같은 경우인공 심폐 장치에 의한 체외순환을 사용해 심장을 정지시키고 수술을 합니다. 기 가격만 해도 '억' 단위이고 따로 기계 조작만 하시는  기사분이 따로 계십니다.

 거기다 수술 중 환자의 상태가 급격히 나빠질 수 있어 심혈관 전문 마취과 의사에 수혈이 필요할 수 있어 병원 내 자체 혈액원, 수술 후 중환자실도 있어야 합니다. 거기다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환자를 위해  24시간 수술 대기조가 있어야 합니다. 그러니 보니 흉부외과는 대학병원 급에만 있습니다.


 하루는 제가 응급실에서 폐로 들어가야 할 공기가 폐와 늑막 사이로 새어 숨이 쉬기 힘든 기흉 환자가 와서, 흉부외과를 호출하였습니다. 덩치가 조금 큰 여자 선생님이 오셔서, 제가 공손히 환자를 노티 하였죠.

 처음 보는 선생님이셨지만,

 "~~ 이런 환자, 잘 좀 부탁드립니다."

알고 보니 흉부외과를 돌고 있는 인턴 선생님이었습니다. 즉 의사 자격증을 딴지 몇 개월 안된 초보 의사였죠. 흉부외과 레지던트가 없어서 응급실 당직을 인턴에게 맡겨 놓은 것이었습니다. 어이없었죠.


https://www.medigatenews.com/news/1617946280


 흉부외과 의사가 정말 부족할까요?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흉부외과 전문의는 부족하지 않습니다. 다만 흉부외과 의사들이 일할 자리가 없습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흉부외과는 대학병원 급에서만 일할 수 있습니다. 흉부외과 의사들은 심장과 폐를 수술하며 생명을 살린다며 전문의를 땄으나,  상당수의 흉부외과 전문의 선생님께서는 심장과 폐를 만지지 못하고 하지 정맥류 수술을 하거나 미용, 성형 그것도 아니면 응급실 당직을 서고 있습니다. 하지정맥류 수술을 하거나 응급실 당직, 미용이나 성형을 하려고 처음부터 흉부외과를 지원한 선생님은 아마도 없었을 겁니다.  


 생명의 최전선에서 수술방과 응급실, 병동을 뛰어다녀서 힘들게 수련을 받고 나와도 일할 자리가 없습니다. 4년에서 길게는 6~7년간 열심히 심장과 폐를 자르고 붙이면서 배운 사람 살리는 기술을 발휘할 곳이 없는 것이죠.  

 즉 흉부외과를 전공하면 미래가 없습니다. 그러니 아무도 지원하지 않습니다. 교수는 그리 부족하지 않습니다. 다만 1년 365일 출근하고, 수술한 입원 환자를 돌보고, 응급실 당직을 설 전공의가 부족합니다.

 

국가는 아무도 흉부외과를 지원하지 않자, 멋진 정책을 펼칩니다.

https://www.mk.co.kr/news/it/view/2010/12/9988/


 무려 레지던트 연봉을 1억으로 제시한 것이죠. 4년이면 무려 4억. 어떤 교수님들은 "와, 나보다 월급이 더 많겠네."라며 자조적인 말씀을 하셨습니다. 당시 레지던트 연봉이 3000만 원이 넘을 때였으니, 무려 3배 많았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처참했습니다. 4년 4억 벌고, 40년 실직자로 지낼 의사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문제는 간단합니다. 대학병원에서 흉부외과 교수를 왕창 뽑아 일자리를 늘려주면 문제는 해결됩니다. 그러면 교수님들도 편하고, 많은 인턴들이 부푼 꿈을 안고 흉부외과를 지원할 겁니다. 그런데 대학병원은 흉부외과 교수를 뽑지 않습니다. 왜일까요?

 흉부외과 수술 자체 수가가 너무 저렴해서 수술을 하면 할수록 적자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최소한으로 교수를 뽑습니다. 인력이 부족합니다. 특히 주당 80시간(몇년전만 해도 100시간을 훌쩍 넘김)을 근무하는 전공의가 없으니, 교수가 당직을 서고 그것으로 부족해서 인턴을 주치의 시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인턴이 흉부외과 주치의라. 참, 슬프고 무서운 일입니다. 거기다 입원환자를 돌봐야 할 레지던트가 없으니 OO 병원에서는 간호사가 하얀 가운을 입고 의사처럼 회진을 돌고, 수술방에서 어시스트를 하고, 약을 처방합니다. (간호사의 약 처방은 엄연히 불법입니다. 의사 외에 처방 자체가 안됩니다.)


 일부 근엄한 교수님들(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특정 교수님을 지칭하는 게 아닙니다)께서는 흉부외과 전공의가 매년 미달되는 상황을 두고 이렇게 말합니다.

 요즘 젊은 의사들은 편한 것만 찾고, 돈 되는 것만 찾아서, 아무도 힘든 일을 하지 않는다.

 여기에 담긴 속마음은 '그런 너희들과는 다른 나는 환자를 위해 희생하면서 산다. 난 멋진 놈이다.' 아닐까요?

 그리고 아닙니다. 모든 과를 털어서 수련이 가장 힘든? 신경외과는 정원을 꾸역꾸역 채우고 있습니다. 전문의가 되고 난 후 취직할 수 있는 척추 병원이 많기 때문입니다.  

 

 흉부외과를 전공하면 월 320시간씩 일하며 병동 당직과 응급실 당직만 서다, 교수를 시켜주겠다는 희망 고문에 레지던트 4년에 펠로우 몇 년을 하고 나서 결국 교수가 되지 못하고 갈 곳 없는 처치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풋내기 의사, 아니 의대생들도 다 압니다.


 아무도 사실을 말하지 않습니다. 의사가 돈이나 시스템을 말하면 속된 말로 속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고상해야 하고, 자신을 희생해야 멋진 의사니까요. 왜 그렇게 고상하고 자신을 희생하는 멋진 흉부외과 교수님들께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인턴에게 주치의와 응급실 콜을 받게 하고, 불법으로 간호사에게 처방을 맡기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계속해서 말하지만, 특정 개인이 아니라, 일부 간호사에게 불법으로 처방을 맡기고 인턴에게 주치의를 시키는 흉부외과 교수님들을 말하는 겁니다.)


 흉부외과 전공의를 위해서 필요한 것은 텔레비전, 퀴즈 상금도 아닙니다. 더더욱 레지던트 연봉 1억 도 아닙니다. 더 많은 흉부외과 의사 일자리입니다. 몸이 힘들어서, 안 하는 게 아닙니다. 전문의를 따도 갈 곳이 없기 때문에 안 갈 뿐입니다. 한 마디로 미래가 없기 때문입니다. 누가 흉부외과 레지던트에게 암울한 미래를 만들었을까요?

 다시 한번 말하지만 흉부외과 전공의들에게 필요한 건 '가족(좆 아님) 같은 의국, 끈끈한 정, 단합을 위한 잦은 회식, 텔레비전, 퀴즈 상금, 연봉 1억'이 아니라 그들의 미래, 즉 일자리입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위 글은 특정 흉부외과 교수님과 전혀 상관없습니다.


덧붙이는 이야기


https://blog.naver.com/sound9991/221801193040


 정부에서는 공공의료를 위한 의대를 만들겠다고 합니다. 전염병 예방, 감염병 전문 의사를 만들겠다고 합니다. 저는 어이없어 웃고 맙니다. 질병관리본부에서 근무할 의사는  계약직으로 뽑으면서, 감염병 전문 의사 양성을 위해 특별히 남원에 공공의료대학원을 세우겠답니다. 남원에 얼마나 많은 감염병 환자가 발생할지, 환자도 없는 병원에서 감염병 전문가가 어떻게 탄생할 수 있을지 궁금하네요.


 그 돈으로 예방의학과 전문의나 역학 조사관을 정규직으로 뽑고, 감염내과 진찰료 및 협진료를 올려줘서 감염내과 의사가 일할 자리가  많아지길 바랍니다.  (내과 분과 중에서 가장 인기 없는 과가 감염내과입니다. 이유는 흉부외과와 같습니다. 일할 곳이 없습니다.)


 아, 그럼 표가 안 되는군요. 지방에 의대 신설해서 지역 주민들 표를 얻어 천   년 정치를 해야 할 정치인들이 자신에게 아무런 표가 안 되는 근본 해결책을 좋아할 리가 없습니다.

 그들의 쇼는 오늘도 계속될 뿐입니다.

(설마 또 높으신 분들이 자제분들 막 불법과 편법으로 입학시 의사 만들려고 공공 의대 만드시는 건 아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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