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영웅이 필요한 사회에 부쳐
유희석 아주대 의료원장이 이국종 교수에게 한 욕설로 파문이 일고 있습니다.
https://imnews.imbc.com/replay/2020/nwdesk/article/5650422_32524.html
유희석/아주대의료원장:"때려치워, 이 XX야. 꺼져. 인간 같지도 않은 XX 말이야. 나랑 한 판 붙을래 너?"
이국종: "아닙니다. 그런 거…"
이전부터 이국종과 아주대 의료원 사이에는 계속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https://imnews.imbc.com/replay/2020/nwdesk/article/5650423_32524.html
조직은 '옳다, 그르다'를 떠나서 공이 생기면 상부가, 실이 생기면 하부가 가져갑니다. 문제가 생기면 흔히 말하는 '꼬리 자르기'로 몇몇 말단이 책임을 지는 것으로 끝나고, 공적은 상사가 차지합니다. 이국종의 경우 교수의 경우는 정반대였습니다. 모든 공과 사람들의 지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는 이국종 교수가 가져가고, 그 외의 모든 자질 구래 한 것부터 해서 각종 문제들은 아주대가 맡았습니다. 헬기 소음으로 인한 수많은 민원들부터 해서 각종 병원 경영상 적자 및 인력 충원, 거기다 다른 과에서 쏟아지는 불평불만들은 모두 아주대와 병원장, 의료원장이 말입니다. 그런데 이국종 교수만 부각되는 게 야속했을 겁니다. 그렇다고 배우신 분이 욕을 하시다니,,,,,,,,,,,,,,,,, 같은 의사로 부끄럽습니다. 저는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저는 이국종 교수님처럼 살지는 못할 겁니다. 돈, 명예, 모든 걸 떠나서 자신의 분야와 환자에 대한 애정은 제가 노력한다고 해도 따라갈 수 없습니다. <골든아워>에서 저는 희생정신 뿐만 아니라 극지방을 탐험하는 여행가의 열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만 응급의료센터라는 조직은 이국종 교수 혼자서 할 수 있지 않습니다. 외상 환자 응급 수술을 할 때, 마취과는 마냥 웃을 수만은 없습니다. 이국종 덕분에 밤에 응급으로 co-op(합작 수술)를 해야 하는 신경외과, 흉부외과, 정형외과 등 다른과도 모두 그리 편하지만은 않았을 겁니다. 손이 많이 가는 외상환자를 돌봐야 하는 간호부도 많은 어려움을 겪었을 겁니다.
이국종 교수님이 사교적이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어도 그럴 시간이 부족했을 겁니다. 그의 책 <골든아워>를 보면서, 제가 놀랬던 건 '정부에 대한 비난'은 그렇다 치고(저도 매번 정부와 조직, 시스템을 비난합니다), 자신이 몸 담고 있는 아주대 병원에 대한 힐난까지 거침없는 것에 놀랐습니다. 또한 자신과 함께 하는 동료와 아랫사람에 대한 고마움은 넘쳐나지만, 나머지 파트에 대한 부분은 조금은 부족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거기다 언론은 언제나 한 사람에게만 모든 것을 비추는 속성이 있습니다.언론은 이국종 교수 개인에 모든 것을 비추었습니다.
수술을 하는 동안, 환자의 바이탈은 마취과가 담당합니다. 수술하다 사망하면 사람들은 집도의 책임이라고 생각하지만, 마취과도 책임을 피해 갈 수 없습니다. '수술실의 내과의사'가 마취과입니다. 오로지 집도의가 수술에 집중할 수 있게 환자의 호흡, 혈압, 체온 등은 모두 마취과 담당입니다.
바이탈이 흔들리는 환자를 다짜고짜 수술실로 밀고 들어오는 이국종 교수가 마취과로서는 상당히 불편했을 것입니다. 마취과 의사가 가장 피하고 싶은 경우가 바이탈 흔들리는 환자를 응급 수술입니다. 최악의 경험은 수술 도중 환자가 죽는 것, 일명 table death입니다. 말 그대로 수술 중에 환자가 사망하는 경우입니다.
마취과뿐만 아니라, 같은 이유에서 co-op, 즉 동반 수술을 하는 다른 과들도 쉽지 않았을 겁니다. 안 그래도 힘든데, 이국종 교수 덕분에 상태 안 좋은 환자를 그것도 응급으로 수술을 해야 하니까요. 또한 환자가 넘쳐나는 응급실도 편하지 않았을 겁니다.
도움을 주는 동료들도 있지만 일부 사람들은
라는 생각을 못해도 한 두 번씩은 했을 겁니다.
이국종 교수님이 사람들과 회식을 하면서
"제가 이렇게 있을 수 있는 것도 다 여러분들 덕택입니다. 제가 여러분께 큰절을 올립니다."
"아이고, 별말씀을, 덕분에 저희 과도 덕분에 다양한 수술 많이 하면서 배우고 있습니다."
이랬으면, 좀 덜 했을 겁니다. 사람은 언제나 이성적이라기보다는 감정적이니까요.
하지만 <골든아워>에서 그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아주대병원을 비난합니다. '헉, 이래도 되나.' 글을 읽는 제가 마음을 졸일 정도였습니다. <골든아워>를 통해, 이국종은 다시 한번 더 국민적 지지와 응원을 얻었지만, 병원과 조직 내에서는 수많은 적을 양산하고, 기존의 적들에게 적대감을 더 부추겼다고 생각됩니다. 아군과 적을 동시에 얻었다고나 할까요.
저는 <골든아워>를 읽으면서, 몇 가지 결말이 떠올랐습니다.
1. 이국종 교수가 의료사고와 소송에 휘말려서 추락함.
2. 병원과 조직 내부 고발과 다툼에 의해서, 결국 쫓겨남.
3. 이국종 교수가 의료 현장을 떠나, 행정이나 정치, 강연 등에 나섬
4. 버티다 결국 1,2,3으로 끝남.
아주대 병원 측에서는 '공'은 혼자서 독차지하고, '실'은 모두 병원과 사회에 던져버리는 이국종 교수가 눈에 가시 같은 존재지 않았을까요? 그게 쌓이고 쌓여서 이번 문제가 터진 게 아닐까 싶습니다. 앞에 신문 기사들을 보면 구체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유희석/아주대의료원장]
"행사 지원만 해드리고 저를 포함해서 우리 참석하지 말아야겠네. 우리 행사가 아닌데."
[유희석/아주대의료원장]
"150명 올라가서 누구 하나 떨어져 죽으면 누가 책임져요? 경기도 책임이죠 그거는? 우리 책임 아니에요, 우리 행사 아니니까."
[한상욱/아주대병원장]
"지금 민원이 폭주하고 있어요. 저한테도 직접 연락도 오는데. 요즘 민원 들어오면 반드시 답을 해야 돼요. 그래서 저희들이 답안을 어떻게 만들까 고민 중입니다."
높으신 분들이 아주 많이 섭섭했던 모양입니다.
거기다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녹취'까지 등장하면서, 더 이상 아주대병원이라는 조직과 이국종 교수는 같이 가기 힘들어 보입니다.
병원 측에서는 이국종 교수를 바로 내치지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적당히 기다렸다가 이번 사건이 젖어들무렵, 서서히 이국종 교수를 공격할 겁니다. 대 놓고 하면 또 다시 언론에 오르내릴 수 있으니까 손발을 자른다거나, 조직을 줄이는 방법 등으로 말입니다. 이국종 교수가 더 '난리'를 치면, 내부자 고발이나 의료 사고 고발 등을 통해서 '영웅'에서 '악당'으로 만드는 방법까지도 고려할 것입니다.
안타깝습니다. 이국종 교수는 한 분야의 전문가이고, 대가입니다. 특출 나고, 거기다 국민적 인기와 지지까지 등에 업고 있습니다. 다만 병원 조직 내에서는 질투? 시기김? 기타 다른 다양한 이유들도 눈 밖에 난, 이 동네에서는 '짱돌'이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갑자기 한 영화배우의 수상소감이 생각납니다.
이국종 교수님도 이러면서 병원장님이나 의료원장님과 어깨동무하고
"제가 이렇게 있는 건, 다 제 앞에서 총알 받이 해 주시는 이분들 덕분입니다."
같이 사진 한 장 '딱' 박아서 신문에 '떡' 하니 올라왔으면 다 좋았을텐데 말입니다. 그런 걸 좋아하고 싫어하는 걸 떠나서, 환자를 보기도 바쁜 이국종 교수님은 그럴 시간조차 없었을 겁니다. 사람일이란 게 참으로 어렵습니다. 작은 것에 감동 받고, 반대로 말도 안 되는 사소한 것에도 마음이 상하여 철천지 웬수가 되기도 합니다.
제가 이국종 교수님에게 너무 많이 바란다고요? 어차피 조직과 사회, 시스템에게는 바랄 게 없습니다. 조직과 사회, 시스템이 정상으로 돌아가는 사회에서는 영웅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영웅이 필요한 사회는 비정상입니다. 세계 2차 대전에서 일본에 압도적으로 승리한 미국에는 손꼽을 영웅이 없고, 간신히 일본을 물리친 임진왜란에서는 '이순신'이라는 영웅이 있습니다.
이국종 교수님을 항상 응원합니다.
"남의 생명을 살리려다, 자신의 생명을 깎아먹지 않기를."
그리고 언젠가는 영웅이 필요 없는 사회가 오기를 바랍니다.
저의 의도와는 다르게 "왜 이국종 교수님을 뭐라 그래"라고 할 수도 있어서 또 한 번 말씀드리지만, 저는 항상 이국종 교수님을 응원하였고 지지합니다. 우리가 '이순신'에게 뭔가를 바라지 '선조'에게 바랄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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