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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나리의사 Aug 02. 2020

지인이 수술 잘하는 의사를 추천해달라고 한다-상-

가까운 근처 병원 가세요  

 하루는 형에게 전화가 왔다.


 아버지, 맹장염으로 수술해야 한단다. 담낭에 혹이 있다고 담낭도 때야 한다는데 우짜고?

 "뭐고, 우째된 일이고?"

 형 말에 의하면 전말은 이랬다.

 아버지가 형에게 갑작스레 전화를 했다. 아버지는 지금 배가 너무 아파서 움직이지도 못하겠으니 비닐하우스로 태우러 오라고 하셨다. 형은 급히 차를 몰아, 아버지를 집 근처 병원 응급실로 갔다. 가서 각종 검사하고 복부 CT까지 찍었는데, 의사는 아버지가 급성 충수염(일명 맹장염)이고, 담낭에 혹이 있다고 했다. 일단 자기 병원에서는 급성 충수염을 수술하는 외과 없으니 수술 가능한 병원으로 가라고 했다.

 일단 진통제를 맞고서 복통이 줄어든 아버지는 담낭에 혹이 있다는 말에 울먹이면서 혹시 암 아니냐고 또 잔뜩 걱정을 하셨다.

  '흠, 급성 충수염. 외과에서 가장 간단한 수술이니까. 뭐, 별건 없고.  담낭 혹. 담낭 용종이겠지. 1cm 미만에서는 악성 가능성이 적어 경과 관찰하는데 정답인데, 외과 의사는 급성 충수염 수술하면서 무조건 때자고 하겠지. '

 사실 급성 충수염은 일반외과를 중국집이라고 하면,  짜장면 정도이다. 가장 기본이며, 간단한 수술이다. 30분, 길어야 한 시간. 배(수술 시간)보다 배꼽(마취 시간)이 더 큰 수술이라고 할까. 가정의학과 의사로 외과에 파견 나가서 퍼스트 어시스트로 외과 선생님과 복강경을 같이 잡고 수십 건이나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했다. 굳이 잘하는 병원이나 큰 병원 찾아갈 필요가 없었다.

 문제는 담낭(=쓸개) 절제술인데......... 담낭절제술은 충수돌기염 다음 수술 정도 된다. 쓸개에 용종이 1cm 이상 이거나 담석이 있어 통증이 있는 경우, 쓸개 안에 있는 혹이나 돌을 꺼내기보다 쓸개 전체를 때 내는 게 훨씬 쉽고 안전하기 때문에 담낭 전체를 때낸다. 쓸개는 우측 갈비뼈 아래에 있으며 어른 엄지손가락 1~2개 정도 크기이다.


<잘라야 하는 빨간색(담낭관), 절대 자르면 안 되는 검은색(담도관, 담관)>

 수술? 생각보다 간단하다. 담낭을 간에서 때낸(유식한 말로 박리) 다음, 쓸개에 달린 혈관과 쓸개즙이 나오는 담낭관을 잘라서 묶어 주면 끝이다.  이 수술도 퍼시트 또는 세컨드 어시스트로 많이 들어가 봐서 수십 건을 보았다. 다만 딱 하나, 담도가 아니라 바로 옆에 담관을 자르면 절대로 안된다. 담도계 손상은 담낭 절제술의 가장 심각한 합병증으로 1% 빈도에서 발생한다. 죽지는 않더라도 평생 고생을 해야 한다.


 담낭절제술을 좀 더 잘하는 의사에게 할 것인가? 아니면 근처 병원에서 할 것인가?

 의사이자, 아버지의 아들로서 내가 한 고민은 이거다.

 나와 형은 집 근처 병원에서 수술하기로 했다. 현재 급성 충수염이 있는 상황이라, 가능한 한 빨리 수술하는 게 낫고, 집이 김해라 굳이 부산까지 가서 수술하기가 번거로웠다. 그리고 담낭절제술은 비교적 쉬운 수술에 속하기 때문이다. 수술에 따라 사망률의 차이가 크게 달라지지 않고, 합병증 발생률도 1% 미만으로 낮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지인들이 위내시경, 대장 내시경, 편도 절제술, 급성 충수염으로 충수절제술을 해야 된다고 하면 근처 가까운 병원을 추천한다. 대장내시경의 경우 천공 발생률이 0.1~0.3%, 편도 절제술 후 출혈 등의 합병증 1~5% 정도이기에.


 그런데 암이라면?????? 특이한 경우라면???


2편에서 이어집니다.


 


브런치에서 썼던 글의 일부가 <의사의 생각>으로 출간되었습니다. 구독자분의 관심과 사랑에 감사드립니다. 

몇몇 분들이 브런치의 글들이 사라졌다고 물어보시는데, 책이 발간됨에 따라, 책에 실린 글들은 브런치에서 내릴 수 밖에 없습니다. 이해부탁드립니다.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6822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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