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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나리의사 Jul 09. 2021

다들 아픈 줄 알았는데,
나만 아팠다.

인생은 블랙코미디이다. 웃지 않으면 씁쓸할 뿐.

 날씨는 무덥고, 습했다. 오전에 3시간 넘게 이글거리는 태양과 열기로 흐물거리는 검은 아스팔트 위에서 코로나 선별 진료소를 마치고 병원으로 들어올 때면, 내 몸은 축 늘어지고 마음은 흐물거렸다. 거기다 야외 탈의실에서 장갑에, 방호복에, 페이스 실드에, N95 마스크까지 벗을 때면 항상 머리가 아팠다. 고무줄 때문이었다. 특수 마스크인 N95 마스크는 얼굴에 좀 더 밀착되도록 강한 고무줄로 연결되어 있고, 귀가 아니라 머리 전체를 쪼이기 때문이다.  

 나는 마스크를 벗자마자 머리를 긁으며, 문질렀다. 강한 탄력을 가진 고무줄이 살을 파고 들어가, 눌린  부분이 간지럽기도 하지만 주로 따갑고 쓰라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상했다. 나는 탈의실을 나오면서 열심히 두피를 비비고 있는데, 나와 똑같은 복장을 입고 일했던 다른 선생님과 직원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것이었다. 그때서야 깨달았다. 

 

 다들 아픈 줄 알았는데, 나만 아팠다. 

 내 머리가 남들에 비해 컸기 때문이다. 

 거기다 머리카락마저 없었기 때문이다. 


 머리가 큰 것도 슬픈데, 

 머리카락이 없는 것도 서러운데, 

 N95 마스크는 나만 괴롭힌다. 


목이 길어서 슬프다는 사슴아, 

울지 마라. 

네가 울면, 난 어쩌란 말이냐.......



서울, 경기권 거리두기 4단계 시행으로 화가 치밀어 오르고 울적한 날, 선별 진료실에서 진료를 마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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