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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나리의사 Jul 16. 2021

세상이 조금 더 시원해질 때

선별 진료소에서

 이번 주는 심상치 않았다. 코로나 검사를 받으러 온 사람도 많긴 했지만, 그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월요일 아침부터 선별 진료소 안이 후끈후끈거리더니 폭염이 시작되었다.    

 열기를 막기 위해 몇 주 전에 공사를 해서 주황색 천막 위에 검은 차광막을 덮었다. 하지만 습기와 더위는 스멀스멀 방호복 틈새를 파고 들어와 안경에 습기가 서리고, 온 몸이 끈적해진다. 

 누구는 더위에 얼굴이 붉어지고, 또 누구는 햇볕에 얼굴이 검어진 채 다들 시계만 바라보고 있었다. 

 

폭염과 코로나가 누가 더 센 지 경쟁을 하는 것 같았다. 선별 진료소는 더위와 코로나로 몰려든 사람들로 붐볐다. 검사를 받으러 온 사람들은 뜨거운 햇볕 아래, 검은 아스팔트 위에서 올라오는 열기를 견디며 길게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다.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코를 후벼대는 고통까지 감수해야 했다.  

 불더위 아래 기다리다 지친 사람들은  

기다리다 지친 사람들은 가끔식 

"도대체 언제까지 기다려야 되냐?"

 며 음성을 높였다. 

 검은색 선글라스를 끼고 양산을 쓰고 있던 50대 아주머니는 

 "왜 공짜라면서 돈을 받냐? 코로나로 장사를 하냐?" 

 고 따졌다. 어디 아프거나, 코로나 접촉력 없이 순수하게 회사 취직이나 면접 등을 위해 검사를 하면 돈을 따로 내야 하며, 그 검사비는 국가가 정한 것이라고 몇 번이나 설명을 해도 소용이 없었다. 보건소는 무료니까 보건소로 가시라고 하자, 보건소는 <음성 확인서>를 떼주지 않는다며 여기서 검사를 받을 수밖에 없다며 접수할 때부터 내가 진찰을 하고, 임상 병리사 선생님이 검사를 하고, 수납할 때까지 쉬지 않고 정부를 욕하고, 병원을 비난하며, 대통령을 헐뜯었다. 

 아주머니의 분노와 짜증은 내리쬐는 햇볕보다 뜨거워, 아주머니의 말이 귀로 들릴 때마다 가득이나 마스크에 방호복에 갑갑한데 숨이 턱턱 막혔다. 


 그렇게 오늘도 100명 가까이 선별 진료소에서 사람을 보는데 접수하던 직원이 음료수를 들고 왔다. 

 "왠 음료수?"

 "아, 검사 받고 가신 분이 다들 고생하시다고 사 가지고 오셨어요."

 마스크를 벗을 수 없어 목을 축일 수는 없었지만, 대신 마음이 흠뻑 젖었다. 머리 위로 내리쬐는 태양과 어디에서 튀어 나올지 모르는 코로나를 잠시 잊는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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