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먼저 오늘의 주인공, 삼겹살이다. 삼겹살. 말 그대로 세 겹의 살이다. 그럼 이 세 겹은 어디일까? 의대 졸업하고 10년 만에 해부학 책을 뒤졌다.
<좌측 위 주황색: 안심, 좌측 아래 노란색: 등심, 가운데 갈색: 티본스테이크, 우측 위 빨간색: 삼겹살>
밖에서부터 배를 감싸는
배 바깥 경사근( external abdominal oblique m.) 배속 경사근( internal abdominal oblique m.)
배가로근( transverse abdominis m.)을 합해서 삼겹살이라고 한다. 다시 한번 위치를 확인해 본다.
<검은색이 지방이고, 회색이 근육 아니 살이다>
거의 움직임이 없으며, 큰 힘을 쓰는 부위가 아니기 때문에 살이 연하고 부드럽다. 그리고 저 두꺼운 지방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지방의 고소함이 가희 환상적이다.
그다음은 목살이다.
개인적으로 내가 제일 좋아하는 부위다. 목의 뒷부분에 있는 여러 근육들을 합친 부위다. 근육이 작고 가늘어 근육이 많음에도 부드럽다.
<짙은 주황색: 목살>
<목살>
눈치 채신 분들도 있겠지만, 목(경추) 뒤에 붙으면 목살(목심)이고, 등 뒤에 붙으면 등심이다. 소고기에서는 이 등심을 좀 더 세분화해서, 흉추 뒤를 등심, 요추 뒤를 채끝이라고 한다. 아무래도 사람이든 소든 흉추 쪽보다는 허리 쪽을 더 많이 쓰기에 등심이 채끝보다 더 부드럽다.
경추인 목에 붙은 건 목살(소고기에서는 목심), 흉추에 붙은 건 등심, 요추에 붙은 건 채끝이다. 단, 돼지고기에서는 채끝까지 모두 등심으로 친다.
다리살과 사태
<앞다리살과 사태>
앞다리살은 어깨부터 팔꿈치까지이다. 큰 힘을 내야 하기에 근육이 두껍고 질긴 반면 지방이 적다. 당연히 맛이 떨어진다. 사태는 팔꿈치부터 손목까지로 앞다리살에는 그나마 붙어 있던 지방이 거의 없다. 매우 질기고 맛이 없어, 오랫동안 삶거나 쪄서 장조림 등으로 먹어야 그나마 근육이 풀려 씹어 먹을 만 해진다.
<뒷다리살과 사태>
뒷다리살도 거의 비슷한데, 뒷다리살과 사태로 크게 나눈다. 뒷다리에서 사태는 무릎에서 발목까지이다.
<좌: 앞다리살, 우: 목살. 누가 봐도 앞다리살에 지방이 부족하고 살이 두껍다>
<사태: 지방이 거의 없고, 질긴 하얀 근막들이 보인다>
근육, 즉 살은 적게 쓰면 쓸수록 얇아지고 부드럽다. 구이용으로 적합하며 살짝 익혀서 먹으면 된다. 반대로 많이 쓰면 쓸수록 두꺼워지고 질겨진다. 오랫동안 삶거나 쪄야지만 그나마 결이 풀어져 먹을만하다. 마찬가지로 암소나 암퇘지가 인기다. 고기로 가장 최악은 늙은 숫돼지나 숫소다.
살아서 실컷 놀던 삼겹살은 죽어서도 귀한 대접을 받지만, 살아서 실컷 고생만 하던 사태는 죽어서도 수난을 피하지 못한다. 비참한 운명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