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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나리의사 Nov 20. 2021

"코로나가 무서워요?"

"아니요." 그리고 "네."

   여학생 한 명이 선별 진료소 앞에서 떨고 있습니다. 날이 추워서인지, 코로나가 겁나서인지, 아니면 코를 찌르는 검사가 무서워서 알기가 어렵습니다. 

  코로나 문진표에는 

 "정지은, 만 13세, 무증상, 같은 반 친구 확진"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마스크에 방호복에, 페이스 실드가 겹겹이 저의 큰 머리를 쪼이는 데다, 조만간 우르르 몰려올 중학생들 생각에 머리가 지끈거립니다. 아픈 제 머리를 제쳐두고, 떨고 있는 아이를 달랠 차례입니다. 

 작은 체구에 검은 롱 패딩에 후드까지 둘러쓴 데다 마스크를 끼고 있어서 간신히 눈만 보입니다. 조그만 두 손을 앞으로 모으고 있는 모습이 기도하는 것 같습니다.

 지은이 학생, 코로나가 무서워요?

 "네."

 "저는 안 무서워요. 20살 미만 코로나 확진자가 6만 명인데 죽은 사람 몇 명일까요?"

 "잘 모르겠어요."

 저는 오른손으로 주먹을 꽉 쥐어봅니다. 

 "0 명이예요. 그러니까 최악의 경우 코로나 걸려도 절대 안 죽어요. 이 나이 때는 코로나 걸려도 무증상 감염이 많고, 기침 등의 감기 증상에, 심하면 2~3일 열나는 게 전부예요. 그러니 코로나 무서워할 필요 없어요."

 "아? 진짜요?"

 학생의 표정이 밝아집니다. 

 "네. 혹시나 격리되면, 2주간 하고 싶은 거 하고, 대신 늦잠은 자지 마세요. 다시 학교 갈 때 힘들어요. 격리 여부는 학교와 보건소에서 조만간 정해줄 거예요."

  지은이 학생 다음으로 같은 학교 학생들이 우르르 몰려옵니다. 저는 똑같은 말을 하고, 학생들은 똑같은 반응을 보입니다. 


<출처: 질병관리청>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초등학교에서 확진자가 나와 아이들이 몰려와도 비슷한 설명을 합니다. 

https://brunch.co.kr/@sssfriend/368


  이번에는 50대 아저씨가 왔습니다. 문진표를 보는 순간, 걱정이 앞섭니다. 

   "정성훈, 만 53세, 무증상, 아버지 확진."

 저는 정성훈 씨 얼굴을 한 번 응시합니다. 평범한 아저씨의 얼굴에 그늘이 가득합니다. 

   "혹시 아버님, 연세가 어떻게 되세요?"

   "84세십니다."

   "아, 그래요. 지금 병원 계시겠네요?"

 코로나로 확진되면,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생활치료센터로, 증상이 있거나 고령이면 병원으로 가게 됩니다. 

   "아니요, 돌아가셨어요." 

   "아, 네. 참 안 됐습니다. 사실 80대 이상은 100명 중에 13명은 돌아가십니다. 그래서 문진표를 보자마자 걱정을 했는데......."

<출처: 질병관리청>

 요양병원 등에서 코로나 환자가 나오면, 재앙이 됩니다. 대부분 고령에 기저질환이 있기에 사망률이 20~30%를 훌쩍 넘깁니다. 그래서 저는 나이가 많은 분이나, 상태가 안 좋은 분이 오시면 코로나 검사에 앞서 걱정부터 합니다.   

 

코로나가 무서워요?
 

저의 대답은 이렇습니다. 


아니요. 그리고 네.


 모두들 건강하시기를. 오늘 저는 백신 부스터 샷을 맞습니다. 후기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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