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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나리의사 Jul 22. 2021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안정원, 현실에선 0명?

최근 망한 과에 오래 전에 망한 과를 더하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 2가 방송 중이다. 그중에서 안정원의 캐릭터는 매력 그 자체다. 율제 그룹 회장의 아들이자, 외모는 두말할 것도 없고, 간호사가 "교수님 애 있죠?" 물어보자 "제가  수술하고 치료한 아이들이 모두 제 애죠." 따뜻한 마음까지. 모든 게 완벽하면 정이 안가는데, 징징대는 아이 같은 어설픈 모습이 더욱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사랑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소아외과 의사는  엇을 할까?

<녹색: 횡격막, 흉부외과와 일반외과의 구분선>

 일단 소아외과 의사는 소아과 의사가 아니라, 외과의사 정확히 말하자면 (일반)외과 의사다. 횡격막을 기준으로 위에 있는 심장, 폐는 흉부외과, 아래 간, 쓸개, 췌장, 소장, 십이지장 등은 (일반)외과이다. 그중에서 소아 (일반)외과는 소아를 다룬다.


소아외과에서 보는 아이는 크게 두 종류이다.

<좌상: 탈장, 우상: 음낭수종, 좌하:복벽 결손, 우하: 선천성 거대결장>

 첫째로 선천성 기형. 장의 일부가 배꼽이나, 사타구니로 튀어나오는 탈장 같은 비교적 단순환 질환에서부터 드라마에서도 나온 소아 담도 폐쇄증부터, 각종 소화 장기가 막히는 식도협착, 선천성 거대 결장, 반대로

 같은 심각한 질환들이 가득하다.


 둘째로 외상이다. 소아 외상의 경우 대부분 교통사고나 추락인데, 소아외과가 출동해야 할 정도면 복부 장기인 간이나 장이 파열되었기에 초응급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슬의생>에 나오는 안정원 같은 의사는 적어도 올해는 없다. 2021년 외과 전문의 중에서 소아외과를 전공하여 세부 전문의를 마친 사람이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2013년 52명으로 시작해, 2020년에는 6명이 나왔으나, 2021년 올해는 0명이다. 1)


 왜 소아외과 의사가 없는 걸까?

최근에 망한 과[소아과]+오래 전에 망한 과[(일반)외과, 흉부외과]=?????


정답: 완전히 망한 과(소아 외과와 소아  흉부외과)


 일반외과는 20년 전부터 망해 있었고, 소아과는 최근 2020년부터 69%, 2021년 33%로 지원자가 급감했다. 외과가 망한 이유는 다들 알 테니 여기서 설명할 필요는 없고, 최근 소아과가 폭락한 이유는 이전 글에서 설명했다. https://brunch.co.kr/@sssfriend/246

 

여기에 소아외과에는 특수성이 더해진다.


 첫째, 환자수가 적다. 출생률 급감으로 소아 전체가 줄고 있고, 원래 소아 기형은 원래 희귀 질환인 데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산전 초음파를 가장 많이 한다. 그러다 보니 기형을 가지고 태어나는 환아가 극소수다.

 

 둘째로 일단 소아 기형이나, 소아 외상 환자는 상태가 매우 안 좋은 심각한 중환자가 많다. 하지만 이전 글에서도 말했듯이 외상이든, 신생아 중환자이든 정부의 잘못된 가격 책정으로 환자를 보면 볼수록  손해다.

https://brunch.co.kr/@sssfriend/146

 그러니 병원에서는 최소로 유지하려 하고, 기껏 오랜 기간 수련받아봐야 일자리가 없다. 

 

 셋째로 설령 대학 병원에 자리가 있더라고 하더라도, 근무 조건이 열악하다. 정규 근무에 더해 콜 당직이나 언제 있을 줄 모르는 응급 수술 대기까지 있다. 전공의는 80시간으로 근무 시간이 제한되지만, 대학교수나 펠로우는 근무시간제한도 없다. 인간으로서 정상적인 삶이 불가능하다.


 넷째로 수련 과정 자체가 고난의도이다. 어른을 담당하는 일반외과도 힘든데, 소아를 거기다 선천성 기형이 많은 신생아 중환자라면? 간단하게

 젓가락으로
 라면 한 가닥을 잡는 게 일반외과라면,
머리카락을 잡는 게 소아외과다.
 

 뱀 몸통만한 어른 장을 연결하는 것도 어려운데, 지렁이 몸통만한 소아 장을 연결해야 한다. 극도로 높은 수준의 의술뿐만 아니라 다양한 경험이 필요하며, 기형은 변이가 많기에 창의력까지 요구된다. 소아 흉부외과와 더불어 소아외과는 타고난 재능에 창의력까지 있어야 하는 진정한 천재 의사가 필요한 분야다.


 끝으로 바이탈을 다루는 과라면, 보너스 대신 의료분쟁조정위원회나 법원에서 날라오는 소송장을 받는다.  


 아이를 살리고 싶거나, 나 아니면 누가 하겠냐는 뜨거운 마음으로 누군가 수련을 받는다. 하지만 결국 일자리가 없어, 오랜 시간 피와 땀을 흘려 배운 것들을 쓸 수 없다. 운 좋게? 설령 대학교수가 된다고 하더라도 앞에서 말했듯이 정규 근무뿐만 아니라, 콜 당직에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응급 수술 대기로 남편이자, 아빠의 삶을 포기해야 한다. <슬의생> 드라마에서 안정원이 가진 부처는 별명으로 끝나지 않고, 정말로 강제 출가(出家)해서 절 대신 병원에 살아야 한다. 그러니까, 아무도 안 한다.


 나는 의사가 되기 전에는 <종합병원> 같은 의학 드라마를 봤지만, 의사가 되고 나서는 의학 드라마를 보지 않는다. 판타지가 달콤할수록, 현실은 더 비참해져가기에...


1) 출처: http://www.dailymedi.com/detail.php?number=87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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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mo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945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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