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에게 책은 자식이다.
책이 나왔다. 내 품에서 안고 있던 자식이 이제 빛을 보러 집 밖으로 나갔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자식 출가시킨다고 한 달간 정신없었고, 아직도 몇 가지 일이 남긴 했지만 내 손을 완전히 끝났다. 이제 자식은 자신만의 삶을 살 것이다. 부모는 자식이 건강하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 행복하게 살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하지만 삶이 언제나 그랬듯 뜻대로 되지는 않는다. 누구에게는 상처를 주고, 또 누구에게는 감동을 주고 또 받을 것이다. 한번 스쳐 지나가는 관계도, 평생을 두고두고 이어져가는 인연도 있겠지. 자식은 욕을 얻어먹기도 하고, 누군가는 버릇이 없다며 부모 욕도 할 것이다.
책도 마찬가지다. 이미 가장 먼저 책을 읽은 아내는 책에 나온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투덜거린다. 자신의 고난한 삶이 드러나는 어머니도 '왜 이리 부끄러운 걸 썼냐?'며 그리 좋아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들이 의사가 된 게 자신이 희생해서라고 생각하는 아버지는 아무리 책을 뒤져봐도 한 구절도 나오지 않기에 섭섭해하실게 분명하다.
의사인 사위가 책도 썼다며 장모님은 자랑하고 싶겠지만,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사위가 아직도 서울에 집도 없다는 투정 아닌 투정이 탐탁지 않아 얼마 읽지 않고 책장을 덮을 것이다.
같이 실습을 돈 의대 동기들은 10년도 더 된 추억을 회상하며, '그때 그랬지.' 하며 킥킥거리겠지. 조 O사태로 한참 씨끄러운 모교는 불편하겠지만, 이미 발등에 불이 떨어졌기에 큰 신경을 안 쓸 것이다.
대게는 눈물짓고, 어떤 이는 웃을 것이다. 둘 다 일 가능성도 높다.
책을 사주신 모든 지인분들과 브런치에서 부지런히 하트와 댓글 달아주신 분들에게 항상 감사드린다. 사람의 말과 행동이란, 의도와는 전혀 다른 뜻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는 점을 알기에 항상 조심스럽다. 상처를 쓰다듬기 위한 손길이 오히려 상처를 덧나게 할까 걱정이 앞선다.
내 책이 불편한 사람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모두 아비인 내 잘못이니 너그러이 용서해주시기를........ 그리고 마지막으로 모든 부모는 자식이 착하게 건강하게 잘 자라기를 기도한다. 작가 또한 마찬가지다.
그리고 나는 또 다른 자식을 마음 속에 품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