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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건강 정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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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나리의사 Jan 07. 2022

다음부터는 12월에
건강검진 받지 마세요

맛집과 병원 

    건강검진실 직원들이 하얀 봉투에 A4용지를 접어 넣고 있습니다. 2021년 12월, 그러니까 지난해 지난달 말에 한 건강검진 결과지를 사람들에게 보내고 있는 것이죠. 대게는 검사 후 2 주 안에 검사 결과를 통보 해기에 이것도 일주일만 더하면 건강검진실은 사실상 개점휴업에 들어갑니다. 식당으로 따지면, 토요일 디너 타임이 끝나고 손님들이 다 떠나간 식당을 청소하고 치우는 시간입니다. 

 맛집이라기에 줄 서서 들어갔다가 실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겨우 자리에 앉았지만, 직원은 메뉴판과 물을 가져오지 않아 또 기다려야 합니다. 기다리다 못해, "저기요."하고 불러보지만 얼굴이 뻘게진 채 바삐 식탁 사이를 돌아다니는 직원은 듣지 못한 채 사라집니다. 겨우 불렀지만 서빙 직원은 지극히 사무적이고 짧고 빠른 말로 대답을 하고 정신은 딴 데 가 있는 듯합니다. 직원이 "탁"하고 식탁에 거칠게 내려놓는 소리가 귀에 거슬립니다. 식당 밖에서 줄 서는 것부터 해서, 주문하고, 음식이 나오는 데까지 너무 오래 걸려, 지금은 어떤 음식을 먹어도 맛있을 것 같습니다. 

 맛? 음식이 나오기 전에 마음이 상해서 그런지 맛도 고만고만하고, 맛집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직원 입장으로서는 이럴 때면 속이 탑니다. 밖에는 줄이 가득 서 있고, 식당 이곳저곳에서 자신을 부르고 치워야 할 식탁이 산더미입니다. 총총걸음으로 달려가면 손님들은 잔뜩 짜증 난 얼굴로 말을 던집니다. 화를 낼 힘도 없어 그저 건성으로 "네네." 합니다.  


 12월 건강검진 시즌의 병원이 딱 그렇습니다. 1월에는 30명 전후이던, 오전 검진 환자가 100명을 훌쩍 넘어 200명에 육박하기도 합니다. 


<다들 닥쳐야 한다>


 저는 문진을 하면서 

 "끝으로 의학적으로 어디 궁금하거나, 아픈데 있어요?"

 라고 묻지만, 뒤에 환자가 쭈욱 늘어서 있으면 질문은 제 입속에서만 맴돌다 맙니다. 내시경실은 더 전쟁입니다. 속된 말로 "넣었다 뺍니다." 평소라면 2~3번 들여다볼 부분을 한 두 번 보고 지나치고 말게 됩니다. 의사도 간호사도 모두들 정신이 없습니다. 


 식당이야 점심과 저녁 시간에 몰릴 수밖에 없지만 건강검진은 1월부터 12월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올해는 2022년으로 짝수년 도니까, 짝수년 생이 건강검진 대상자입니다. 


 마감에 쫓겨 일을 하면, 잘 되던 일도 안 됩니다. 건강검진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니 건강검진은 연말에 받지 마시고 미리미리 받으십시오. 의사도 간호사도 밝은 얼굴에 한 마디라도 더 친절하게 건네고, 당신의 말에 귀 기울일 겁니다. 내시경 하는 의사 선생님도 12월이었다면 쓱 보고 지나갔을 당신의 위와 식도, 그리고 꼬불꼬불한 긴 대장을 좀 더 꼼꼼히 들여봐 줄 것입니다.

 

 2022년에도 모두 건강하시기를.  




저의 신작 <너의 아픔, 나의 슬픔>도 많이 사랑해주세요. ^^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21294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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