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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나리의사 Dec 29. 2021

코로나 장례식

코로나는 산 자에게도, 죽은 자에게도 비극이었다.

  "어떻게 오셨어요?"

  어디에나 흔히 듣는 평범한 질문이었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특별했다. 의사가 하얀색 방호복에 하얀 장갑에 안면 보호구까지 착용한 채로 선별 진료소에서 한 가족에게 던진 물음이었기 때문이다. 의사인 나의 어깨와 머리에는 녹다만 하얀 눈이 축축이 젖어 있었다. 내 앞에는 40대 부부와 10대 아이들이 추위에 몸을 잔뜩 움츠린 채 서 있었다. 

 "저희 아버지께서 코로나로 돌아가셔서요."


<음압 격리실. 오늘도 코로나로 한 분이 돌아가셨다>

 상황은 이랬다. 오늘 아침 호흡곤란으로 우리 병원에 오신 70대 할아버지가 음압 격리실에서 폐렴으로 돌아가셨다. 그런데 코로나 검사 결과가 양성이 나와 확진된 것이었다. 10대 손자와 손녀, 40대 아들과 며느리가 밀접 접촉자로 코로나 검사를 하러 왔다.  

 "아, 그래요? 안타까운 일이네요. 혹시 지금 아프신 곳 있어요?"

 "아니요. 근데 저 장례식은 어떻게 하죠?"

 40대 후반의 아저씨는 코로나에 대한 걱정과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슬픔으로 잔뜩 굳은 얼굴에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코로나 확진이 된 분이 돌아가시면 그 어떤 절차도 없이 바로 밀폐된 관에 담겨 바로 화장터로 향하게 됩니다. 장례식은 치를 수 있기는 하지만, 고인이 없는 상태로 치러야 합니다. 또한 코로나 접종을 안 한 아이들은 격리해야 되고, 부모님들은 수동이나 능동 감시자로 분류가 될 텐데 장례식을 제대로 치를 수 있을까요?"

 "거기다 식을 치른다 해도 코로나로 돌아가신 분 장례식장에 사람들이 오려고 할까요?"

 "........"


 의사인 나와 병원 행정 부장님의 설명은 길었지만, 아저씨는 대답이 없이 고개를 떨구기만 했다. 고 박원식 할아버지는 가족의 배웅 없이 홀로 돌아가셨고, 가족들은 고인의 마지막을 곁에서 지키기는커녕 혹시나 코로나에 걸렸을까 자신의 안위를 걱정해야 했다. 


코로나는 산 자에게도, 죽은 자에게도 비극이었다.

 아저씨는 발걸음을 떼지 못했고, 가족들이 밟고 있던 하얀 눈이 점점 검은 흙탕물로 변해갔다. 

 


 

<좌: 여름 30도, 우: 겨울 0 도.. 온풍기는 마이너스가 없어 최하가 0도이다. 월요일 의정부는 -14도였다>

 오래간만에 글을 씁니다. 코로나 확진자가 증가하면서, 선별 진료소에 감당하기 힘든 환자가 몰려옵니다. 거기다 겨울이 되어 날까지 춥다 보니, 온몸이 꽁꽁 얼어 체력도 정신력도 방전되어 글을 몸과 마음의 여유가 없었습니다. SNS에서나 가끔 소식을 겨우 남길뿐, 브런치에 글을 쓴 시간이 없었네요. 그럼 다음번에 좀 더 좋은 글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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