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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나리의사 Jun 27. 2022

의사의 해코지

응급실 방화 사건에 부쳐

 가끔 환자들이나 지인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사람들이 의사에 대한 어마어마한 편견이나 오해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하루는 매우 친한 어머니뻘 지인과 대화를 하고 있다가 나는 깜짝 놀라게 되었다.

 "아니, 그걸 왜 안 물어보셨어요?"

 "의사가 기분 나빠할까 봐."

 "기분 나쁜 게 중요한 게 아니고, 정확하게 해야죠."


 "마음 상한 의사가 혹시 나한테 해코지라도 하면 어떡하라고."


 갑자기 나의 혈압이 50mmHg 상승하며 뒷골이 땡겼다.

 

https://www.sedaily.com/NewsView/267DSPVHE4


  지난 주 금요일 밤 9시 45분 경, 술에 취한 60대 한 남성이 부산대학교 병원 응급실에 2L짜리 패트병을 들고 찾아왔다. 그는 대략 3시간 전에 아내와 함께 취한 상태로 응급실에 내원했는데, 빨리 아내를 치료해 달라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응급실에서 아주 흔하게 발생하는 일이었다. 아무리 의료진이 설득해도 계속 난동을 피우자 결국  출동한 경찰에 의해 아저씨는 집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3시간 후, 그는 패트병에 휘발유를 채워 다시 찾아왔다. 그리고 말릴 틈도 없이 그는 가지고온 휘발유를 자신의 몸과 병원 바닥에 뿌린 후 라이터로 불을 질렀다.

 불은 삽시간에 아저씨의 몸과 병원 바닥에 붙었고, 의료진은 119가 도착하기 전에 자체적으로 진화에 나서 5분만에 화재를 진화해 난동을 피운 사람 말고는 다른 인명 피해는 없었다. 그 사건으로 응급실 환자와 의료진 등 47명이 긴급 대피해야했고, 응급실은 11시간 동안 폐쇄할 수 밖에 없었다.


 난동을 피우고 의료진에게 해꼬치를 하기 위해 불까지 지른 아저씨는 결국 몸과 다리에 2~3도 화상을 입었다. 꽤나 넓은 부위에 화상을 입었기에 탈수 및 전해질 부족, 화상 부위 감염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아야 했다. 그는 현재 부산대학교 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의사자신을 죽이려한 환자에게도 최선을 다해 치료를 한다. 지금 부산대병원의 중환자실 담당 의사는 화가 치밀어 오르겠지만, 그 시간마저도 아껴가며 어떻게하면 부족한 체액량과 전해질을 보충하고 화상 부위를 앞으로 어떻게 치료하고 관리할 지를 고민하느라 머리를 싸메고 있을 것이다.

 

 의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저항이라고는 이렇게 슬픔과 안타까움에 글 몇자 끄적이는 것 뿐이다.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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