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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나리의사 Mar 18. 2022

간은 서비스입니다.

의사는 아무도 믿지마. 

“혹시 간은 괜찮아요?”


 70세 이호성 씨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담배를 30년 이상 펴서 폐 CT를 찍은 후 결과를 들으러 온 환자에게 폐가 아니라, 간을 물었으니 그럴만했다. 

 “네? 간요?”

 “네. 간요.”

 “폐를 찍다 보면, 간이 일부 보이긴 하는데 여기가 좀 애매모호하거든요.”

 환자가 찍은 것은 폐 CT로, 간이나 쓸개 일부가 나오긴 하지만 다 나오지도 않았다. 또한 간이나 쓸개가 정상인지 확인하려면 복부 CT를, 그것도 조직이나 혈관의 경계를 명확하게 해주는 일종의 염색약인 조영제까지 써서 찍어야 했기에 폐 CT로 간이 이상하다고 말하기에는 상당히 조심스러웠다. CT 판독지에도 간이나 쓸개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거기다 확실하지도 않은데 이상이 있다고 말을 해서 환자에게 괜한 걱정을 끼치기 싫었다. 그렇다 보니 내 목소리마저도 아리송했다. 


 검은색과 갈색 물감을 절반씩 섞어 칠한 듯한 얼굴의 이호성 씨는 주머니를 뒤적이다 핸드폰을 꺼냈다. 그의 이마에 새겨진 지렁이 같은 주름이 꿈틀거렸다. 

 “안 그래도 일주일 전에 채용 검진을 하러 갔는데, 간 수치가 높다고 하더라고요.”


 병원에서 받은 문자에 적힌 간 수치는 정상치보다 3배 이상 높았고, 담도 수치는 10배 이상 높았다. 

 용의자에게서 단서까지 나왔으니 범인이 틀림없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작았던 내 목소리가 커졌다. 


 “아, 그래요. 확실히 이상하네요. 사진에다 피검사까지 이상하니 정확합니다. 이게 간과 쓸개에서 만들어진 즙이 나오는 담관인데, 원래는 굵은 빨대만 한데 지금 보시면 엄지손가락만큼 굵어졌거든요. 어딘가가 막혀서 굵어졌을 가능성이 높아요. 소장으로 흘러나와야 할 담즙이 막혀 간으로 역류하니까, 간이 손상되어서 간 수치가 상승했고요.”

 폐암 검진을 받으러 온 환자에게서 의사인 나는 간과 담관 이상을 발견했다. 간은 일종의 서비스였다.

      

 나는 이호성 씨에게 촬영한 검사 결과를 복사해주며, 진료의뢰서를 건넸다. 수련을 받을 때, 문득 박모 교수님이 나에게 한 말이 기억났다. 

 야, 의사는 아무도 믿지 마.
그리고 영상은 판독해 놓은 것만 보지 말고, 직접 네 두 눈으로 봐.
 

 오늘 내가 명탐정이 된 건 모두 박모 교수님 덕분이었다. 이 자리를 빌어서 박모 교수 님께 감사드린다. 다만 실명을 밝히지 않는 것은 박 교수님이 항상 레지던트였던 나에게 성난 목도리 도마뱀 마냥 목에 핏대를 세운 채 소리를 질러 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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