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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나리의사 Sep 27. 2022

당신은 암에 걸렸을 뿐, 암 환자가 아니다.

같지만, 다른 두 사람

 

기독교에 '성경'이 있듯, 의학에는 '해리슨'이 있다. 기독교이라면 모두 성경책은 있지만,  성경책을 다 읽은 사람이 드물 듯, 의사라면 모두 해리슨을 사지만, 해리슨을 다 읽은 사람은 거의 없다. 우연히 자료 조사를 하면서 해리슨을 읽다가, 온몸에 소름이 돋고 전율을 느꼈다.  


 사람으로 일생을 사는 동안 암을 피해 갈 수 없다. 죽기 전까지 세 명 중에 한 명은 암에 걸린다. 세 명 중에 한 명이니까, 당신이 암에 걸리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당신의 가족 중 한 명은 암을 겪을 것이고, 당신은 과거 또는 현재 아니면 미래의 암 환자의 가족이 될 것이다.


 여기 두 사람이 있다.  




 펌프인 심장이 피를 뿜으면 힘차게 피가 500원짜리 동전 크기만 한 대동맥으로 통해 전신으로 흘러 나간다. 심장과 대동맥 사이에는 나간 피가 다시 심장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판막이 있다. 이 판막이 두꺼워지거나, 판막 근처의 대동맥이 좁아지면, 펌프인 심장에 무리가 가고, 결국 심장 기능이 떨어진다. 그렇게 숨이 차서 병원에 온 한 남자가 ‘심부전이 동반된 대동맥 협착증’으로 진단되었다.


 다른 남자는 ‘췌장암’으로 판정되었다. 애플의 CEO인 스티븐 잡스를 죽음으로 몰아갔던 바로 그 암이다. 진단 당시 수술이 가능한 경우는 겨우 30%에 불과하고, 수술을 해도 재발할 경우가 60~80%에 해당한다. 암 중에서도 무시무시한 암이다.


 ‘심부전이 동반된 대동맥 협착증’이 있는 첫 번째 남자와 췌장암에 걸린 두 번째 남자는 어떤 면에서는 같다. 둘 다 평균 생존 기간이 8개월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둘은 완전히 다르다. 대동맥 협착증인 사람은 자기 자신은 정상이지만, 심장 기능이 떨어졌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심장만 안 좋다고 여긴다.

하지만 췌장암에 걸린 사람은 단순히 소화기관 중 하나인 췌장에 이상이 생겼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정상이 아니라고 여긴다. 가족들과 주위 사람 또한 췌장암에 걸린 그를 이전과 완전히 다르게 본다.


 우리 몸 어디서나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를 병이라고 한다. 생명체의 가장 기본 단위인 세포이다. 세포가 모여 조직을 이루고, 조직이 모여 기관이 되고, 결국 개체, 즉 사람이 된다. 각각의 세포와 조직, 장기는 분업과 협동을 통해 사람의 생명을 유지한다. 그리고 세포와 장기가 자신이 맡은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할 때, 병이 생긴다. 암은 세포와 장기의 상호 작용을 깨뜨린다. 원래 맡았던 역할을 맡지 않을 뿐 아니라, 더 나아가 자신만 혼자 성장해 나간다. 더 정확히는 다른 세포, 다른 조직, 다른 장기마저 무너뜨린다. 이에 사람은 암에 걸리면, 단지 신체 일부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 자신이 병 그 자체라고 생각한다.


 

 첫 번째 사람은 자신은 멀쩡한데, ‘심장’에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두 번째 사람은 자신을 ‘췌장암 환자’라고 여긴다. 자신의 정체성이 OO암이 된다. 암에 걸린 것뿐인데, 어느 순간 암환자가 되어 버린다.



 3년 전 코로나가 전 세계를 덮쳤다. 하지만 우리는 코로나에 걸렸다고 하지, 자신을 코로나 환자라고 하지 않는다. 평생 약을 먹어야 하는 당뇨가 있으면, 당뇨약을 먹고 있다고 하지 당뇨 환자라고 하지 않는다.

  설령 우리 몸에서 암이 발견되어도 우리는 암에 걸렸을 뿐, 암 환자가 아니다.  


해리슨 19판 467 page 마음대로 번역함.


The application of current treatment techniques (surgery, radiation therapy, chemotherapy, and biologic therapy) results in the cure of nearly two of three patients diagnosed with cancer. Nevertheless, patients experience the diagnosis of cancer as one of the most traumatic and revolutionary events that has ever happened to them. Independent of prognosis, the diagnosis brings with it a change in a person’s self-image and in his or her role in the home and workplace.

The prognosis of a person who has just been found to have pancreatic cancer is the same as the prognosis of the person with aortic stenosis who develops the first symptoms of congestive heart failure (median survival, ~8 months). However, the patient with heart disease may remain functional and maintain a self-image as a fully intact person with just a malfunctioning part, a diseased organ (“a bum ticker”). By contrast, the patient with pancreatic cancer has a completely altered self-image and is viewed differently by family and anyone who knows the diagnosis. He or she is being attacked and invaded by a disease that could be anywhere in the body. Every ache or pain takes on desperate

significance. Cancer is an exception to the coordinated interaction among cells and organs. In general, the cells of a multicellular organism are programmed for collaboration. Many diseases occur because the specialized cells fail to perform their assigned task. Cancer takes this malfunction one step further. Not only is there a failure of the cancer cell to maintain its specialized function, but it also strikes out on its own; the cancer cell competes to survive using natural mutability and natural selection to seek advantage over normal cells in a recapitulation of evolution. One consequence of the traitorous behavior of cancer cells is that the patient feels betrayed by his or her body. The cancer patient feels that he or she, and not just a body part, is diseas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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