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에 있을 때, 제가 혼자서 35명의 입원 환자를 돌본 적이 있어요. 각종 혈액 검사, 영상 검사 확인하고, 환자 컨디션 확인하고, 보호자와 환자에게 현재 상태 설명하면서 한 끼도 못 먹고 밤 10시까지 일을 해야 했습니다. 그때의 저를 누군가가 보았다면, 지금과는 다르게 잔뜩 심각한 얼굴을 한, 불친절한 의사였겠죠.
일은 밀려 있고, 이곳저곳에서 전화가 오는데 몸은 한 개이고, 하루 종일 아무것도 멋지 목한 채 쓰러지기 직전이었으니까요. 그 당시 제가 친절하지 못했던 건, 제 성격이 문제가 아니라 35명의 환자를 봐야하는 상황 때문이었습니다.
결국 환자와 의사가 멀어지게 된 건, 의사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나라 의료 제도의 문제인 것이죠. 그런데 의사의 불친절이 사회, 구조적 문제가 아닌 단순히 의사 개인의 인성문제로 여기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의사 또한 사회와 시스템에 속한 사람들 뿐인데 말입니다. 적어도 제가 아는 의사들은 모두 성실하고, 환자를 위하는 분들입니다.
부족한 저를 멀리까지 찾아와 인터뷰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조만간 다음 책으로 뵙겠습니다. 막판 편집 에 영혼이 갈려 나가네요.. ㅠ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