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16강 진출을 축하하며
한국이 1:1로 포르투갈과 동점을 이어가고 있었다. 이에 후반 20분, 한국은 이재성 대신 황희찬을, 후반 36분, 수비수 김영권 대신 공격수 황의조를 투입하며 공격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수비를 포기하고, 공격에 모든 것을 거는 승부수를 던졌다. 평소라면 포르투갈과 동점을 거두어도 잘 싸운 경기였지만, 이미 조별 예선에서 1 무 1패를 거둔 한국은 16강에 오르려면, 무조건 포르투갈을 이겨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83세 급성 뇌경색으로 신경과에 입원 중인 환자가 배가 아파했다. 장이 막힌 것으로 의심되는 상황으로 실제로 복부 CT상에는 소장과 대장의 연결부위인 회맹장판 주변에 커다란 혹이 있는 상황이었다. 대장암이 그것도 최소 3기 이상이 강력하게 의심되는 상황이었고, 신경과에서는 소화기내과로 환자를 전과시켰다.
대장내시경을 할 때, 환자가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대장 내시경 자체가 아니라, 장을 비우는 것이다. 그래서 들은 “새로 나온 알약이 있다던데요.”, “더 적은 물약이 있다던데요.”라고 종종 물어본다. 그때마다 나는 “힘들면 힘들수록 좋아요.”라고 대답한다. 장이 충분히 비워지지 않아, 대변이 남아있으면 대장 전체를 제대로 관찰할 수 없고 때로는 대장 끝까지 갈 수 없는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 종종 생기기 때문이다.
83세의 고령에, 급성 뇌경색으로 혈액 응고제를 투여 중인 데다, 대장암으로 인한 일부 장폐색이 의심되는 환자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그대로 놔두면, 암이 조만간 대장을 완전히 꽉 막을 기세였다. 수술은 불가능했다. 급성 뇌경색으로 혈액 응고제를 투여 중이었기에, 수술 시 출혈을 감당할 수 없고, 그렇다고 혈액 응고제를 투여를 중단하여 수술을 시도하면, 기존에 막혔던 뇌혈관이 다시 막힐지도 몰랐다.
아무것도 하지 않던가, 대장 내시경뿐이다. 대장 내시경을 한다면 병변을 확인하고, 철사로 된 통로인 스텐트라도 넣으면 장이 완전히 막히는 것을 막을 수 있어 길게는 몇 달의 시간의 벌 수 있었다. 그렇게 시간을 벌어서 수술이 가능하면 완치를 기대할 수도, 있다. 문제는 대장암이 대장의 가장 끝이자, 소장과 연결되는 회맹판 부위에 있다는 점이었다. 소장에서 대장으로 넘어오는 회맹판 부위는 그 특성상 잘 막히는 곳인데 하필 엎친데 덮친 격으로 거기에 커다란 암이 자라고 있었다.
고령에 뇌경색인 환자는 거동이 불편하기에 일반적으로 변비가 심하다. 그렇기에 장을 깨끗이 비우지 않으면, 아예 병변 부위까지 내시경이 가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나중에 외과 수술을 하더라도 장이 깨끗하게 비워져 있어야, 수술도 더 안전하고 쉽다. 똥은 그 자체로 세균 덩어리이며, 감염 위험을 매우 높인다.
토요일 날 오전에 신경과에서 환자를 전과받은 소화기 내과 전공의는 일요일에도 출근하여 환자를 보았다. 참고로 전공의는 1년 365일 휴가 빼고 모든 공휴일에도 출근한다. 환자는 대변을 보고 있었고, 복통이 심하지 않아, 진찰 끝에 월요일 아침에 대장 내시경을 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물론 부분 장폐색이 의심되는 환자가 대장 내시경을 위해서 하제를 마시고 설사를 하면서 장을 비우는 건, 장폐색을 일으킬 수 있기에 위험하다. 하지만 그 환자의 경우, 대장 내시경이 유일한 방법이었고, 대장 내시경을 하지 않으면, 결국에는 곧 암이 장을 막아 장폐색이 일어날 것이었다. 그렇다고 장폐색이 우려되어 적당히 하제를 투여했다가는 똥이 차 있어 1.5m가 넘는 대장의 끝에 있는 병변까지 도달할 수도 없다. 하려면 확실하게 해야지, 어설프게 하면 안 하니만 못했다. 대장 내시경은 83세 고령, 뇌경색 환자, 커다란 대장암으로 인해 조만간 대장 폐색이 일어날 환자에게는 위험하지만 최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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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결과적으로 환자는 대장 내시경을 위한 전처치로 하제를 마시다 우려했던 장폐색이 와서 사망했다. 그리고 법원은 과실을 물어, 2년 차 전공의에게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법은 보복이나 복수가 아니다. 오히려, 판례를 통해 “해도 된다.”, “하지 마라.”라고 사람들에게 교훈을 주는 경향이 강하다.
한국이 포르투갈과 1:1대 비기고 공격 위주의 전술을 펼치다 오히려 역습을 당해 1:2, 1:3, 심지어 1:4로 대패했다고, 감독과 선수를 비난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다음번에 똑같은 상황에 처하면 한국은 승리를 포기하고, 안전하게 1:1로 비기려고 할 것이고, 결과적으로 무승부를 이루지만 16강에 오르지 못할 것이다.
83세의 고령, 급성 뇌경색, 소장과 대장의 경계부에서 장을 막고 있는 대장암. 이 정도면 의사는 안다. 0:3으로 지고 있는 경기라는 것을. 그대로 놔두면, 무조건 패배다. 그렇다고 수비를 포기하고 적극적으로 공격에 나서면, 더 큰 점수차로 질 수 있다. 0:5. 오대영. 얼마나 치욕적인가. 하지만, 일말의 가능성이 있다. 동점, 더 나아가서는 희박하게 역전을 노려볼 수도 있다. 일단 스텐트로 막힌 장을 넓혀 시간을 번 다음, 추후 수술이나 항암치료로 역전을.
하지만 결과적으로 졌다. 더 크게. 그러자 사람들과 법원이 비난했다. 신중하지 못했다고. 다른 방법이 있지 않았냐고. 있었다. 안전하게 지는 방법은.
법원이 판결을 내림으로서 이제부터 의사는 위험한 승리를 포기하고, 안전한 패배를 택할 것이다. 아, 지고 있는 경기는 아예 뛰지 않는 게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