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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나리의사 Nov 08. 2022

천부적인 투자 재능을 가진 의사들

투자 관점에서 본 필수의료

 소화기 내과를 하는 친구가 동기 단체 창에 사진과 함께 카톡을 올렸다.      

“엘라(내 별명)... 돈 잃는다고 니는 이런 거 먹지 마라. 저거 씹어서 삼키셨다.”     


https://brunch.co.kr/@sssfriend/196 

전에도 말했지만, 나는 투자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다. 별명마저 손만 대면 금으로 변한다는 '마이더스의 손'이 아니라, 똥으로 변하는 마이너스의 손이다. 주식은 물론이고, 금, 채권, 달러, 원화, 선물, 천연가스, 석유까지 다 해서 손해를 보았다.


 나는 특히 주식에서 격언인 “무릎에서 사서 어깨에 팔라.”는 명언을 철두철미하게 지킨다. 단 반대로. 그래서 "주식계의 유지태"가 내 별명이다. 항상 인간은 좋은 게 아니라, 나쁜 걸 닮는다. 나는 닮으라는 유지태의 얼굴이 아니라, 아래 사진을 닮았다.

  매우 친한 내 친구들은 항상 나에게 신신당부를 한다.


 “네가 주식 살 때 하고 팔 때 꼭 말해도. 네가 사면, 나는 팔고, 네가 팔면, 사는 살 테니.”


 남들이 돈을 벌고 있을 때도, 혼자 잃는 나였는데, 남들이 모두 돈을 잃고 있는 지금, 나는 더 잃고 있다. ㅠ


 그런 나를 잘 알고 있는 소화기 내과 친구L이 그런 나를 조롱, 아니 걱정해 주는 것이었다.      

사진을 보니 아찔했다.

‘도대체 저건 뭐지?’

 젊어서는 돌도 씹어 삼킨 다지만, 환자는 70이 넘는 고령이었고, 저건 돌도 아닌 금속으로 매우 날카로웠다.

 ‘저걸 내시경으로 꺼내다니.’

 감탄이 나왔다. 식도는 대략 2cm 직경으로, 음식을 삼키지 않을 때는 위아래로 붙어 있다. 가로가 3cm가 넘고, 세로가 2cm가량인 데다 날카로운 저런 금속을 내시경으로 꺼내는 데에는 엄청난 실력이 필요하다.

 그걸 아는 다른 의사 친구가 물었다.

 “저거 꺼내다가 식도 열상 입으면 어떡하니?”

 “그래서 무섭지.”

 위와는 다르게 식도의 벽은 약해서 손상을 받기 쉽고, 날카로운 칼과 같은 저런 금속을 꺼내다가 식도가 찢어질 경우, 상상만 해도 아찔해진다. 즉시 배 아니 가슴을 여는 응급 수술을 해야 하고, 잘못해서 식도 주위로 염증이 퍼져 종격동염이라도 발생하면, 최소 사망률이 두 자릿수이다.

 “대단하다.”

 “멋지다.”

 “한 사람 살렸다.”

 같은 의사이지만, 친구에 대한 극찬이 쏟아졌다.  우리는 그 친구의 뛰어난 내시경 실력뿐 아니라, 위험을 무릅쓰고 시술을 하는 용기에 감탄을 했다. 다른 사진도 보여주었는데, 저걸 내시경으로 꺼낼 정도로 그는 경지에 올랐다.

<친구가 보내준 또 다른 사진, 저 날카로운 걸?>

   

 

 그래서 술기료가 얼마고?

 누군가가 물었다.

 우리나라 수가가 얼마나 저렴한 지 대충 알고 있던 내가 먼저 대답했다.

  한 씹팔만 원?
  

놀랍게도 거의 비슷했다. 19만 750원이었다.

 

  한 친구가 말했다.


 “저걸 배 안 째고 빼 줬는데, 500만 원은 줘야 하는 거 아니가? 19만 원? 자동차 프리미엄 실내 세차보다 쌈.”    


 자신이 사람을 살렸다는 자부심에 들떠 있던 친구는 자기가 한 시술이 자동차 프리미엄 실내 세차보다 싸다는 말을 들고서는 어떤 심정이었을까.


 의사가 내시경으로 저 금속을 빼내지 못했다면, 환자는 배를 가르고, 위를 잘라, 저 금속을 꺼내야 한다. 금속의 크기가 상당해서 배에 구멍을 뚫는 복강경으로 하기도 애매해서 직접 개복하는 게 안전하다. 배를 개복했을 경우, 환자는 최소 일주일 가량 입원해야 한다. 하지만 의사가 내시경으로 빼냈기에, 즉시 퇴원할 수 있었다.      


 하지만 친구가 내시경 시술 중에 날카로운 금속이 식도를 찢어서, 응급 수술을 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식도는 배가 아니라 가슴에 있어, 수술하기가 더 까다롭고 어렵고, 후유증이나 합병증이 더 심하다.

 그렇게 되었을 경우 보호자들이나 환자가

“당신들이 시술하다 잘못했으니까 책임져라.”라고 따지러 오지 않을까?

 최악의 경우, 종격동염으로 중환자실에 입원했다가 사망하면 유족들이 가만히 있었을까? 당장 수 억 원의 배상을 요구하지 않을까?


  마이너스의 손인 나는 투자, 그것도 주식을 해서 돈을 잃었지만, 내 의지로 했기에 남을 탓하지는 않는다. 어차피 투자는 고위험, 고수익(High risk, High return) 아니면 저위험, 저수익(Low risk, Low return)이다. 나는 높은 수익률을 바라고 주식에 투자했으니 응당 그에 따르는 위험성을 안고 간다. 그게 싫었다면 원금 보장이 되지만, 이윤이 낮은 은행 적금에 넣었을 것이다. 만약 저위험, 고수익(Low risk, High return)이 있다면 모든 사람이 몰리겠지만, 안타깝지만 대사기로 밝혀진다.


  그런데 앞의 내시경 같은 경우는 매우 위험하지만(실패 시 최악의 경우 환자 사망과 함께 수억 원 대의 소송), 성공 시 기대할 수 있는 건 (19만 원) 낮다.


 저수익에 극도의 고위험이다.  
   

  흉부외과, 일반외과, 소아과, 산부인과, 응급실, 중환자실 볼 의사가 없다고 난리다. 만약 은행에서 이자는 겨우 3% 주는데, 원금 손실은 물론이고 투자액의 몇 십배를 배상해야 할 위험이 있다고 한다면, 제정신인 사람은 모두가 은행에서 돈을 뺄 것이다.

 이전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아주대학교 병원 권역응급외상센터는 환자들로 붐비지만, 200억 매출에 300억 원가로 100억 적자였다. 수익은커녕, 손해를 본다.

https://brunch.co.kr/@sssfriend/146

 그런 상황임에도 정부가 공공 의대를 만들어 필수의료에 강제로 투입하겠다고 한다. 실소를 금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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