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증상이나 이상을 검색을 할 때
50대 여자분이 진료실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우셨다. 정확히는 울면서 진료실로 들어오셨다.
"김정숙 님, 어디가 불편하셔서 오셨어요?"
머리는 단정한 단발머리였지만, 급하게 나온 듯 화장기 하나 없는 채 눈뿐 아니라 얼굴 전체가 퉁퉁 부어 있었다.
"제가 대장암인가요?"
"네? 갑자기 대장암이라뇨? 혹시 대장 내시경 받았어요?"
"아니오. 저번에 대변 잠혈 검사 했는데, 양성이라고 대장 내시경 받으라고 병원에서 안내가 왔어요."
대변 잠혈 검사는 대변에서 눈에 안 보이는 피를 잡아내는 검사로, 50대 이상 매년하는 대장암 선별 검사이다. 이 검사에서 피가 나오면(양성), 대장 내시경을 하게 된다. 가장 권위 있는 미국질병예방위원회(USPSTF)에서는 1년마다 대변 잠혈 검사를 하고, 이상시 대장 내시경을 받거나, 10년마다 대장 내시경을 받는 것을 추천한다. 이에 한국은 매년 1년마다 대변 잠혈 검사를 하고 있다.
"아, 그렇군요. 대변 잠혈 검사에서 양성, 즉 피가 나오는 건 흔합니다."
"인터넷에 검색해 보니까, 대장암일 수도 있다는데요. 그래서 걱정이 되어서."
"아."
눈앞에서 눈물을 흘리는 환자 앞에서, 내 입에서 짧은 감탄 아니 탄식이 터져 나왔다. 연구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소화기관의 궤양에서는 50~70%,
암에서는 80~90%로 잠혈반응에서 양성,
즉 피가 나온다.
그럼 암이 아니냐고? 암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한국의 경우 2015년도 국가암검진사업에서, 262만 738명이 대변 잠혈 검사를 하였고, 그중 17만 1,817명(6.5%)이 대변 잠혈 검사에서 양성(즉 피)이 나왔다. 100명 중, 6.5명이 양성이었다. 대변 잠혈 검사에서 양성인 17만 1,817명 중 7만 2,998명이 대장 내시경을 받았고, 그중 대장암 의심(734명, 1.01%) 또는 대장암(792명, 1.08%))으로 모두 합해도 2% 남짓이었다. 대장 용종이 42,632명(58.4%), 이상 없음이 13,583명(18.6%) 훨씬 더 많았다.
정확한 수치와 통계를 알 수 없으니, 열심히 검색하고, 혼자서 대장암이 아닐까 속으로 괜한 걱정을 했던 것이다.
"아니, 왜 그걸 물어보시면 되는데, 왜 굳이 검색해서 걱정만 키우셨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이런 경우는 무수히 많다. 특히 특정 뉴스가 나가면,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다음날 마치 유행병처럼 몰려온다.
"배가 아픈데, 췌장암일까요?"
"두통이 있는데, 혹시 지주막하 출혈 아닐까요?"
환자가 특정 질환을 의심하거나, 아예 진단을 내리고 오면 의사는 곤란에 처한다. 췌장암의 경우, 아닌 것을 확인하려면 <조영제를 포함한 복부 CT>를, 지주막하출혈 경우 뇌 CT(지주막하출혈을 일으킬 수 있는 뇌동맥류를 확인하려면 조영제를 써서)를 찍어야 한다. 그런데 복통, 두통의 경우 몇 가지 질문과 진찰을 하다 보면, 대부분 단순한 위염이나, 긴장형 두통이기에 굳이 그런 검사를 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환자가 저런 특정 질환이 아닌지 100% 확실한지 물어보거나, 괜찮다고 해도 불안해하면 의사로서는 어쩔 수 없이 불필요한 검사를 할 수밖에 없다.
속이 덥수룩한 경우는 무수히 많지만, 대부분 위염 등이 흔하고 가끔 운이 나쁘면 췌장암, 간암, 위암, 대장암이 있다. 하지만 췌장암, 간암, 위암, 대장암의 경우 속이 덥수룩할 수 있다. 우리가 한반도에서 네 발 달린 동물을 본다면, 확률상 개나 고양이 그것도 아니면 쥐나 고라니일 가능성이 가장 높고 가끔 멧돼지, 극소수로 곰이나 호랑이다. 하지만 인터넷에서는 관심을 끌거나 조회수를 끌기 위해 백두산 호랑이 이야기가 제일 많이 나온다.
그러니, 어디가 아프거나 불편하면, 괜히 복통, 두통을 검색하여, 암, 뇌주막하출혈 등을 의심하여 괜스레 걱정하지 말고, 의사에게 진찰부터 받자.
김정숙 님은 역시나 단순 용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