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특별한 공간들은 장소가 된다.
Picture by. 한영수
Space
1. (비어 있는 이용할 수 있는) 공간
2. (비어 있는) 공간
3. (장소가) 널찍함
Place
1. 장소
2. (특정한 도시건물 등을 가리키는) 곳
3. (특정한 목적을 위한) 장소
공간(空間): 아무것도 없는 빈 곳
장소(場所): 어떤 일이 이루어지거나 일어나는 곳
- 네이버 사전
건축 책들을 읽다 보면 공간과 장소가 구분되어 사용되는 경우가 왕왕 있다. 그럴 때마다 구체적인 개념 없이 대충 '공간' 보다는 '장소'가 뭔가 +a의 느낌이 있다는 것만을 느끼고 넘어갔다.
특히나 영어권의 책들을 읽다 보면 'Space'와 'Place'가 구분되어서 사용하고, 장소성(Sense of Place)란 말들이 자주 사용된다. 책을 읽을수록 개념을 확실히 정리해야겠다고 느꼈다. 그리고 정리 결과 '공간'과 '장소'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벽이 존재함이 확실해졌다.
장소(Place) = 공간(Space) + a
단순하게 말하면 장소는 경험에 플러스알파가 된 것이다. 사전적 의미를 보면 장소는 '어떤 일이 이루어지거나 일어나는 곳'이다. 즉 단순히 물리적인 구조체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이 추가된 것이다.
플러스알파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은 행동, 경험, 시간, 추억 등이 올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본질은 다 비슷비슷하다. 결국 내가 개인적으로 특별하게 여기게 된 곳이 공간에서 장소가 되는 것이다.
학교에 다닐 때, 매일 같이 정문 옆의 카페를 지나쳤었다. 이름만 알 뿐이던 그 카페는 나에겐 그냥 수많은 카페들 중 하나일 뿐이었다. 하지만 날씨 좋은 봄에 교수님이 카페에서 수업을 하자고 하셔서 다 같이 카페로 간 적이 있다. 카페의 테라스에 앉아서 오후의 햇볕을 쬐면서 수업을 들었는데 그 경험이 너무 좋았다. 그래서 그다음부터 날이 좋은 날에는 그 카페로 향해서 종종 테라스에 앉아있곤 했다. 그 카페는 나에게 단순한 '공간'에서 '장소'로 변한 것이다.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할 때도 공간이라는 단어보다는 장소라는 단어를 더 많이 사용한다. 사람들에게 사용되는 공간들은 결국 누군가의 장소가 되기 때문에 '공간'으로 남는 곳은 많지 않다. 내가 눈길조차 주지 않고 지나가는 길거리의 허름한 가게도 누군가에게는 경험과 시간 그리고 추억이 담긴 장소일 테니 말이다. 건물들만이 장소가 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뒷 산 중턱의 바위 위에도, 우리 집 앞의 모과나무 밑도 모두 나에 경험과 추억이 담긴 장소가 될 수 있다.
두 단어의 차이를 정리하면서 알게 된 재미있는 점은 장소(場所)를 표현하는 한자이다. '장소'의 장은 '마당 장'자를 의미했다. 사전적 의미와 함께 생각하면 옛날 사람들은 어떤 일이 이루어지는 곳의 대표적인 곳을 마당으로 생각했었던 것 같다. 결혼식도 장례식도 온갖 행사도 마당에서 열렸으니 당연한 말일 수 있지만 옛날에는 그런 장소가 집 안에 포함되어 있었다는 것이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