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은 영역을 구분하는 중요한 요소다.
전통적인 일본 주택이나 러시아 주택은 실제로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바닥을 서비스 영역과 안락한 영역의 두 영역으로 나눈다. 안락한 영역은 매우 깨끗하고 고가의 재료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으며, 서비스 영역은 가로의 연장 즉, 흙이나 포장 등으로 만드는 경우가 많다. 즉, 사람들은 한 영역에서 다른 영역으로 이동할 때 신발을 벗거나 신는다.
- [패턴 랭귀지], 크리스토퍼 알렉산더
신발에 관하여
신발을 신고 벗는다는 행동은 아주 간단하고 당연한 행동이지만 실제로는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발은 실내 혹은 외부에서 발을 보호해주는 물건이다. 더러운 바닥, 차가움 혹은 뜨거움, 위험한 물건 등으로부터 우리의 발을 지켜준다.
딱딱하고 불편한 신발을 신고 오래 걷다 보면 발바닥이 아파온다. 그러면 카페나 길거리의 벤치 같은 곳에 앉아서 잠시 신발을 벗고 발을 쉬게 해주기도 한다. 신발을 벗고 쉬다 보면 상쾌하고 쉬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고무신을 거꾸로 신다'라는 말은 흔히 군대에 간 남자 친구를 버리고 여자 친구가 다른 남자를 만날 때 사용되는 말이다. 기존의 남자를 버리고 다른 남자에게 갈 때 고무신을 거꾸로 신는다고 한다.
신발을 생각하면 영화나 드라마의 자살 장면도 생각이 난다. 자살을 하는 사람들 혹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자리에는 대부분 신발이 가지런히 남아있다. 옷과 같이 남아있는 장면들도 많지만 대부분은 신발만이 가지런히 남아 있다.
신발이 가지는 의미들은 기본적으로 우리가 예전부터 해왔던 생활과 연관되어 있다. 우리는 밖에서 활동하다가 실내로 이동할 때 신발을 벗는다. 신발을 신고 벗는다는 행위는 공간에서 다른 공간으로, 영역에서 다른 영역으로 이동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공유주거와 신발
"공용공간에서 신발을 벗어야 할까요, 신어야 할까요?"
공용 주거를 설계할 때 신발을 벗는 곳을 어디로 잡는가는 중요한 이슈였다. 건물의 메인 출입구이자 공용공간에서 신발을 벗고 건물 안에서는 항상 맨발 혹은 슬리퍼로 생활한다면 자신의 방뿐만 아니라 건물 전체를 '하나의 공간' 혹은 '집'처럼 느낄 수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이는 확실히 일반적이지 않은 계획이었고 실제로 이루어졌을 때 거주자들이 불편할 수 있을 것이라는 걱정이 있었다.
결과적으로 설계했던 공유 주거 건물은 메인 출입구인 거실에서 신발을 벗고 공용 슈룸(번호키가 달린 개인 신발장들이 존재한다)에 신발을 보
관하고 방과 공용공간에서 모두 맨발과 슬리퍼로 활동하게 되었다.
두 달간 설계에 참여한 공유 주거 건물에 살아본 결과 확실히 신발을 메인 출입구에서 벗게 하는 걷는 효과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만약 방에 신발장이 있고 신발을 방에서 신고 벗었다면 공용공간들의 이용이 줄고 주로 방에 있었을 것이다.
건물에 출입을 할 때 벗어야 할까 아니면 공용공간에서는 신고 있고 방에 들어가서 벗어야 할까? 결국 맹그로브라는 공유 주거는 메인 출입구인 거실로 출입할 때 모두 신발을 벗고 슬리퍼로 갈아 신는 것으로 계획되었다.
신발을 벗는 행위는 영역을 나누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들이 신발을 가지런히 정리하고 사라지는 것도 저승과 이승이라는 영역을 나누는 표시일 것이다.
설계에 있어서 영역을 구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요소이고, 신발이라는 것은 항상 유의해야 하는 사항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