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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씨 Oct 30. 2020

'평균의 종말'을 읽고

평균은 나를 속여왔다.


이 책의 주요 전제는 언뜻 보기엔 단순하다. 즉, 평균적인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당신은 평균적인 사람이 아니다. 당신의 아이도 동료도 학생도 배우자도 평균적인 사람이 아니다.
<평균의 종말>




여러 명이서 모여사는 공유주거인 '맹그로브'에서 나올 때쯤에 입주민중 한 분인 B님에게 책들을 잔뜩 추천받았다. <사르비나>, <랩 걸>, <글쓰기의 태도> 등 10권이 넘는 책들을 추천받았고, 그중에는 <평균의 종말>도 있었다. '맹그로브'에서 나와서 2달이 되어가는 지금 추천받았던 책들을 거의 다 읽었다. 요즘 하는 게 없으니 책만 읽으며 살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책들도 모두 좋은 책들이었지만 <평균의 종말>은 읽는 내내 내 머리를 두드리는 듯한 책이었다. 내가 그동안 당연하다고 생각해왔던 것들을 잘못 알고 있었다고 말하는 책이었다. 이 책의 목적은 '교육'에 대한 것이지만 나는 이 책을 모든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내용


''대니얼스가 얻어낸 이러한 결과를 통해 논의의 여지없이 명백히 입증됐다시피 평균적인 조종사 같은 것은 없었다. 평균적인 조종사에게 맞는 조종석을 설계해봐야 어느 누구에게도 맞지 않는 조종석을 설계하는 셈이었다.


<평균의 종말>의 내용을 간략히 말하자면 우리는 평균의 시대를 살고 있고 평균에 의해 교육받아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개개인을 보았을 때 평균적인 사람은 없으며 개개 인성에 맞는 교육을 받아야 한다. 저자는 단순히 평균이 만든 문제들을 말하지만 않고 '들쭉날쭉의 원칙', '맥락의 원칙', '경로의 원칙'을 통해 앞으로의 교육이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 방향까지 제시한다. 




생각


'너는 정말 평범한 삶을 살아왔구나'


군대에서 훈련소를 마치고 자대를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행보관 면담에서 행보관이 나에게 한 말이다. 행보관은 부모님은 잘 계신지, 내가 살면서 큰일은 없었는지, 집이 힘들지는 않은지 등을 물었다. 나는 모든 대답에서 '부모님은 잘 계십니다.', '살면서 친구랑 싸운 것은 초등학교 때가 마지막입니다.', '집은 넉넉하지는 않지만 큰 문제없이 살았습니다.' 등으로 대답했다. 행보관에게 나의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하기도 싫었고, 실제로도 나는 큰 문제없이 살아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 말을 듣는 순간은 기분이 좋지 않았다.


내 머릿속에는 '평균=평범'이라는 생각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책을 읽을 때 저 군대의 기억이 떠올랐다. 나는 평범하다는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실제로 평범해서일까? 어쨌든 그래서 나는 내 친구들과, 대학 동기들과 다른 것을 시도하려고 한다. 그래서 남들이 일반적으로 하는 것은 피하고 사람들이 하지 않는 것들을 하려 한다. 하지만 <평균의 종말>을 읽고 나서는 '아, 평균적인 사람은 없구나. 사실 나도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에르고딕 스위치


'에르고딕 스위치의 실제적 결과를 이해하기 쉽도록 예를 한 가지 들어보겠다. 지금 당신이 키보드에 입력하는 속도에 변화를 주면서 오타의 수를 줄이고 싶어 한다고 가정해보라. 이 문제를 평균주의식으로 접근할 경우 여러 사람의 타이핑 실력을 측정한 뒤에 평균 타이핑 속도와 평균 오타 수를 비교하면 된다. 그러면 평균적으로 타이핑 속도가 더 빠를수록 오타 수가 더 적은 것으로 나타날 것이다. 바로 이 지점이 에르고딕 스위치가 등장할 순서다. 쉽게 말해, 이때 평균주의자는 당신이 타이칭 오타 수를 줄이고 싶다면 타이핑 속도를 늘리면 된다고 말할 것이다. 타이핑 속도가 빠른 사람들은 대체로 타이핑 실력이 뛰어난 것이며 그만큼 오타 수가 적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그룹 차원'에서의 결과다. 개개인의 차원에서 속도와 오타 사이의 상관관계를 모형화해보면, 이를테면 당신의 각각의 속도별 오타 수를 측정해보면 타이핑을 더 빨리 할수록 오타가 더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처럼 에르고딕 스위치를 작동하면, 다시 말해 개개인에 대한 정보를 그룹에 대한 정보로 대체하면 제대로 틀린 답을 얻게 된다.


그룹의 평균값으로 전체를 판단하는 것은 나에게 일반적이었다. 대학 동기들 중에는 다양한 무리가 있다. 그중에서도 매우 활발한 무리가 존재한다. 그러면 그 무리 안의 친구는 당연히 활발하고 적극적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건축 과제 등을 하면서도 마찬가지다. 설계를 진행하면서 제일 먼저 하는 것은 그 지역을 조사하는 것이다. 그러면 거주자들의 평균 나이, 시간대별로 보행자를 평균 낸 값, 평균적인 건물들의 용도 등을 조사하고 그것으로 그 지역을 판단한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 생각해보면 그건 너무 폭력적인 생각이었던 것 같다. 평균값은 그룹들 간의 비교를 할 때만 사용되었어야 하고 내가 설계하고자 하는 사이트(대지 위치)는 그 지역의 평균적인 성격으로 판단될 수 없는 것이었다. 



경로의 원칙 


'걷기에는 정상적인 경로가 있어야 마땅하다는 그 가정은 너무 직관적이고 명백하게 여겨져서 별다른 이의가 없었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 이의를 제기하고 나선 인물이 있었으니. 바로 캐런 아돌프라는 이름의 여성 과학자였다.
아돌프와 동료들은 연구 중의 한 조사에서 28명의 영유아를 대상으로 기어 다니기 전부터 걸음마를 떼는 날까지의 발달 과정을 추적 관찰한 뒤 '분석 후 종합' 방식을 활용해 자료를 검토했다. 그 결과, 기어 다니기에 정상적인 경로라는 것은 없었다. 오리혀 아기들은 무려 25가지의 다양한 경로를 따랐는데 각 경로마다 독자적 동작 패턴을 띠었고 모든 경로가 걷기로 발전했다.'


그렇다. 평균적인 경로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내가 걸어온 길도, 앞으로 걸어갈 길에도 평균적이고 '정상적'인 경로는 없다. 어떻게 목표를 이루던 모든 길은 서로 다르고 정답은 없는 것이다. 학교 교수님께서 '제도권에서 벗어나야 한다'하고 말해주신 적이 있다. 나에게는 학점, 영어점수, 봉사활동 등 다른 사람들과 같은 영역에서 누가 더 잘났네, 못났네 싸우기보다는 다른 영역에서 경험을 쌓으라는 말로 들렸다. 

모든 것에 정상적인 경로는 없다. 내가 이루고 싶은 목표에도 수많은 길이 존재할 것이다. 취업에서 '대형 건축사사무소'. '유명한 아뜰리에' 등에 들어가는 것도 정답이 될 수 없다. 그저 수많은 길중의 일부에 지나지 않을 테니. 그냥 남들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거 할면서 열심히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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