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성실 Jan 25. 2020

미안해요 리키 (2019)

Sorry We Missed You

이것저것 안 해본 일이 없는 리키는 또 다른 직업을 찾아 나섰다. 바로 개인사업자를 얻는 택배기사이다. 자신이 주어진 구역에 자신의 업무량인 택배 배송을 완료하면 되는데, '일한 만큼 벌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리키는 이것저것 따져볼 시간 없이 택배를 나를 대형 벤을 샀다. 이로 인해 그의 아내 애비의 차를 팔게 되고 차를 타고 출퇴근하던 아내 애비는 버스를 타고 하루 종일 돌아다니게 되었다. 애비는 방문 간병인이다. 하루에 6명 혹은 그 이상의 환자들을 돌본다. 짬을 내서 아들과 딸에게 음성메시지를 남기고 환자들을 돌보러 다닌다. 이들의 가족은 월세에 대출금에... 갚을 돈이 산더미다. 리키는 어떻게 서든 최대한으로 일을 하고 돈을 하루빨리 모아 2년 안에 좁은 집을 벗어날 생각이다. 아들 셉은 사춘기로 학교도 잘 가지 않지만 딸 제인은 아직 어리지만 아주 똘똘하다. 먼저 일어나 학교에 안 가는 오빠를 깨우고, 밥도 알아서 잘 챙겨 먹기도 한다. 부푼 꿈을 안고 일을 하게 된 리키는 어느 때나 다름없이 일을 정말 잘 해낸다. 업무량이 많지만 돈을 많이 받을 수 있는 노선을 담당했던 기사가 회사와 분란을 일으키고 나가게 되자 리키는 그 노선을 담당하게 되고 지금보다 더 바쁘게 일하게 된다. 하지만 아들 셉은 계속해서 교내외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이것으로 계속해서 학교와 경찰서까지 불려 가게 되는 리키와 애비는 점점 지쳐간다.


켄 로치 감독의 신작 <미안해요 리키>는 '긱 이코노미'현상에 대한 이야기이자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이야기이다. 사회의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과 상황을 대변하는 켄 로치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영화는 리키에게 가장의 무게라는 짐을 지우지도 않고, 그들의 삶을 더 악화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 자체의 삶을 보여주는데 이 상황이 모두 현실과 다르지 않다는 점에 목이 매이게 된다. 벗어나려고 발버둥 쳐도 그대로인 경제적인 환경과 그들에게 얼마나 각팍한 삶이 몰아닥치는가. 영화에서 위로자가 등장하지 않는다. 리키와 애비는 서로에게 힘이 되지만 여유가 없는 상황에 위로의 말보다는 '사는 게 이렇게 힘들 줄 몰랐어'라는 한탄을 함께 나누는 것이 전부이다. 그리고 누구도 리키에게 계속해서 마주하는 상황들이 금방 사라질 것이라고 장담해주거나 위로하지 않는다. 그가 사고를 당한 후에도 택배사 사장은 전화해서 안부의 말을 잠시 건넬 뿐, 그의 사고로써 배상해야 하는 금전적인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이 영화는 결말에 다다를수록 숨이 턱턱 막히게 한다. 참 이상한 점은 이 영화는 지극히 현실적이라는 거다. 우리가 공공연하게 하는 '삶이 영화 같다'는 말은 삶이 아름다워서가 아니다. 그저 아름다워지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우리가 영화의 해피엔딩을 바라듯 말이다.


*사진 출처: IMDB <Sorry We Missed You> Photo Gallery

                   네이버 <미안해요 리키> 포토 스틸컷

매거진의 이전글 메기 (Maggie, 2018)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