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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실 Dec 17. 2019

메기 (Maggie, 2018)

우리는 구덩이인지 아닌지조차도 모를 때가 있다.

윤영은 마리아 사랑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다.

어느 날 마리아 사랑병원 엑스레이실에서 두 남녀의 비밀스러운 사생활이 엑스레이로 찍히면서

이곳이 SEx-ray 실로 바뀌었다.

비밀스러운 사진은 사람들이 손쉽게 볼 수 있도록 대놓고 여기저기에 걸린다.

많은 사람들은 이 사진이 누구의 것인지만을 운운하고

윤영은 사진을 몰래 챙겨 남자친구 성원과 이 사진의 주인공이 자신들 일 것이라고 믿는다.

 사직서(辭職書). 또는 good bye 편지를 준비한 윤영은 다음날 예상과는 다르게 병원의 부원장 경진에게 권고 휴직을 제안받자, 윤영은 사직서를 다시 접어둔다.

SEx-ray 소동 2일째, 이상하게도 병원에 윤영과 부원장을 제외한 직원 모두가 결근했다.

윤영과 경진은 결근한 직원들 중 2명만 찍어서 그들의 결근 사유가 거짓말인지 아닌지를 알아보기로 한다.

한편 도심에 싱크홀이 생기고 성원은 일을 할 수 있게 된다.

그곳에서 같이 일하는 팀원 2명과 함께 싱크홀 주변을 안전하게 지키는 일을 하게 되는데,

성원은 윤영이 선물해준 백금반지를 잃어버리고 팀원들에게 함께 찾아 나선다.

그리고 윤영과 경진은 결국 그들의 의심을 입증할 직원의 집을 찾아갔다.

음악소리도 나고 문 너머 보이는 거실에 찻잔도 보이는데

아무도 대답을 하지 않는다.


<메기>는 윤영과 성원. 윤영과 경진. 성원과 인부 2명의 관계를 들여다본다.

그리고 그들 사이에는 사람을 믿지 못하게 된 이유를 서로에게 터놓기도 하고,

어떤 이유에도 믿어보기로 다짐도 해본다. 

"우리가 구덩이에 빠졌을 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더 구덩이를 파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서 얼른 빠져나오는 일이다."

영화의 시작과 끝을 맺는 이 문장은 이옥섭 감독이 우리에게 해주는 이야기이자 위로이다.

이 사회에서 '사실'이란 누군가의 입과 입장을 거쳐서 전달된다.

어느새 누군가의 편견과 색이 이미 발라져 있어, 무엇이 진짜 '사실'인지 분간하기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불법 촬영, 데이트 폭력, 주택난, 청년실업 등의 사회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녹여낸 영화 <메기>는 이옥섭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이다.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고 3개 섹션의 수상작)

이옥섭 감독만의 독특한 매력에 빠져볼 기회가 없었다면 아마 영화 메기를 통해서 빠지게 될 것이다.

사회, 연출, 메시지를 담는 이옥섭 감독의 매력은 어항에 담겨 이 이야기들을 우리들에게 말해주는 메기처럼,

자꾸만 눈이 가는 매력이다.

2019년 상영관에서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





*우리는 구덩이인지 아닌지조차도 모를 때가 있다.

.

우리 존재는 언제나 파이팅



• 사진 출처: 네이버영화 <메기> 포토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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