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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기 44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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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실 Jul 27. 2020

19 나를 잠식하게 하는 것

요새 너무 많은 욕심으로 스스로를 짓눌렀다.

괴로움만 받아들였다.

 '나는 욕심이 너무 많아', '나는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
회사를 다니면서 꿈이 사라지는 것이 두려워진 것인지 내가 좋아하는 온갖 것들을 다 부여잡은 셈이다.
며칠 전 공모전에 낙방되면서 나름 실패 속에서 더 절실해진 것인지 
또다시 인터넷에 새로운 공모전이 떴다. 주제는,

'취준 생활 중 에피소드를 들려달라'

나는 쓸 수가 없는 이야기였다.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편입을 하고 자퇴를 하자마자 줄곧 3년을 일을 했으니. 나는 아직 경험하지 못한 이야기와 감정을 가짜로 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한 손, 한 손. 양 손에 모든 것을 쥐려고 하면 당연히 내 손에 잡히지 않는 것도 있는 것이지. 작은 손에 무엇을 그리 많이 잡으려 했을까. 빠져나갈까 놓기 싫어 손을 꼭 쥐고 있었더니 나를 잠식하게 하는 것은 불안뿐이었다.

그 자체로 내가 되는 법을 아직도 모른다.

조금씩 놓고, 조금씩 틈을 보여도 괜찮다.
그 자체로 내가 되는 것이다.

한 가지를 놓으면 다른 것을 잡게 될 것이며 흘러가는 물이라도 느끼게 될 것이다. 손가락 하나하나 사이사이에 빠른 물살로 지나가는지 느린 물살로 지나가는지, 차가운 물인지 뜨거운 물인지.

천천히 같이 가도 빠르게 같이 가도
모두 그 자체로 내가 되는 것이다.

불안을 버리고 좋아하는 것들을  충분히 느끼며 사는 쪽으로 다시 발을 옮긴다.

제자리걸음 같지만 제대로 된 시작과 순전한 진실만이 영원히 남는 법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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