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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형희 Jun 12. 2024

유월 십이일 수요일

너무 덥다..


이제 유월인데.. 여름엔 어떻게 살아가야할지..ㅋㅋㅋ 나는 여전히 창문형 에어컨 하나로 버티는 중이다. 가을 무렵 이사를 가게 되면 시스템 에어컨이 되어 있어서 이제와서 에어컨을 산다한들 처치 곤란인지라 올 여름에도 그렇게 버텨야겠다. 문제는 내가 더위를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내 평생. 운동이라곤 하질 않고 살았다보니 여름이 이렇게 더운줄을 모르고 살았다. 작년부터 야외운동을 했더니 땀구멍도 열리고ㅎㅎㅎ 땀도 많이 나고 더위도 타고.. 앞으로 2-3개월을 어떻게 버틸까.


오늘 오전 운동도 스킵했다. 거의 매일 나갔던건데 더운것도 지치고 테니스도 영 재미가 없다. 지역 클럽에 가면 얼굴을 보게 되는 어른 한 분이 볼 때마다 테니스가 재미없다고 하더니만 나도 그게 뭔지 알 것 같다. 일단 배운 운동이고 하긴 하는데. 재미가 없다. 잘해서 재밌는건 아닐테고. 못해서 재미없다면 그런거겠지만. 운동은 되니까 내 저질 체력이라든가 좋지 못한 자세나 비실비실대는 몸을 생각하면 운동을 계속 하는게 좋긴 하다. 근데 재미가 없다. 지루함이나 권태기가 좀 지나갔다 생각했었는데 그것도 아닌가보다. 나는 종종 게임 도중에 재미가 없다. 공을 쫓아다니고 있는 내 모습이 약간 현타가 오기도 하고..ㅋㅋㅋ


레슨은 나쁘지 않다. 유명한 코치님이라 하드니 수강생한테 재미를 붙여주는 방법을 안다. 항상 일정한 스텝바이스텝은 지루함도 느끼게 되고 재미가 없는 반면에 이것저것 새로운걸 가르쳐주니 레슨은 재밌다. 레슨은 나쁘지 않지만 성격적인 면은 내 성격하고 잘 맞는거 같지는 않다. 코치님은 약간 다혈질이고 운동하는 사람 특유의 면이 있다. 내가 운동을 하고 이런저런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서 느끼는 거지만 역시 운동하는 사람은 운동하는 사람만의 성격적인 특징이 있다. 그도 그럴게. 테니스를 배우면서 느낀거지만. 이 운동이라는게 사람을 좀 다혈질적이며 욱하고 고집세게 만드는 면이 있다. 그러니 평생을 운동만 한 사람들은 어떻겠나. 매일 이런 식의 하루하루를 보내니 자연적으로 그런 방향으로 굳어지게 되는 것이다. 물론 운동한 사람들이라고 해서 성격적으로 다 똑같다는 것은 아니지만. 천성이라는 것도 있어서 타고난 천성과 함께 이런 환경에서 살아온 특유의 바이브가 붙어버리는 것이다.


이런 환경들.


나한테도 어떤 그런 것들이 붙어있을테지만. 나도 예술계통에서 있었던 바 어떤 고집이라든가 지지않는 면이라든가 그런게 보통사람같지는 않은거 같다고 스스스로도 생각하고 있긴 하다ㅎ 내 높은 자존심이라든지. 프라이드라든지. 어쩔 수가 없는 부분이긴 하다. 여기도 멘탈싸움이 제일 큰 영역이니까. 누군가 다른 사람들과 경쟁하는건 아니지만 나 스스로 항상 의구심을 갖게 되고 항상 철학하게 하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하는지 다잡아야 하고. 밀고 나아가는 힘이 있어야한다. 아주 꾸준하게 늘.


그것과 동시에 타협도 있어야 한다. 돈도 있어야 하고ㅎ 그나마 상업미술이라고 하면 자본이 많이 필요하지 않은 장점과 단점이 공존하긴 한다. 내가 하고 싶은 예술을 하겠다고 설치면 굶어죽지. 돈은 늘 필요한 부분이라서. 항상 상충하는 면은 내가 하고 싶은걸 하기 위해서 돈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하고싶은걸 위해서 참고 견디다보면 과연 내가 뭘 위해서 살아가고 있는건가 하는 생각도 들고. 돈이 참 더럽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렇기 때문에 돈을 많이 벌고 싶고 돈이 매우 필요하다.


필요하기 때문에 남한테 듣기 싫은 소리 들어가면서 산다는게 참으로 우스운 일이다. 돈을 주니까 네가 이걸 감내해라 하는 사람들의 심리라는건 당연한거라서 의심의 여지도 없다만. 그걸 받아드는 내가 무슨 생각을 할지는 아마도 고려사항이 아닐 것이다 그들에게ㅎ 그걸 받으면서 참고 견디던 사람이 이제 네 돈이 필요없다고 발언할 때 뒷통수 맞은 듯한 표정은 의아한 면이 있다. 돈이란게 그렇지. 돈으로 나를 좌지우지 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오히려 그것이 관계의 전부가 된다. 네 돈이 필요없는 시점에서 나는 네가 필요없어진다고 할 때면. 어째서 그 사람들은 그 순간이 영원할 것이라고 생각했던건지 잘 모르겠다.


모든 관계가 다 그런 것 같다. 연인관계에서도. 내가 너를 좋아하기 때문에 네 애정을 받으려고. 너의 애정이 전부인양 너의 애정으로 나를 좌지우지 할 수 있을거라고 여기던 그 의기양양한 표정들을 떠올릴 때면 굉장히 묘하다. 너의 애정이 필요한건 나이므로. 그걸 받고 싶어하든. 받고 싶어하지 않든. 그건 나의 자유니까. 나도 마찬가지로 그런 실수를 늘 하겠지만. 나는 그런 생각보단 이런 생각들을 더 자주 한다. 너의 사랑도 영원하진 않을거라고. 실상 나는 애초에 너에게 사랑이 있는가 하는 생각을 자주 하곤 한다. 사랑을 하는건지 상황을 사랑하는건지 연애놀음이 재밌는건지 잠자리가 좋은건지 그건 나야 알 수가 없으니까. 어떻게보면 연애라는 것도 꽤나 기막힌 사기극일 수도 있는 것이다. 나는 너를 사랑하고 나도 너를 사랑한다고.


사랑이라는걸 생각해보면 모든 사람들이 마찬가지겠지만 내가 사랑받고 싶은 욕구가 가장 크다. 이해받고 싶고. 편해지고 싶고. 즐겁고 싶고. 행복하고 싶은거지. 나는 그런 메카니즘에 대해서 알고 있고. 내가 만난 사람들이 늘 행복하기를 바라므로 꽤나 맞춰준 면이 없지 않다. 물론 나는 화가 많은 사람이고ㅎ 꽤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고 어른스러운 면을 사랑하지만. 연애놀음이라는게 결국 이해받고 싶음이라는게 가장 크다는걸 알고 있으므로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건간에 내가 좋아했으니까 맞춰주고 잘해준다. 희생적인 면이 있다고 볼 수 있다만ㅎ 내 희생의 유통기한이 그렇게 길지 않다는게 문제인지도ㅎ 잘 맞춰주면 맞춰주는대로 사실은 어떤 사람인지가 잘 보이기도 하고. 꽤나 멋대로 살아온 사람도 있고. 내가 잘해주는게 자기가 잘나서 그렇다고 여긴 사람도 있고. 나를 금방 지루해하는 사람도 있고. 그렇게 안보였는데 막상 사귀어보니 잘해주니까 시시하게 여긴 사람도 있다. 다양도 하다ㅎ 그런 어린 면들에 금새 실망한걸 보면 상대를 잘못 골랐는지도 모르고.


잘해줄 가치가 있는 사람에게 잘해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바뀌어간건 결과값이겠지. 난 가끔 지나가버린 내 순진함이 그립기도 하다ㅎ 사람보는 눈이 지금보다 더 없던 시절에는 이랬든 저랬든 모험심이 넘쳐나긴 했다. 탐구심도 높았고.


남자가 시시해진건 내 예상을 벗어나는 사람도 딱히 없기 때문이다. 인간 심리라는게 다 비슷비슷하지 뭐. 그래서 누군가가 특별히 별스럽게 궁금하지도 않는 것이고. 사람은 상황이 생기면 거기서 하는 행동이라든가 심리라든가 그런게 다 비슷하다. 나도 피할 길이 없고.


그래서 드는 생각이지만 타이밍이라는 말이 굉장히 적절하다는 생각도 든다. 감정과 상황이 딱 맞아떨어진다는 아주 적절한 단어라고나 할까. 모든 일이 그렇다. 테니스도 그렇고. 사람사이의 관계들도 그렇고. 일도 그렇고. 돈도 그렇다. 알고보면 내 의지로 할 수 있는 일이 굉장히 적다. 그러니까 인연이라는게 소중한 것이고.


사랑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나는 또 사랑에 빠지겠지. 늘 그러하듯이. 좀 지겨운 면도 있다. 어쩜 이렇게 사람을 좋아하고 식고 좋아하고 식고 좋아하고 식고 이런 일을 반복할 수가 있는건지ㅎㅎㅎ 신기하기도 하지만 아마도 내가 살아있는 동안에는 쭉 그러겠지. 일전에 큰 나이차이도 그러려니 하는 마음이 들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이런 부분도 나는 또 내 나름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사랑이라는건 사람 인생에서 없을 수가 없나보다. 한 8년 전만 해도..ㅎ 난 이제 연애고 사랑이고 안하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래서 사람이 모든걸 단정지어서 생각할 수가 없는가보다. 그런 나이차이도 이젠 아무 생각도 안들고 뭐 어떠냐 싶기도 하고. 한 사람만 쭉 사랑하지도 못하는게 사람인거고. 나는 늘 새롭게 또 사랑에 빠질 것이고. 세상 사람들이 말하는 그 어떤 가치판단이라는게 나한테는 이제 별 의미가 없어지기 시작했다. 아마도 내가 흔히 말하는 결혼적령기에 결혼하지 않은 탓이겠다. 2년 전만 해도 이런 사람이 아니었는데..ㅋㅋㅋㅋ 사람들이 뭐라고 하는 것도 귀찮아지기도 하고. 외국을 나가봐야되나 싶기도 하고. 그렇네ㅎ 다른 사람들이 나에 대해 비난의 말들이 생길 것이라는건 안봐도 비디오다. 세상을 모를만큼 어리숙하진 않아서. 그렇지만 어쩌겠는가. 난 이제 보통사람같아지긴 글렀다.


이렇게 또..ㅎㅎㅎ 나만의 길을 가게 되네. 늘상 외롭다고 느끼는건 내 고집대로만 살아가서겠지.


그리고 사랑을 주는 일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있다. 사람이라는건 크게 변하질 않아서 나는 아마도 또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면 내가 줄 수 있는 것들에 대해서 주고 싶어 안달일 것이다. 그러고 나서 금방 실망하는게 포인트지만ㅎ 적절함이라는건 참 어려운 일이야.


흠. 타이밍 문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내가 잘해주는걸 감사하게 생각하고 받아들이고 더 사랑하고 서로 더 돈독해지는 일 역시 타이밍이 빠질 수가 없다고 본다. 아무리 착한 사람이어도 여러가지 상황이 주어지면 걔도 사람인데 사람인 이상 도라이가 되든 병신이 되든 미친놈이 되든 쓰레기가 되든 뭐가 되든 된다ㅎ 그런 일을 처음 겪는 사람일수록. 상황 속에서 혼자 고고하게 옳은 선택만을 하고 사는 사람이 어딨겠는가. 내가 일전에 그런 일들을 겪어본 바. 모든게 타이밍이라는게 맞는 것 같다. 나도 상대도 서로 어떤 상황이 오지도 않고. 시련 겪을 일도 없고. 이제는 그런 상황들이 주어진다고 한들 서로만을 선택할 수 있는건. 서로가 성숙해진 상태로 만났을 때. 오로지 상대만을 다시 사랑하게 되는 일은. 인생의 타이밍이 잘 맞는 사람들끼리의 만남이겠지.


그러니까 나는 늘 그랬듯이 또 그렇게 사랑을 하면 될 것이다.


한편으론, 어려서 결혼적령기니 뭐니 하던 때에 결혼하지 않은게 잘한 일이라는 생각도 든다. 사람들은 늦은 나이에 만나려고 하니 만날 사람이 없지 않냐고들 하는데..ㅎ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건 그 사람들 기준이라 그렇고..ㅎㅎ 나처럼 맛이 간 애한테는 이제야 진정으로 사랑이라는걸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좀 더 성숙해진 사랑. 그들 눈에는 미친 인간같아 보일 사랑ㅎ 하지만 나한테는 벌어다 줄 돈이 중요한 남편감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남자라고 하면 다 좋은 것도 아니고.. 출산 문제때문에 결혼할만한 사람을 찾아다니던 때도 있었지만..ㅎ 시간이 지날수록 출산에서 멀어지기도 했고. 아이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굳이 결혼을 위한 만남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나한테는 역시나.. 사랑이 필요하긴 하다ㅎ 서로에게 좋은 사람이 되어주는 일. 인생에 있어서 그만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 결국 식어버리는게 사랑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평생 새롭게 반하면서 살 수 있지 않을까. 그러니까 그 모든게 타이밍이다ㅎ 서로를 만나게 되는 인연의 시간들.


인생이라는게 장담할 수 있는게 하나도 없네ㅎ


오후에는 테니스 일정이 또 있다…ㅎㅎㅎㅎㅎㅎ 요즘엔 테니스가 영 재미가 없는 편이라 어떨지 모르겠다만ㅎ 그냥 가서 치는거지 뭐. 그리고 L클럽의 자체대회도 이번주에 있다. 나는 그렇다 치고. 이제 막 테니스에 재미붙이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서 즐거운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 사람들의 인생에 있어서 즐거운 시간을 준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내 보람이기도 하니까. 그게 내가 일을 하는 이유이고 내가 작품활동을 하는 이유이기도 하고. 물론 테니스가 내 일은 아니니까 내가 그럴 의무는 없지만ㅎ 일단 나랑 함께 하는 시간이 즐겁기를 바란다. 내가 테니스를 하는 동안은..ㅋㅋㅋㅋ 언제까지 할런지는 잘 모르겠다만ㅎ


모두에게 즐거운 시간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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