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라이프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형희 Jul 20. 2024

칠월 십구일 금요일

운동을 안하다가 하는 날에는 몸이 못버티겠네 ㅎㅎㅎ 그렇다고 D의 남편처럼 매일 하기엔 체력이 안따라주고. D의 남편은 정말 대단하다. 매일을 어떻게 그렇게 운동을 하고 출근하고 일하고 퇴근해서 아이도 돌보고 그럴까. 일관되게. 평생을. 겉으로만 보면 무슨 운동이 직업인 줄 알겠다. 금융일을 하는게 참 신기하다.


운동을 줄이니까 체력이 딸리긴 하는데 그만큼 일상을 잡아갈 수 있는 것 같다. 일에 집중할만한 정신도 다시 찾고 있고. 너무 테니스에만 정신이 팔린 것도 다시 되찾고 있다. 지난번에 촬영 엎고 난 뒤로 정신 집중할 만한 곳을 찾다가 테니스에 너무 열중했던 것 같다. 또 때마침 L클럽 대회도 있었고. 그 즈음 운영위를 해달라 어쩐다 해서 어쩌다보니 그것에도 참견을 하게 되었었고. 이번 L클럽 일을 계기로 한발 떨어져서 보니까 내가 그렇게까지 열중할 것도 아니고 집중할 일도 아닌 것 같다. 내 직업도 아닌데 일일이 열내고 그럴거까지 있나 싶은 생각이 든다.


근본적으로 따져보자면, J코치님이 잘하든 못하든간에 E가 낄낄빠빠를 제대로 못하든간에 클럽이 어떤 회칙을 갖고 어떻게 돌아가든 간에. 내가 운영위를 하든 안하든, 내가 그 학원을 다니고 있지 않기 때문에 어쨌든 나는 내가 거기 있을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그 학원이랑 아무 관계가 없는 사람이니까. 다른 운영위분들은 대체로 그 학원을 다니고 있다 보니까 J코치님과 사이도 나쁘지 않고 뭔가 돕고 싶다는 마음이 더 큰 것 같다. 나는 그런 마음이 전혀 없다는게 문제인듯 하지만ㅎ


나는 처음에 운영위를 맡아달라고 했을 때는 다른 운영위분들이 학원이랑 상관없이 운영을 할테니 같이 좀 해주었으면- 하는 늬앙스에. 학원이랑 큰 상관없이 독립된 개체로 굴러간다면 오케이라고 생각을 했다. 애초에 그렇게 얘기를 했기에 그대로 믿은 것이지만. 생각이 짧았다. 그건 바보같은 생각이었다. 학원에서 만든 클럽이니 이건 학원이랑 아무 상관없을 수가 없다. 심지어 학원 사장님이 운영진에 있는거고 학원 다니는 사람들도 운영진이고 회원들도 대부분 그렇다. 처음에는 내가 공들인 부분에 대해서 푸시를 받고 이래라 저래라 하는걸 들으니까 기분이 나빠서 화가 났는데. 며칠 지나고 보니까 나하고 상관없는 일들에 되게 화를 냈다는 생각이다. 이를테면 옆집 정원에 코스모스가 아닌 장미를 심었다고 화를 내는 꼴이지. 지금은 클럽 활동을 더 하고 싶은 마음 자체가 없다. 이러고 저러고 엮이는 것도 머리아프고 귀찮고 지겹다. 이런저런 이슈들도 다 귀찮고.


이 클럽이 생기기 훨씬 이전부터. 1호점이 생겨서 내가 다녔던 시절부터 생각을 해 보자면- 너무 많은 이슈들에 질리고 지겨워졌다. 내가 힘들던 시절과. 코치님을 좋게 생각했던 시절과. 코트를 나가기 시작하면서 생긴 다양한 싸움과 질투와 염병들과. PT를 받던 시절의 지랄스러움과. 클럽이 생기고 난 뒤의 계절과. 겨울의 일들과. 봄을 지나 테니스가 지겨워진 일들. 클럽활동을 하면서 알게된 사람들. 이 클럽을 다니는 이상 원하든 원하지 않든 연계되는 사람들.


즐거웠던 시간도 분명 있었지만.. 솔직히 말해서 이 학원을 떠올리면 이젠 찝찝하고 불쾌한 이미지가 더 크다. 답답하고 숨막힌다. 내 일도 아닌거에 에너지모소하고 싶지도 않고. 이거 열심히 한다고 내 경력에 도움이 되길 하나 돈이 되길 하나 이득이 있나. 돈 시간 체력 에너지 열정을 낭비하고 있지.


운영위같은건 괜히 하겠다고 한 것 같다. 운영위는 그냥 학원 다니는 사람들끼리 하는게 맞는거 같다. 클럽도 나가기 싫다. 귀찮고 불필요하다.


어쨌든 내일은 예정되어 있어서 가긴 하겠지만, 이래저래 항상 화가 나는 일이 계속 생기는 것도 그렇고. 그냥 안보고 싶고 생각 자체를 안하고 싶다. 테니스 자체를 좀 줄이고 싶기도 하고. 지금도 운동을 줄인 상태긴 하지만.


뭐 나름 친해졌다고 좋게 봤는지 소개팅을 시켜주니 어쩌니 하기도 하지만 그것도 딱히 별로 안엮이고 싶다. 엮여서 좋을게 없지 않나 싶고. 운동을 하면서 많이 느끼는거지만 정말 운동하는 사람들이 처음에만 좀 신기하다 싶고 대단하다 싶지.. 성격들이 나하고 안맞기도 하고..ㅎ


운동하는 사람들을 겪고 나니까 나는 반대로 문화적인 사람들이 나하고 잘맞지 않나 생각 중이다. 얘기할 것도 많고 콘텐츠도 다양하고 말도 재밌게 하고 내 농담도 잘 받고 던지고 유연하다. 어찌보면 이것도 단편적인 생각일 수 있지만 당장의 소감을 그렇다. 운동하는 사람들의 삶이라는게 그런 것 같다. 운동하고 술마시고 운동하고 술마시고 운동하고 술마시고 이성만나고 운동하고 이성만나고 운동하고 이성만나고 술마시고 운동하고. 돌림노래같네ㅋㅋ 참 재미없다.


예전에, 내가 만나던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이쪽 계열 사람은 다시는 안쳐다볼거라고. 이쪽 계열이 아닌 성실하고 근면하고 자기 일 열심히하고 끈기있고 노력하는 사람이 재미는 없어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 내가 좋게 생각한 근거는 그런거였는데 그것도 생각을 잘못한 듯 싶다. 성실하고 근면하면 성실하고 근면한 사람인거지 좋은 사람인 것은 아니다. 그 시기에 반대로 이쪽 계열 중 사람들 속에서 나하고 잘 맞는 사람을 보았다.


이쪽이든 저쪽이든 분야가 문제가 아니라 잘 맞는 사람이 중요한거긴 하지만.. 내 분야 사람은 다신 안쳐다보겠다 생각했던 결심을 다시 고쳐먹었다. 모든건 케바케 사바사니까. 오히려 서로를 잘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G만해도 대화가 너무 잘 통하기도 하고. 늘 재밌고 같이 있으면 편하다. 농담도 서로 주고받기 편하고. 이래서 자꾸 G를 찾게 된다. G는 내가 귀찮은거 같지만 ㅋㅋ 시기가 잘 안맞았다. 조금 더 여유로울 때 만났으면 좋았겠다 싶긴 한데. 그래도 G같은 유형이 내가 편하고 즐거워한다는걸 알게 된 것만으로도 수확이란 생각이 든다. 이런 유형의 사람을 만나면 좋을거같단 생각이 든다.


뭐 아무튼. 내일 일정이 정해져있으니까. 정해진대로 일단 처리를 하고.


당장 그만두는 또라이 기질을 발휘하기엔 내가 나이가 너무 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차차 정리해야지.


운동은 안하자니 몸이 힘에 부쳐서 하긴 해야겠어서 다른 운동할만한 걸 좀 알아보는 중이다. 테니스도 병행하겠지만 시간을 너무 많이 잡아먹어서ㅎ


앞으로는 일과 공부에 조금 더 집중하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칠월 십육일 화요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